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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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의료기관평가 법안 통과, 정부와 국회의 야합을 개탄한다


오늘(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급작스럽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곧 이어 전체회의에서 의료기관평가제도를 300병상 이상 병원이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현행 ‘의무적 평가제도’에서 원하는 병원만 평가를 받는 ‘자율적 인증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번 전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이 인증을 받아야 하는 장치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의무 평가 대상 의료기관 범위에 일반병원은 제외시켜 평가 인증을 받도록 유인할 수 있는 병원은 소수에 불과하고, 평가결과 공개내용도 불투명하여 제도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받기 어렵게 됐다. 이는 결국 소수의 병원들만 평가를 받게 됨으로써 국민들에게 알권리와 적정 수준 의료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의료기관평가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가능성만 높였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안은 심재철의원 발의안을 통해 정부입장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 했던 복지부가 박은수의원 발의안 제출 이후 시민환자노동단체의 문제제기와 비판에 직면하자 일부 내용을 수정하면서 급조하여 통과시킨 것으로 정부와 국회가 야합하여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존 의료기관 평가제도보다 후퇴시켜 졸속 처리한 전형에 다름 아니다.


첫째, 현재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자율 인증제로 전환하면서도 병원이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인센티브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의료기관이 평가를 통한 인증을 받고자 하는 유인이 없다. 또한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센티브의 마련과 함께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평가대상을 규제해야 함에도 이번에 통과한 법안에는 대다수 일반병원은 의무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의료의 질적 수준이나 환자안전 보장에 문제가 있는 일반 의료기관들이 인증평가에 적극적으로 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되어 의료기관 평가제도가 유명무실화되고 미국 JCI평가 확산으로 국가시스템이 소멸되어 외국시스템이 대체하는 상황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의료기관평가 자율인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평가인센티브 제공과 의무 평가대상기관 범위에 일반병원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기존 의료기관 의무평가 대상이 종합병원급 약 300개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인턴, 레지던트 수련병원 281개의 경우 의무 인증평가 대상에 포함시키고 수련병원 지정을 인센티브로 활용하여 기존 평가제도보다 후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에 통과한 안은 의료기관 평가 대상, 기준, 방법, 절차, 공표 등 중요한 내용의 대부분을 대통령령과 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어 구체적 실행이 불투명하고 자율인증이라는 미명하에 의료기관평가제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료비 및 의료 질 측면에서 인증제도가 갖는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과 의료계의 관심을 고려할 때 이의 투명성과 효과의 예측가능성을 가능한 높여야 한다. 또한 평가기준과 방법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 때문에 시민환자노동단체는 정부와 국회에 의료법 개정안 심의를 서둘러 처리하기 보다는 대상, 기준, 방법, 절차, 공표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보다 명확히 하고 구체화된 상태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제 도입과 관련한 쟁점과 문제 해소를 누누이 강조해 왔던 것이다.


셋째, 현재 환자가 의료의 질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병원의 성과와 질적 수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공개의 내용과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반드시 법에 규정하여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복지위를 통과한 안은 의료기관 인증평가 결과를 임의적 공표로 규정하던 것을 평가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표하여야 한다고 수정하였지만 공개내용에 대해서는 복지부령에 위임함으로써 공개내용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한 질환 및 시술별 진료비 공개와 병원 감염 등 의료사고 발생 통계 및 결과보고, 진료 과정 및 결과를 평가하는 임상 질 지표 등의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병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여부와 내용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없다.


넷째, 이번에 복지위를 통과한 안은 의료기관 인증기구에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인증기구를 정부기구가 아닌 독립적인 민간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이는 인증제도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억제하고 의료 질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없으며 적정 비용과 의료 질 보장이라는 인증평가의 사회적 책임성이 사라지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의료계의 자발적 질 향상 정책의 한계 상황에서 자율적인 인증기구에 대한 사회적 신뢰 부족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정부의 개입이 가능한 방식과 정부 책임성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사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없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평가결과의 주요사항에 대한 민주적 의사결정 및 운영을 위해 인증평가기구의 법적 지위를 통해 정부가 국민에게 의료서비스 질을 보장하는 책임을 지속적으로 담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환자노동단체들은 정부와 국회가 의료기관평가인증제 전환을 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 도출 등 의견수렴이 부족한 상태에서 현행 의료기관평가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문제와 쟁점사항을 먼저 해소할 것을 주장하며 의료법 개정안의 졸속적인 추진을 경고해 왔다.


특히 전체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민간의료기관들인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병원이 수익을 추구하고 있고 환자 이용자 중심의 의료 환경이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있는 의료기관 평가제도가 요구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해 왔다.


이미 자율 평가를 운영하던 외국의 경우에도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이고 자율적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선진국 대다수의 의료기관들이 인증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강력한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이 기존 의료기관 평가 제도를 후퇴시키고 국민 알권리 보장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의료기관 평가제도의 원칙과 기준에 반한다는 점에서 이의 반대 입장을 밝힌다. 아울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의료법 개정안의 재검토를 통해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가 병원협회 등 의료공급자조직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와 병원의 실질적인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평가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심사하여 바로 잡아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한국백혈병환우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