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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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토지공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지난 16일 건교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자산디플레 현상으로 현재의 경기불황이 복합불황의 우려를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소위 토지공개념 3개법안 등을 개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정부의 토지관련 정책이 지금까지의 규제위주 정책에서 탈피하여 부동산의 거래와 소유를 시장메카니즘에 맞기는 정책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경기부양효과를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훗날 다른 요인에 의해서 경기회복이 이루어질 때 과감한 규제완화로 인하여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어 다시금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동산투기가 만연하는 결과를 낳을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겠다. 

 또한 지금까지 어렵게 지켜온 그린벨트를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이를 허무는 것은 과연 이 정부가 환경정책에 대한 장기적구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국민적 의혹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따라서 경실련은 지금까지 토지투기의 억제를 목적으로 고안되었던 토지공개념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정립하여 국토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토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기반이 되는 개념으로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며 이번 건교부의 조치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이번 건교부 대책은 기본적인 발상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의 위축은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기에 들어서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틀을 개혁하지 않고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경기부양책으로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려 하는 것은 과거 정권이 갖고 있던 경제철학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발상이다. 

 또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규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수요가 없어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한계기업의 발생과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기업보유의 부동산 매물이 급증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로 인한 담보토지의 매각등이 계속되고 있으나 이를 살 돈이 없고 사봤자 남는 게 없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 및 공장용지 등의 수요 축소와 경제성장률 저하,실업률 증가로 인한 가계소득의 하락과 통화긴축 및 고금리로 인한 대출금리의 인상 등으로 주택에 대한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즉 수요가 기본적으로 줄고 있는 데 공급을 늘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른 대응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개혁의 속도를 빨리 하는 것이 바른 길이지 지금의 경제현실을 부동산 거품을 일으켜 해결하려고 접근하는 것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투기로 극복하겠다는 발상으로 신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로의 전환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다. 

 

 둘째,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반면에 그로 인한 부동산투기를 막을 대책은 전무해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그간 문제가 되었던 시장을 왜곡했던 각종 행정절차적 규제나 시장간섭적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정상적 시장거래질서를 확보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의 대외개방에 비추어 적절한 것이다.

 예컨대 분양가자율화나 면적제한철폐, 청약제도 개선 등은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또한 토지공개념 3개법안도 90년대 초반 부동산투기가 만연하던 시절에 일정하게 투기를 잠재우는 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어 가면서 정상적인 시장거래 질서를 왜곡하고 있는 점이 있고 또 일부 법의 경우에는 각종 편법으로 법의 실효성 자체가 약화되어 있으므로 이를 개폐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건교부가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논의되었던 종합토지세의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3개법안 입법 당시에도 거품경기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종토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게 되면 중산층으로부터 조세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우려가 3개법안을 도입하게 된 배경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에 대한 수요관리측면에서의 대책으로 종합토지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없으면서(예컨대 선진국 수준의 절반인 0.5%) 토지공개념 3개법안의 폐지 등 공급측면의 대책만 세우는 것은 향후 경기가 활성화 될 경우 부동산투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정책이다.

 

 셋째, 더구나 건교부의 이번 조치에는 임대아파트의 조기 분양 전환 허용이나 민영아파트의 전매금지 규정 폐지 등 주택사업자나 몇몇 투기꾼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은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IMF시대에 더욱 문제가 될 무주택자에 대한 보호 문제나 주택소비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치는 부족하다.

 

 시중에 돈이 없고 중도금의 대출금리가 급등하여 주택을 구입하려는 무주택자들은 시장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미분양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건설 쪽에 초점을 두는 정책은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한 주택성능보장제도 등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정책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건교부의 이번 조치는 투기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건교부의 이번 조치는 전면 유보되어야 하며 차제에 경실련은 토지공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토지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독일은 전국토가 그린벨트화 되어 있음에도 경제강국이 되어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토지공개념은 부동산투기, 토지의 소유를 통한 불로소득 확대에 대한 규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그린벨트 문제등과 함께 국토에 대한 개발계획과 환경보호라는 관점에서 토지이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어 왔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관점아래 국토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계획적 개발은 토지의 합리적 이용과 지속성의 유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만으로 불로소득을 획득하는 경제적 부정의를 없애야 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국토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계획된 개발이라는 내용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반면에 확장된 토지공개념을 실현하는 제도아래서 토지의 이용은 정상적인 시장거래 질서가 이루어지도록 행정적 규제와 시장간섭적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 

 그린벨트에 대한 소위 ‘합리적’ 구역재조정과 함께 토지공개념 3개법안의 사실상 폐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큰 주택 및 토지에 관한 각종 규제 완화조치 등 우리 사회에서 토지에 대한 공개념을 일부 구현하고 있던 각종 제도의 폐기가 건교부의 방침으로 결정되었다.

 경실련은 정상적인 시장거래를 막고 있는 규제를 개혁하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이번 건교부의 방침처럼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투기재발을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나중에 투기조짐이 있으면 그때 문을 닫으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로 세운 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같은 태도아래 세운 정책이라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땜질식 정책이며 경제운용의  주체인 기업과 가계가 늘 그같은 땜질식 경기부양정책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제활동 보다 투기적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오늘의  경제위기를 불러 왔다는 점에서 이번 건교부의 방침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경실련은 기본 발상에서부터 정책의 현실성까지 거의 모든 방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교부의 이번 방침은 즉각 유보되어야 하며 오히려 차제에 토지공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함을 강력히 촉구한다. 

 

                                      1998.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