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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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의약품 약국 외 판매 추진과 최근 논란에 대한 경실련 입장

– 자가치료가 가능한 가벼운 증상에는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 이분법적인 사고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나누는 편가르기에 반대한다
– 의약품 선택권이라는 국민 요구를 직역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주장으로 흔들어서는 안된다.

최근 정부가 일반의약품 44개 품목에 대해 소매점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 전환을 결정한데 이어 일부 전문의약품에 대한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논의가 이뤄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8일 복지부는 44개 품목에 4개를 추가하여 의약외품 전환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오는 7월 1일엔 3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약국 외 판매 의약품과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실제 국민이 필요로 하는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 방안은 이제부터 논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약사법 개정을 통한 소화제, 해열진통제, 감기약 등 상비약 약국 외 판매가 이뤄지는 것은 각종 이권을 앞세워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디로 귀결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그 본질을 벗어나 종편 먹여 살리기식 정치적인 주장과 의료민영화 운운하는 꿰맞추기식 방법으로 상비약 약국 외 판매 운동의 정당성과 정체성까지 훼손하는 등 위험수위를 넘어서 많은 혼란을 낳고 있다.

 

경실련은 앞으로 논의할 의약품 약국외 판매 방안은 자가치료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우선순위를 두고 국민 의약품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논의의 중심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상비약 약국외 판매에 대한 오랜 국민적 요구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왜곡시키며 일부 문제를 확대해석하여 의도적인 주장으로 본질을 훼손하는 작금에 상황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며 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자가치료가 가능한 가벼운 증상에는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약품 약국 외 판매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제자리걸음만 해 왔던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지금의 억지주장이 현실을 안일하게 보는 것일 수 있고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이해관계자 모두 각종 이권 챙기기에 혈안이 되면서 여러 가지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는 지난 10년 넘게 의약품 구매에 대한 국민 불편 해소 요구와 접근성 제고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따른 것으로 경실련이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고 특정 이해집단에 의한 이권 경쟁이나 정치적인 주장에 의해 왜곡되거나 외면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현재 모든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를 독점하고 있어 약국이 없거나 문을 닫으면 간단한 약품조차 살 수 없고 소비자들은 가벼운 질환에도 간단한 약이 없어 값비싼 병원비를 들여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병원 주변으로 이동하고 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문을 닫는 약국이 늘고 지방에서의 약국 수 감소로 약 이용의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국민 불편함을 더 호소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실련은 2006년부터 안전성이 검증된 상비약 수준의 일반의약품에 한해서는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판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의료가 일부 전문인에 의해 독점되면서 전문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국민 스스로 자가치료가 가능한 가벼운 증상에는 직접 선택하고 국민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건강에 대한 자기 결정권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스웨덴, 호주, 대만, 일본 등 많은 선진국에서도 일부 일반의약품을 소비자가 소매점 등에서 자유롭게 구입하고 있다.

 

2. 이분법적인 사고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나누는 편가르기에 반대한다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국민의 편의성 중 무엇을 우선에 둘 것인가이다. 하지만 이는 이분법적으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접근성 그리고 비용, 이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를 반대하는 측은 이분법적인 사고로 안전성을 버리고 편의성만을 쫓는다는 단순한 사고를 통해

편가르기를 유도하고 있지만 국민의 판단이 그렇게 쉽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실련이 약국외 판매를 요구하는 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전부가 아니라 소화제, 해열진통제, 감기약 등의 상비약 수준이고 소비자들은 이미 특별한 복약지도 없이도 상비약을 복용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과 일반약 분류기준을 살펴보더라도 일반의약품은 오·남용의 우려가 적고 부작용이 비교적 적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으로 주로 가벼운 의료 분야에 일반국민이 자가요법으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더욱이 약국 외 판매를 요구하는 상비약은 가정의 약 90%가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4월 경실련이 전국 약국실사 결과 95%이상의 약국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팔고 있고 자가치료를 행하고 있는 의약품이다. 또 이러한 상비약을 약국 외에서 판매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복약설명서를 개선하고 포장 단위의 제한 및 유통기한에 대한 표기, 구입연령제한 등의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상비약을 전체 일반의약품으로 확대해석하여 모든 약의 안전성을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도 없고 국민이 바라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카스에 포함된 무수카페인이 콜라보다 많고 심장 등에 무리를 줄 수 있어 드링크 제품조차도 약국 외 판매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식은 곤란하다. 박카스 한 병에 포함된 카페인이 약 30㎎으로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300mg의 10% 정도에 불과한데도 모든 커피를 약국에서만 팔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주고 직접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이 때문에 경실련은 국민의 건강을 의사와 약사 모두 약 처방이나 판매와 관련한 이권의 문제로 삼지 않도록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도록 이를 요구해 온 것이며, 이는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다. 

 

3. 의약품 선택권이라는 국민 요구를 직역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주장으로 흔들어서는 안된다.

오랫동안 국민들이 요구해 온 상비약 약국외 판매 문제가 직역단체의 밥그릇 싸움에 휘둘리는 것도 걱정스럽지만 국민요구를 제멋대로 해석하며 정치적인 주장까지 덧입히는 과도한 논리전개는 국민을 얕보는 것으로 너무 억지스럽다.

현재 일반의약품의 방송광고는 허용되고 있다. 이번에 소매점 판매가 가능해진 48개 의약외품은 이미 방송광고를 해 온 제품들로 오히려 성분 효능이 비슷하고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유명제품의 경우 대부분 빠져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생산실적이 없거나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고 박카스를 제외한 생산액은 123억원에 불과하여 약국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크지 않다. 더욱이 의약품 재분류가 10년 전 분류체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의사와 약사의 팽팽한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어 재분류 논의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면적인 재분류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의약외품 전환 품목 등 소매점 판매가 이뤄지는 품목과 규모 수준에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대상과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 경실련 조사결과 전국 50개 다소비일반의약품의 가격이 평균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한 동일제품임에도 지역간  3배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의약품 가격과 유통구조가 결코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공급과정이 제약사와 병원, 약국의 직접 계약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공급과정에서 고질적인 불법리베이트로 인한 국민적 피해 역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재분류 논의를 통해 일반약으로 전환되는 품목이 생기고 이를 통해 일반약 방송 광고시장이 기존보다 늘어난다고 해서 이를 부풀려 종편 먹여 살리기 위한 광고시장 확대 논리로 몰아가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미 경실련은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시장 확대를 위해 전문의약품, 의료기관 등의 광고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을 때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산업논리의 잣대로 광고 늘리기에만 급급한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덧붙여 의료민영화 운운하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과 국가책임을 강조해 온 경실련이 의료를 민간 자본이나 재벌에 맡겨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데 반대하며 확고한 태도와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더 궁색할 뿐이다. 이는 자신들의 반대 명분을 찾기 위해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요구해 온 경실련까지 이에 꿰맞춰 흠집내기를 하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만일 이러한 옹색함이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감추기 위한 포장술에 지나지 않는다면 국민의 오랜 요구를 무시하는 어리석음이거나 오만함에 다름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수 년 동안 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해 활동한 경실련은 2007년 공청회를 기점으로 각계와의 다양한 토론 및 정부에 수차례에 걸친 정책제안 등의 일을 본격 추진하고 선진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였다. 2008년도에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한 품목을 제안하였고, 같은 해 최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의견과 의약품 조정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꾸준하게 활동을 전개해 왔다. 올해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한 경실련 전국운동을 선포한 이후에는 특수장소에서의 의약품 지정현황과 전국적인 약국실사를 통한 심야응급약국 운영실태 및 복약지도 현황, 전국 지역별 50개 다소비 의약품 가격 실태조사 등을 발표하고 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청원운동에 집중하였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이 모든 과정과 노력을 외면하고 반대를 위한 명분 쌓기에 급급하여 정치적인 주장으로 포장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행보로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정중히 요청한다. 만일 이와 같은 억지주장으로 상비약 약국 외 판매 운동의 정당성과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이 반드시 뒤따르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이제 경실련은 그간의 논란을 지켜보며, 정부가 갈팡질팡하며 오락가락한 사이 온갖 명분과 실리를 갖춘 이해관계자들의 이권 챙기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아울러, 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통한 국민선택권 그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과 국민선택권은 그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다시한번 국민의 건강은 직역의 이해관계에서 해결되지 않고 전체적인 국민보건의료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드시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 재차 촉구한다. 끝.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