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보건의료] ‘존엄사’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입법논의에 박차를 촉구한다

오늘(30일) 대법원에서 ‘존엄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다. 지난해 11월 법원이 국내 최초로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 요구에 대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고등법원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였음에도 이 사건이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온 데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경실련은 이번 ‘존엄사’ 사건이 조속히 끝나기를 바라며, 이를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존엄사 논쟁이 기존의 개념적 차원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논의하는 진일보한 논쟁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상당한 사회적 변화를 겪어 왔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첨단 장치 및 시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러한 최신 의료기술이 질병치료를 넘어 회복가능성과 치료가능성이 전혀 없는 환자의 경우에도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시행하여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의료기술의 변화 속도에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가 뒤따르지 못한데 기인하는 것이다. 일반 환자들의 경우 이미 의학적으로 회복불가능하고 치료할 수 없는 경우에 기계적인 연명치료 중단의 의사표현을 하더라도 이러한 권리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의학적으로 임종이 임박한 경우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갈등을 겪게 되지만 정작 현행법에 의해 허용되지 못함으로 인해 환자의 요구가 있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인간의 생명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해 연명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구체적인 입법을 통해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에 이를 순응할 수 있도록 구체화할 필요가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를 의사나 환자본인, 가족들의 판단에만 맡겨두어 제2, 제3의 소송을 야기하는 식으로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법원의 2심 판결문에서도 개개의 사례들을 모두 소송사건화하여 일일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이 비현실적임을 지적한바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여 이에 대한 일정한 기준과 치료중단에 이르는 절차, 방식, 남용에 대한 처벌과 대책 등을 규정한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 입법화를 위한 법안 청원 및 의원 발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이제 남은 과제는 입법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본격화된 입법논의에 앞서, 존엄사의 입법 취지가 회복이 가능한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자는 것도, 죽음을 선택하자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인 행위에 의해 죽게 하거나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지만 존엄사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자는 것이다. 즉 존엄사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기계적 호흡 등의 생명연장 장치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 이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최대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항상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용한 처치를 계속 받도록 하거나 의사로 하여금 그러한 치료를 계속하도록 강제하는 경우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않도록 그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 주자는 것이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과 치료중단에 이르는 절차와 방식 등에 대한 기준과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무차별적으로 결정권을 남용하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양산될 우려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환자의 의사에 반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환자의 인격을 무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종교학계나 윤리학계 등에서 여러 현실적 문제를 이유로 존엄사법이 시기상조라는 일부 견해가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방법을 결정하여야 하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 입법화의 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문의 : 사회정책팀 02-3673-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