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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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의약품 재분류와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제안

– 의약품 재분류는 일반약 약국외 판매의 선행조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1일(화) 중앙약사심의원회에서 의약품 재분류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의약품 재분류는 2000년 의약분업 출범 당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이후 10년 넘도록 재분류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의 인식과 괴리된 의약품 분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의약품의 재분류가 이뤄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약사회가 여전히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과 불편함을 폄하하고 안전성을 볼모로 무조건 일부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반대하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해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며 일반약 약국외 판매의 선행조건으로 내걸고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실련은 지금과 같은 방식의 논의가 진행되면 의약품 재분류가 이뤄지는 기간까지 끝없는 논쟁으로 시간만 지연시키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라는 본래 목표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의약품 재분류 결과 또한 단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율조정만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직역이기주의만 극대화하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경실련은 의약품 재분류는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를 위한 선행조건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의사-약사의 이해관계나 직역 이익의 크기에 따른 논의로 귀결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는 방향의 재분류 논의가 되어야 함을 다시 강조한다.

 

아울러, 이와 별도로 국민의 자기결정권 확대와 의약품 접근성 제고 방안을 오랫동안 고민해 온 경실련은 이번 재분류 논의과정을 통해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우리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낙태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안전한 낙태정책으로의 전환과 낙태예방의 실천적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요구하며, 이번 의약품 재분류 논의에서 적극 반영할 것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간 낙태는 여성의 건강측면 보다는 윤리적, 법적 측면에서 금기사항으로 다루어져 왔다. 지난 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낙태단속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산부인과 의사간의 낙태 논쟁과 낙태시술을 한 의사들을 고발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이는 낙태를 줄이기보다 낙태를 더욱 음성적으로 만들면서 낙태비용에 위험비용까지 부과되어 낙태비용이 고가화 되거나 무면허시술에 의해 자료구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중국 등의 원정낙태 알선이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를 확산시켰다.

 

문제는 100% 완벽한 피임방법은 없고 불가피하게 원치 않는 임신이 되는 것이 현실임에도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상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되지 않아 불법적인 시술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히 저소득층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의 경우 낙태 음성화에 따른 위험성뿐만 아니라 고비용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고 더 나아가 낙태비용 마련을 위한 추가적인 2차 범죄가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낙태규제정책은 낙태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기 보다는, 오히려 규범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궁극적으로는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에는 관련학회 및 종교단체, 여성단체 등의 입장이 서로 달라 갈등만 심화되고 있어 사실상 법 개정도 용이치 않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무조건적인 낙태규제만을 되풀이되는 것은 저소득층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의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실제 건강권 측면에서 다각적인 예방정책으로 전환이 요구되며 이에 실천적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반의약품 전환을 제안한다.

 

안전한 낙태에 대한 지원정책과 함께 다각도의 예방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원하지 않는 임신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낙태예방을 위한 피임 관련 정책개발도 필요하며, 낙태로 인한 여성의 건강 침해 및 낙태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의 문제들을 상당히 덜어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실제적인 피임교육 및 피임 접근성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미성년자의 경우 피임도구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한 정보제공과 이용접근성을 가능하게 해야 하고, 사후응급피임약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미국 FDA는 1999년 Plan B 사후응급피임약을 승인하였으며, 2005년 미국의 산부인과학회나 소아과학회는 안전성과 효과성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약국판매를 지지하였다. 2010년 8월 새로운 사후 피임약 ‘엘라’(Ella)를 승인하였는데, ‘엘라’는 기존의 사후 피임약인 ‘플랜 B’보다도 효능도 훨씬 좋은 획기적인 피임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사후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후응급피임약의 경우 최대 72시간(3일) 이내 복용해야 하고 12시간 이내 가능한 빨리 복용할수록 응급피임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이 시기를 지나게 되면 중절수술이나 미혼모 출산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중절수술의 후유증으로 이후 임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사후응급피임약은 복용하는 시기에 의사의 진단보다는 소비자의 판단으로 복용의 필요성을 여부를 결정하는 특성이 있으며, 반면 부작용은 경미하여 소비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핀란드, 스페인, 스웨덴, 호주, 중국, 뉴질랜드 등 외국에서는 낙태예방 방안으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사후응급피임약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약국에서 시판되고 있으며, 일부 연령제한(미국의 경우 17세 이상, 캐나다의 경우 연령제한 없음)을 두고 있다.

 

다시 강조하건데, 원치 않는 임신과 그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을 줄이는 낙태예방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는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한 홍보와 접근성의 제고를 위해 복지부에 정책전환을 요구하며,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촉구한다. 만일 사후 응급피임약의 무분별적 오남용의 우려가 문제된다면 사후응급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는 적응증 및 효과에 대한 사전 교육, 홍보 및 약국 판매시의 약사에 의한 복약지도 등 관련 매뉴얼화 되어 있는 가이드라인을 전문가 단체 및 정부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