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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은 완전한 입증책임전환만이 대안이다


지난 5월 6일 한나라당 심재철의원실 주최로 의료분쟁 조정 및 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가 있었다. 이날 간담회는 의료분쟁 해결 및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관련법 제정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은 지난 제17대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되었음에도 의료계의 반발로 전체회의에서 재심의 결정된 후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는 법안으로 법안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될 당시 의료행위나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입증책임전환을 근간으로 하는 법안으로 논의된 바 있다. 


이날 제안되어 논의된 법안에는 ①입증책임을 분담하도록 하고, 반드시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②필요적 조정 전치주의 도입, 분만 시 사고 등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③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책임 도입, 업무상과실 치상죄ㆍ중과실치상죄를 범한 보건의료인이 종합보험 등에 가입 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④형사특례적용 등이 담겨있다.


이는 사실상 그동안 의료계가 강력히 요구해오던 주장들을 모두 수용한데 반해 17대 국회에서 법안소위를 통과할 당시 합의되었던 입증책임전환에 대해서는 사실상 부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법제정의 취지가 어디에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법안은 의료사고 피해자에게는 신속하고 적정한 손해배상을, 의료사고를 경험한 의료인에게는 적정한 진료환경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그 배상금 조달을 사회보험방식으로 처리하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하여도 무과실 보상을 목적으로 제정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입증책임을 완화 내지는 분담하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의료사고 배상 책임 규정은 입증책임전환이나 책임 분담 또는 완화가 결코 아니다.


이는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인의 과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만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여 여전히 입증책임의 부담을 환자에게 있는 것으로 전제한 것이고 오히려 환자나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피해보상을 어렵게 만들 여지가 크다. 또한, 무과실보상을 위한 재원마련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으며, 전국적으로 의료사고 발생 건수 및 보상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외국인 환자유치를 목적으로 졸속으로 추진되는 법안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그동안 의료계가 주장해오던 내용으로 준비된 이 법안에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히며, 이제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의료분쟁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마련되는 법은 국민의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는 것으로서 국민입장에서 접근하는 것만이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 아울러, 해당 법안 주요 내용에 대한 상세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며, 이 법안에 대한 철회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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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증책임 분담부분(법 제4조 제1항)에 대하여


제4조(의료사고배상책임) ①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해당 보건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이 의료기술을 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하여 환자가 입은 생명․신체 및 재산에 관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호의 경우 환자, 보호자 또는 상속인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이 의료에 관한 과실이 있는 행위가 있고 그 의료행위와 피해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각각 증명하는 때에 한한다.
 1.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이 의료사고에 관하여 주의의무를 다하고 보건의료기관의 시설․장비 및 인력의 흠이 없음을 증명한 때
 2. 의료사고가 환자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때


 이 법안 제4조 제1항 본문을 보면,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서 의사 측으로 전환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단서를 보면, 의사측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사실과 의료 인력, 장비, 시설에 흠이 없다는 사실, 또는 의료사고가 환자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사실 중 하나를 주장, 입증하는 경우 면책이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입증책임을 전환한 입법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안 제4조 제1항 단서 다음에 나오는 ‘제1호의 경우 환자, 보호자 또는 상속인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건의료인이 의료에 관한 과실있는 행위가 있고, 그 의료행위와 피해 사이에 다른 원인이 게재될 수 없다는 점을 각각 증명한때 한한다’라고 하여 입증책임 전환 규정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일명, 입증책임 전환을 본문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고, 이를 단서 이하에서 다시 환자측에게 과실있는 의료행위를 입증해야만 그 전환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이어서 입증책임 전환규정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현재는 환자나 가족이 의료인이 의료에 관한 과실이 있고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한 경우에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법이 적용되면 이와 같이 증명을 하더라도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사실과 의료인력. 장비. 시설에 흠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이는 보상을 더 어렵게 만들 여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의료사고가 환자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우라도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신병동에서 자실징후가 있는 환자에 대하여 폐쇄병동 시설이 부실하여 환자가 뛰어 내려 자살한 경우 이러한 경우 환자의 고의로 발생한 의료사고가 맞더라도, 의료진은 자살방지조치를 게을리 한 부분에 대하여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2. 필요적 조정전치주의(조정절차를 거쳐야 의료분쟁 소 제기 가능)에 대하여


조정을 임의로 하지 않고, 필수적으로 전치하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분쟁조정제도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소송을 하라고 돈을 주더라도, 신속한 분쟁해결이 가능한 조정절차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법으로 조정전치를 강행할 필요는 없고, 의료사고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더욱이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임의적 조정전치제도를 정부의 입장으로 주장하였고 국회 전문위원실 조차 필요적 조정전치 제도보다 임의적 조정제도가 대세라는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필요적 조정전치 제도를 논의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3. 원인불명ㆍ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규정 도입에 대하여


무과실 보상책임에 대하여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과실 입증이 어려운 경우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결정하기 쉽고, 그러한 경우 악결과가 중함에도 불구하고 입증을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무과실 보상으로 도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4. 반의사불벌 죄 적용에 대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보건의료인이 관련 규정에 따른 종합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으로 대표적인 것이 폭행, 협박, 명예훼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이에 해당한다.


법이 제정되는 경우 의료기관개설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피해자 측과 합의가 되면, 의료인에게는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제외하고는 형사책임 특례가 주어진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형사소추권 제한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도 형사고소를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중과실치상 부분과 업무상 과실로 인한 중상해 부분에 관하여는 헌재에서 위헌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의 경우 단지 종합보험가입요건만으로 형사특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합보험 가입 및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가 요건으로 되어 있어, 다른 평가는 가능하다. 다만, 현행 법제하에서도 의료인은 업무상과실치사상과 관련된 형사소추 부분에 있어서는 특례를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의료사고의 대부분은 아무리 환자가 사망하거나 식물인간 등 중상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은 불구속 기소가 원칙이고, 법원 역시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집행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5. 추가 검토되어야 할 내용


 가. 보험회사 문제


 정부는 이번 법안 통과 이전에 현재 전국의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전문가배상보험에 가입한 현황(가입률, 보상한도액, 의료사고 발생 시 지급 유무 및 지급비율 등)을 파악하여야 하고, 책임보험 가입 강제가 실시될 경우 전문과목별로 예상되는 보험료, 상한액 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전문가배상보험에 가입한 경우 의료인이 보험처리를 하고자 하더라도, 보험회사가 거절하는 경우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보험회사가 조정에 응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보험회사가 조정에 응하지 않고 소송으로 유도하는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조정절차는 무용지물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의료법에도 의료심사조정위원회(중앙, 지방)가 존재하고 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듯이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입증책임 전환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 보험회사가 조정을 거부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조정절차는 무의미해 질 것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 역시 입증책임 전환 없이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면 동일한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나. 책임보험 미가입시 의료행위 제한 규정 신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경우 책임보험 미가입시 운행제한 규정이 있고, 이를 위반 시 과태료 등 처벌규정이 있다. 따라서 책임보험 강제가입에 대한 실효성을 거두기위해서는 책임보험 미가입자에 대하여 의료행위 제한 금지 규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반 시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그 자체로 과실과 무과실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고 이를 계량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수술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에는 통계에 의한 실패확률과 후유증, 합병증이 제시되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실패확률과 후유증 또는 합병증으로 포장되는 특성을 보이게 된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피해자들의 신속하고 적절한 피해 보상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완전한 입증책임전환이다.


그러나 의협측의 반대로 입증책임 완전전환이 불가능하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한 곳이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신생아실, 기관지내시경 검사실 등 밀실성이 전제된 곳으로 환자 측이 임상 경과에 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 의료인이 의료 사고 발생 시점을 전후로 한 중요한 임상에 관한 사실관계를 진료기록에 자세하게 기록하지 않은 경우, 의무기록이 추가로 기재되거나 변조, 임의정정,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그 사유를 적절히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 혈액검사결과지 등 중요한 검사결과지 등이 누락된 경우 등 구체적인 영역에서 입증책임이 전환될 수 있도록 하여 사실관계를 지배하고 있는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악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YMCA시민중계실,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소비자교육원 )


[문의 : 사회정책팀 02-3673-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