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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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경실련 의견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어 온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란은 한편으로 우리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삶의 고단함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다른 한편으로 우리 대학교육의 구조적인 문제와 기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사태로 볼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대학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간주된다.

 

실질 구매력을 기준으로 대학 등록금 액수가 국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미국 다음으로 높은 세계 2위를 차지하며, 중류층 가계 소득에서 대학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보다 훨씬 높은 세계 1위이다. 이처럼 값비싼 대학등록금을 지불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상당수의 학생들은 무직 상태로 지내거나 88만원 세대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한편으로 대학들은 세계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명문으로 물가상승율의 2배에 가까운 등록금을 해마다 올리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해마다 상당액의 적립금을 축적해가고 있다(2009 회계연도 1년간 적립금 규모는 1조 7,621억원이며, 누적 적립금은 9조 2,067억원임).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학교육을 오로지 개인의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전제하고 대학교육의 재정부담을 전적으로 개인(학생과 학부모)에게 지우면서 대학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을 소홀히 해 왔다. 대학 역시 등록금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과 부담은 외면한 채 외부의 각종 대학 평가를 의식한 건축 경쟁, 외형 키우기 등의 과당 경쟁에 몰두하면서 이에 대한 비용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전가해왔다.

 

이처럼 대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임계점을 지나 성난 화산처럼 분출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적인 발언만을 일삼고 있으며,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기보다는 ‘반값 등록금’ 논란을 적당히 피해가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정부는 오늘(23일) 중으로 국가재정과 대학부담금 등을 포함해 총 2조원을 내년에 투입해 2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학에 한해 재정 1조2천억원을 투입, 고지서상의 등록금을 10% 인하하도록 하는 한편 소득하위 20%에 대해 정부가 3천억원, 대학이 5천억원을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정부와 여당의 대책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적 목표와 계획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단기적 처방 몇가지 만을 내놓고 있는 것이어서 반값 등록금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명목 등록금 10% 인하를 한다고 하더라도 등록금 액수가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실제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또한 상위 5%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등록금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소득 하위 20%까지만 장학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 역시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등록금 부담 완화의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경실련은 ‘반값 등록금’ 논란을 계기로 우리 대학교육의 구조와 운영, 재정 지원 방식 등 전반적인 문제를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와 여당이 진정으로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를 알고 있다면 땜질식 처방을 통해 당장의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보다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기 위한 중장기적인 목표와 단계별 실행계획, 일정을 제시하고 이를 집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경실련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의 ‘반값 등록금’ 논쟁은 정치권의 총선, 대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될 것이며, 그렇다고 ‘반값 등록금’ 요구를 일부 좌파들의 극단적인 요구라고 물타기하면서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회피하려고 해서도 안될 것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 대학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둘째, ‘반값 등록금’ 문제의 해법은 ①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 액수 자체를 낮추는 것과 동시에 ②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대폭 확충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 액수 자체를 낮추어야 한다는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으며, 등록금 액수가 낮아지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등록금 액수 자체를 낮추는 ‘반값 등록금’ 방안을 우리 대학교육의 재정지원 정책의 중장기적 목표 즉 지향점으로 삼되, 중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확보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반값 등록금’ 정책을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이 20년에 걸쳐 실현된 것처럼(1985년 도서·벽지에서 시작하여, 1994년 읍·면 지역까지 확대되었고, 2002년부터는 시·광역시·특별시에까지 학년별로 확대되어 2004년 전국민 9년간의 의무교육이 실현되었음.), ‘반값 등록금’ 방안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인 정책을 먼저 수립하고, 완전 시행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2012년을 ‘반값 등록금’ 실현의 원년으로 삼아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해나가야 하며 정부는 단계별 계획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해야할 것이다.

 

넷째, 등록금 액수 자체를 낮추는 ‘반값 등록금’ 정책과는 별도로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을 대폭 확충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학 등록금을 낮추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여전히 대학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없는 계층이 존재한다. 이들이 등록금 걱정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장학금(need-based scholarship)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반값 등록금’ 재원과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 재원은 대학교육과 대학교육의 과실을 누리는 국가, 대학, 기업,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분담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일단 GDP 0.6%에 불과한 대학지원 예산을 GDP 1.0%로 늘릴 필요가 있으며, 대학은 자구노력을 통하여 등록금을 인하하고 장학금 재원을 늘리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대학교육의 과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누리는 기업이 더 많은 대학 기부를 할 수 있도록 기부 관련 각종 제도를 개선하고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국민의 혈세인 공공재원이 재정이 부실하여 빈사상태에 있는 또는 회계가 투명하지 못한 부패한 대학에 지원되지 않도록 대학의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학령 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대학 전체의 정원을 일정 비율 감축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학생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대학을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함과 동시에 투명성을 높이려는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실련은 이번 ‘반값 등록금’ 논란을 빌미로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동시에 우리 대학(특히 사립대학)의 재정이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사립대학의 적립금 문제를 포함하여 사립대학의 재정이나 회계와 관련해서도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각 대학의 재정 상태나 회계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개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대학의 특수목적이나 발전계획에 따른 자율적인 기금 적립의 결과이기 때문에 정부가 사립대학의 적립금 규모나 유형에 대해 이런 저런 방식으로 개입해서는 안되지만, 적립금의 확보와 활용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회계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때 국민들은 비싼 등록금이 사립대학 적립금으로 전환되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며, 정부는 이를 계기로 사립대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이러한 해법은 악순환의 고리를 강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사립대학의 적립금의 문제도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재정이나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끝.

 

[문의 : 정치입법팀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