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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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 졸속 추진을 중단하라

어제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에 대해 경실련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전 국민적 관심사이면서 난제 중의 난제인 대학입시 관련 정책을 인수위의 몇몇 관계자들이 급조하여 발표한다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09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하겠다는 학생부 성적 반영 자율화 방안은 지난 2년 동안 내신을 준비해 온 학생들에게 정부 정책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2013년부터 적용하겠다는 말하기와 듣기를 포함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의 대입전형 자료화 방안 등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방해하며 사교육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인수위의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은 대학의 자율성만을 강조할 뿐, 대학의 책무성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인수의의 대입 자율화 방안은 극심한 사회적 혼란, 학교 교육의 황폐화, 사교육의 팽창, 사회 및 교육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는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을 철회하고, 새 정부가 출범한 다음 충분한 기간 동안 전 국민적인 의견을 수렴하면서 공교육을 살리고 대학의 자율성도 존중해 줄 수 있는 대학입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2009학년도 입시부터 대학의 학생부 성적 반영을 자율화하는 방안과 2013년부터의 말하기와 듣기를 포함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의 대입전형 자료화 방안이다. 이들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9학년도 입시부터 대학의 학생부 성적 반영을 자율화하는 방안의 문제점


2004년 참여정부가 예고한 2008학년도 대입개선 방안에 따라 현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대학이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을 일정수준 이상 유지할 것이라는 정부 정책을 믿고 지난 1~2년 동안 내신 성적을 꾸준히 관리해 왔다. 그런데 정권 교체와 더불어 어떠한 유예 기간도 없이 대학의 내신 성적 반영의 자율화를 허용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지난 1~2년 동안 내신 성적 관리를 꾸준히 해 온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게 되었다. 인수위의 유예기간 없는 대학의 내신 반영 자율화 정책으로 인하여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학생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게 된 것이다.


수능등급제를 개선하여 등급뿐만 아니라 표준점수와 백분위점수를 제공하는 것은 수능 성적의 결과 표기의 기술적인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선된 방안을 2009학년부터 곧바로 적용하여도 특정한 학생 개개인의 득실과 유불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학의 내신 반영의 자율화 정책은 상황이 다르다. 대학의 내신 반영 자율화 정책의 가장 큰 수혜집단은 특목고 학생이며, 반대로 내신 성적의 불리함을 염려하여 특목고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 학생이 될 것이다. 학교 종류에 상관없이 지난 2년 동안 정부 정책을 신뢰하여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해 온 학생들은 내신 반영 자율화 정책의 피해자가 될 것이며, 내신 관리에 신경 쓰지 않은 학생들이 수혜자가 될 것이다.


정권 교체로 인하여 무고한 고등학생들이 수혜자와 피해자로 갈리도록 대입정책을 그렇게 성급하게 바꿀 필요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인수위는 대학의 내신 반영 자율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 적어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현 고등학생이 모두 졸업하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새 정책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2013년부터 적용하겠다는 말하기와 듣기를 포함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의 대입전형 자료화 방안의 문제점


인수위의 2단계 대학입시 자율화 방안인 수능 과목 축소 방안은 설계만 잘 된다면 우리 학교교육의 개선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가영어능력시험성적의 대입전형 자료화 방안은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며 사교육이 더욱 팽창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 소득과 성적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교과가 영어이다. 영어에서도 특히 말하기와 듣기가 소득과 성적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다. 따라서 수능 영어를 폐지하고 말하기와 듣기를 포함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을 대입전형의 자료로 활용할 경우 교육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상류 계층의 자녀들은 조기 유학이나 연수로 몰릴 것이고, 중류 계층의 자녀들은 학원가로 몰릴 것이며, 하류 계층의 자녀들은 영어를 학교에서만 공부할 것이다.


둘째, 영어를 수능에서 제외하여 별도의 시험화하여 복수 응시 기회를 제공하면 입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수위 관계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하여 더욱 여러 차례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며, 그 결과 학생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더 나아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대비한 맞춤형 사교육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창출할 것이다.


셋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쉽게 출제하든 어렵게 출제하든 간에 학생들은 이 시험을 위해 더욱 사교육에 매달릴 것이다. 시험을 쉽게 출제할 경우 모두 1등급을 받기 위해 시험에 매달릴 것이며, 이 경우 우수 대학은 지원자의 영어 실력을 추가로 변별하기 위하여 영어 논술이나 영어 면접을 실시할 것이다. 시험을 어렵게 출제할 경우 어려운 시험을 대비하기 위하여, 그리고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시험에 더욱 매달릴 것이다.


넷째, 영어 시험에서 희망 등급을 미리 받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며, 이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다섯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대비한 사교육에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공교육은 더욱 황폐화될 것이다.


대학입시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대학의 책무성을 묻는 장치가 없는 문제점


인수위는 학생 선발과 관련하여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대학의 책무성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본고사의 경우 대학협의체가 자율 규제하도록 構渼募?것이고, 신입생 모집결과 학생의 다양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이미 경험한 것처럼 청와대와 교육부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대학들이 자신들이 만든 자율 규제를 얼마나 따를 것인지 의문이며, ‘막강한 권력’을 지녔던 부총리급의 교육부가 있었던 참여정부에서도 규제를 어긴 대학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는데 자율 규제를 어긴 대학을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한들 힘 빠진 교육과학부에서 어떻게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대학 신입생의 다양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게 책무성을 묻는 정책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학 신입생의 다양성을 공개하는 것이 책무성이 되기 위해서는 농산어촌 출신 등 사회적 약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한 대학에 대폭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에는 정부 재정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수위는 대학의 자율성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책무성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수준의 언급만을 하고 있다.


결국 인수위가 발표한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은 참여정부의 교육정책보다 더 많은 교육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소수의 코드 인사 중심의 밀실 정책 결정 과정, 제안된 정책의 공교육 황폐화 가능성, 사교육 팽창 가능성, 교육양극화 심화 가능성 등의 문제를 지닌다. 인수위는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을 거둬들이고, 새 정부 출범 후 충분한 기간 동안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정책을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