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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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미룰수 없다

병원과 의사 밥그릇 챙기기에 건정심 합의 번복한 의협은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자격없다

 

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기자회견에서 포괄수가제 반대입장을 공식화한데 이어 24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 의결에 반발해 탈퇴의사를 밝히고 퇴장했다. 포괄수가제는 백내장·맹장·제왕절개 등 7개 수술을 할 때 진료량·입원일수에 관계 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2002년부터 원하는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동네의원은 83.5%, 29병상 이하 병원급은 40.5%가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빠져 있는 의원 415곳, 병원 269곳이 7월부터 의무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의협은 의료의 질만 떨어뜨려 국민의 선택권과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 주장하나 속내는 포괄수가제를 의무 적용하려면 의료수가를 인상하고, 과소진료 방지를 위해 의사의 진료비를 분리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국민건강을 볼모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더 많이 챙기려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에 시민단체 및 건정심 가입자단체는 건정심의 합의과정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이해득실에만 급급한 의협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자격이 없으며,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1. 건정심 함의과정 무시한 의협, 국민건강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자격 있나?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는 1997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이후 2002년부터 선택적용해오고 있다. 포괄수가제란 의료 서비스 각각에 진료비를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가 과잉진료를 유도하여 건강보험재정과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진료내용이 유사한 입원 환자군에 대해 사전에 정한 금액을 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선택적 적용을 허용하면서 행위별 수가제보다 30% 수가를 인상했음에도 의원의 83.5%, 병원의 41.1%만 참여하고, 정작 환자쏠림현상이 심각한 대형병원과 종합병원의 참여가 저조하여 반쪽자리 제도가 되었다.

 

이에 지난해부터 보건의료미래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포괄수가제 발전협의체 등에서는 포괄수가제의 당연 적용을 권고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병원협회 대표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의료계가 포함된 포괄수가발전협의체를 구성해 현재까지 7차례 운영해 포괄수가 적정수가 산출방법, 환자분류체계의 개선, 포괄수가 급여적정성 질 평가지표 등을 도출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당연 적용 시행시기와 추진과제가 담긴 발전방안을 의결했다. 올해 7월부터 병·의원급에서 모두 시행되고,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까지 확대될 예정인데 그 추진 직전에 의협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의협은 포괄수가제 논의 과정에 참여하고, 추진에 합의했다. 그런데 최근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이를 번복하고 의료의 질 저하와 진료선택권이란 구태의연한 논리로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제도 시행을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 의협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실망감을 금할 수 없으며, 과연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의협이 국민의 주요 건강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인 ‘건정심’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우려스럽다.
 
의협은 건정심 탈퇴 발표에서 건정심 구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공급자 8인 중 의사를 대표하는 위원은 3명(의협 2인, 병협 1인) 뿐이며, 노사가 일대일 동수로 협의구조를 갖추듯 건정심도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각 단체와 정부가 일대일 협의체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정작 건강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민들은 무시한 발언이며, 국민건강을 볼모로 최대한 잇속을 차리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간 공급자단체들은 이번 포괄수가제 외에도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시행 등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합의된 이후에도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 협의체 내의 기본 신뢰마저도 몇 차례 무너뜨린 바 있다. 따라서 건정심의 결정은 온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해당사자인 공급자가 정책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건정심은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8명, 공급자 대표 8명(의사 3명, 치과의사 1명, 한의사1명, 약사 1명, 간호사 1명, 제약사 1명), 공익대표 8명 등 각 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체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3명이나 참여를 허용하여 오히려 의사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구조이므로 가입자 단체에서는 그동안 의사를 1명으로 줄이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의 이번 주장은 적반하장격이다. 

 

포괄수가제 당연지정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노인인구의 증가, 의료서비스 이용의 증가 등으로 인해 앞으로 진료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포괄수가제의 선택참여 방식에서는 병원의 평균진료비 수준이 포괄수가의 수준보다 낮으면 참여하고, 반대로 높으면 참여하지 않는다. 즉 병균진료비 수준이 높은 대형병원들은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면서 계속 의료서비스를 늘려 수익을 올리려 하게 되고,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는 한 포괄수가제가 실효성 있게 정착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예정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나아가 전체 의료비 지출의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 조절할 수 있는 총액계약제( 또는 총액예산제) 도입을 본격 검토해야 한다.

 

의료계는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행위별수가제와 반대로 과소진료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포괄수가제를 당연적용하는 경우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은 마치 당연적용 시에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는 예고로 들린다. 포괄수가제는 이미 행위별 수가제보다 30% 인상된 가격으로 의료비가 지불되고 있다. 적합한 질의 진료를 행할 의무를 진 의료계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 정부는 포괄수가제 시행에 포괄수가제 적용 환자의 의료서비스 질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대책들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포괄수가제는 이미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늘어나는 의료비를 적정하게 관리하여 건강보험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는 제도이다. 이번 의협의 일련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과연 국민건강을 책임질 의료정책 결정과정인 ‘건정심’에 이익단체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강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간의 합의과정을 부정한 채 국민건강을 볼모로 의료수가를 올리려는 의협의 이기적인 모습에 국민의 실망은 극에 달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의협의 건정심 탈퇴 발표 이후 22명의 건정심 위원들은 포괄수가제 당연지정제 시행과 의협의 건정심 참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의협의 행동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은 다행이다. 건정심은 이미 합의된 포괄수가제가 흔들림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정부는 안정적인 건강보험제도 운영을 위한 대책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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