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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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모금기관 복수화 주장은 사태를 왜곡하는 시대착오적 발상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잇단 비리가 밝혀져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기부자들의 나눔으로 복지사업을 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법정 모금창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공금유용과 성금분실 등 각종 비리와 부정행위가 감사원과 복지부 감사에 의해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경실련은 이번에 밝혀진 비리나 부정행위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이미 상당기간 진행됐고, 다른 부정사건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도덕불감증의 결과로 인한 범죄라는 점에서 그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특히 공동모금회와 같은 사회복지기관은 다른 공공기관보다 높은 도덕성과 엄격함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공동모금회에서 모금하는 기금의 출발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이고 불우이웃돕기사업은 민간이 자발적으로 모금해서 우리 사회에 가장 소외된 사람 그리고 가장 위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전달되어야 할 지원이나 도움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파렴치한 행위가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이 아직도 열악한 상황에 있음을 고려할 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 역할과 배분의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일로 몇 가지 우려되는 문제가 있다.

첫째, 민간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규모가 3,000억에 달하고 개인 기부액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민간사회복지사업으로 성장하며 국민의 기부 문화를 변화시키고 사회복지에 대한 성숙한 의식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불거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각종 비리행위로 국민의 부정적 시선과 불신이 커지면서 기부에 대한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연말 모금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일부 사업이 재정난으로 좌초 위기를 겪고 있으며 연말연시에 본격적으로 벌이는 모금 활동 캠페인도 모금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한다. 자칫 공동모금회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그간 어렵게 축적해온 기부문화의 사회적 성과가 후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둘째, 더 큰 문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를 계기로 정부가 전문 모금기관을 양성해 현재의 독점체제를 다양화하고 이후 ‘복수 모금회’의 명분과 근거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번 일로 국민들의 상실감이 커질 무렵 모금단체 간 경쟁을 유도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의료 구제 목적의 모금단체를 따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 법안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개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모금기관의 복수화는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복지부의 통제하에 마치 정부 예산의 일부인 것처럼 사용하던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공동모금회의 비리문제가 마치 모금기관의 복수화로 해결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으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주장이며 복수의 공동모금기관을 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제2, 제3의 기관이 생겨난다고 해도 회계부정과 투명성의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국민 개인과 단체 및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혼란스럽게 될 것이며 기부의 압력이 가중되거나 같은 액수를 여러 기간에 나누어 기부하게 되어 국가 전체적으로는 같은 모금액 총량에 관리비만 더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모금회를 쇄신해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며, 사태를 기회로 현실을 왜곡하는 모금기관의 복수화는 시기상조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셋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번 비리사건을 계기로 자체 쇄신안을 마련해 부정행위를 처벌하고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였다. 내부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시작으로 ‘시민감시위원회’를 구성해 시민감시 기능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온라인 피드백 서비스’ 제공,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시민감시와 투명성 강화 및 자정능력제고를 위한 쇄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동모금회가 내놓은 자체쇄신안은 모금 이후에 자세한 기부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외부의 피드백이 전혀 되지 않는 현재보다는 조직 활동의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나은 방안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발전방안이 요구된다. 시민감시위원회는 인적구성에 따라 외부감시 기능이 좌우될 수 있으며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만 그때그때 벌하는 단편적인 대책의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실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번 비리사건과 관련해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사죄할 것과 비리행위에 대한 적절한 징계와 처벌로 위법행위에 대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눔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공동모금회의 근본취지를 살려 지금의 위기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 나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상임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최고 의결기구는 2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이고 이를 대표하고 나아가 공동모금회를 대표하는 자를 회장으로 정하고 있지만 회장과 이사회 모두 비상근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형식화될 수 있고 잘못하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이 다른 기구에 의해 행사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비상임직으로 되어있는 회장을 상임으로 전환해 회장이 기관의 전반적 업무를 파악하여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상근으로 업무를 보는 현 제도 하에서는 업무 파악과 감독을 충분히 하기 어렵고 비상임직인 회장과 이사회가 공동모금회 운영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책임을 갖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회장이 비상임으로 되어있어 자기본업을 갖고 공동모금회 업무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2.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의 경영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연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과 같이 임기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공동모금회가 주인이 없는 단체라 할 수 있고 공동모금회의 장기적 비전과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어렵다. 회장에 대한 성과평가는 사업목표 대비 달성정도나 사업계획서와 연말실적을 대비해 평가하는 등 업무성과에 대해 객관적 기준을 통해 외부인사를 포함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한 평가주체를 구성해 평가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사가 임원직을 맡고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나 임기가 제한돼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한번 거쳐 가는 곳으로만 여겨 나눔문화와 공동모금회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갖고 책임성 있게 일을 추진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회장은 중임 등의 임기 제한을 철폐하고 객관적인 경영평가를 통해 능력 있고 추진력을 갖춘 명망 있는 회장이 지속적으로 공동모금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회계관리 시스템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하여 공동모금회 업무와 재무관리 등이 중앙회 및 지회와 연계되어 관리,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3년 전에 이 제도 도입이 제안되었으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도입을 보류하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ERP 체계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공동모금회의 비용지출이 모금액의 10%로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되고 그런 제도 도입을 위해 많은 비용을 쓰는 것이 감사와 국민들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는 두려움 때문에도 제도 도입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RP 체계는 단순한 재무관리체계만의 효과 외에도 여러 가지 경영 정보 관리와 경영 합리화에도 중장기적으로 큰 이익이 되고 새로운 경향의 경영정보 체계를 구축하여 전국적 연계가 필요한 업무에 활용하는 것으로 타당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재무관리와 경영합리화에 크게 이득이 될 것이므로 제도 도입 비용을 감독관청(복지부)이나 국민여론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이 비용은 전체관리비용 10% 사용에 묶이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4. 회계책임자 및 직원에 대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직원의 전문성과 윤리성 강화를 위한 교육 계획이 확실히 수립되어 있지 않고, 그 중요성도 크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지식과 도덕성을 갖춘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적인 직원훈련을 통해 전문성과 윤리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5. 지회의 모든 직원 채용에 중앙회의 관여를 늘리고, 중앙회 및 지회 모든 임직원에 대한 윤리강령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지회의 모든 직원 채용에 있어 중앙회의 관여를 강화해 최소한 지회의 직원 채용 관련 서류 심사 결과를 중앙회가 재검토한 후 지회장 주관으로 채용토록 할 필요가 있다. 인사에 대한 중앙의 관리감독을 강조해 지역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사비리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직원의 교육훈련과 함께 임직원에 대한 윤리강령을 강화해 회계 및 기타 업무의 부정행위시 변상 및 해고 조치 등 적절한 처벌과 필요한 경우 형사고발까지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공동모금회의 관리운영 비용에 대한 사용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대로 전체 모금총액의 10% 이내 사용한도는 다른 민간모금기관이나 모금액에 대한 사용한도액이 낮기 때문에 상향조정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제25조)’은 기부금품모집과 모금회의 관리․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직전 회계연도 모금총액의 100분의 10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반면, 다른 기관의 기부와 관련해 규정하고 있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제13조)’에서는 기부금품의 규모에 따라 100분의 15 이내의 범위에서 기부금품의 일부를 관리운영 등 필요한 비용에 충당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타 법률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며 공동모금회만 10% 상한선으로 제한하는 것은 기관의 발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공동모금회 역시 사회복지법인이나 민법상에 근거를 갖고 기관을 운영해 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용 사용한도액을 다른 기관보다 낮추는 것은 타당성 없는 규정이다.

 

또한 모금기관에 능력 있고 도덕성을 갖춘 직원을 채용해 모금과 배분의 성과를 높일 수  있으려면 적절한 처우와 훈련, 여러 가지 설비 등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공동모금회의 직원에게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모금회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업무에 있어 자원봉사자 수준이 아닌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비영리마케팅을 하는 전문가들이 공동모금회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더 많은 모금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상당한 정도의 모금비용이 필요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모금액을 증가시키고 유능 인력을 유인해 더 많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으려면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은 관 주도의 성금모금 및 관리운용을 지양하고 민간단체가 이웃돕기성금을 직접 모금․배분 및 관리함으로써 민간의 사회복지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법률 제정 당시 관 주도 모금 체계의 문제점이 나타나 민간으로 주체를 넘긴 것이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여 민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개정된 바 있다. 이렇듯 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영역에서 나눔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발전돼 왔으나 복지부의 주장대로 모금기관을 복수화 한다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며, 민간영역에 정부가 개입하게 됨으로써 자율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법 제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모금기관 간 경쟁으로 모금시장이 축소되거나 모금규모에 비해 사업비의 지출이 증가할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임을 재차 강조한다.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