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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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는 이미 유출된 전 국민의 주민번호를 방치하겠다는 것인가?


– 안전행정부는 주민번호 전면 개편을 수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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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주민등록제도 개선을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번호의 전면개편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혼란과 불편이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우리는 유정복 장관이 전 국민의 주민번호 유출에 따른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 언제까지 땜방식 처방에 머물 것인가? 안전행정부는 이미 유출된 주민번호의 폐기를 전제로 개편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유출된 주민번호에 대한 대책이 없다 

안전행정부는 이미 주민번호가 유출된 국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유출된 주민번호는 정보주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명의도용 등을 위해 이용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민번호를 변경해달라고 청원해왔으며, 이와 관련된 소송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민병두, 진선미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주민번호가 유출된 경우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황이다. 안전행정부는 이미 유출된 주민번호에 대한 대책이 마련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의 통과에 협조해야 한다. 

현행 주민번호 체제 유지가 사회·경제적 비용과 혼란을 키운다 

안전행정부는 주민번호 전면개편을 주저하는 이유로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혼란과 불편”을 들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비용과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는 주민번호 전면개편을 주저할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선 현행 주민번호 체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혼란과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개인정보 대량유출사고 이후, 카드 재발급에 든 비용만 500억이 넘는다고 한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 국민의 주민번호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고, 유출된 주민번호가 중국 등지에서 팔리고 있으며, 명의도용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고려할 때, 안전행정부의 안일함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과 혼란을 야기해왔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주민번호 체제개편을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된다. 

주민번호제도 전면개편으로 인한 비용은 향후 신뢰성있는 정보사회 구축을 위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할 비용이다. 안전행정부가 공언한대로 주민번호의 사용을 제한한다면, 기존에 주민번호를 사용하고 있던 민간 사업자들은 어차피 자신들의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안전행정부가 여전히 통신, 금융 등 민간에서의 주민번호 사용을 허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주민번호제도의 전면개편과 무관하다. 

정부 시스템 역시 안전행정부가 주민번호와 연계된 대체수단을 만들든, 주민번호 자체를 없애고 다른 번호로 대체하든 기존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안전행정부가 현행 유지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감당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그러나 유출 주민번호에 기반을 둔 ‘대체 수단’은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 

비용과 혼란의 문제는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완화할 수도 있다. 민병두,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은 주민번호의 변경을 요청한 사람 및 신생아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주민번호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김제남 의원의 법안 역시 5년 동안의 경과 기간을 두고 있다. 

주민번호는 어차피 바꿔야하는 체제다. 

현행 주민번호 체제는 2100년까지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주민번호 뒷자리 중 첫번째 숫자는 출생연대와 성별을 나타내는데, 1∼2번이 1900년대 출생 남녀, 3∼4번이 2000년대 남녀, 5∼6번이 외국인 1900년대 남녀, 7∼8번이 외국인 2000년대 남녀, 9∼0번이 1800년대 남녀로 되어 있어, 더 이상 할당할 수 있는 번호가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주민번호 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몇 십년 후에 다시 한번 주민번호 체제 변경을 위해 큰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주민번호 체제개편의 방향은 나와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오래 전부터 주민번호 체제개편의 방향을 제시해왔다. 첫째,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임의의 일련번호여야 한다. 둘째,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변경가능해야 한다. 셋째, 주민번호는 고유 목적으로만 엄격하게 사용이 제한되어야 한다. 넷째, 사회 각 영역에서는 목적별로 별도의 식별번호가 사용되어야 한다. 

안전행정부는 국민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도로명 주소에 대해서는 ‘불편과 혼란’이 있어도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도로명 주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주민번호제도의 문제 역시 우리 사회의 정보화가 더 진행되기 전에 조속히 해결해가야할 문제이다. 어떤 해외 선진국에서 번호 자체에 개인정보를 담고 있고, 평생 바꿀 수 없으며, 주민식별번호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나라가 있는가? 안전행정부는 ‘비용과 혼란’ 때문에 힘들다는 변명을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주민번호체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비용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14년 2월 18일 

‘주민번호를 바꾸자’ 공동대책위원회

경실련, 광주인권운동센터, 노동당, 소비자시민모임,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연구소 ‘창’,

인권중심 사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함께하는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