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DTI 규제 더 강화해야 한다

홍종학(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소장,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는 어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전문가 의견 등을 더 들어본 뒤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필자가 시민단체 경실련의 부동산 대책 ‘드림팀’의 일원으로 DTI 규제 도입을 처음 주장한 것이 2004년의 일이다. 그 전해에 미국에서 집을 샀다가 파산한 교포를 우연히 만나 미국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소득을 까다롭게 따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곧 국내의 단기·변동금리·이자만 갚아나가는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이 바로 미국에서 대공황 이전 성행한 대출방식임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대출은 부동산 거품을 쉽게 조장하다가 거품 붕괴 시에는 은행과 건설사, 가계의 동반부실을 가져오는 무시무시한 대출행태임을 알게 되었다. 당국에서는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만 대출해 주는 이른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만 치중했지만, 대공황 당시 아무런 안정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은 섬뜩할 정도였다.


 2004년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대출도 급증했고 이는 곧 시한폭탄과 같았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식 장기고정금리 대출제도를 활성화시키면서 DTI 규제를 도입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거의 2년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노력 끝에 2005년 8·31대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청와대의 책임자에게 반드시 DTI 규제를 포함시키라고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끝내 DTI 규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다시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 잃고 나서야 뒤늦게 완화된 형태의 규제를 도입했다. 그 정도로도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금융시장의 붕괴위험을 크게 낮추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매우 위험한 상태다. 대부분 DTI 규제를 받지 않고, 단기 변동금리 대출도 크게 줄지 않았다. 그런데도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그동안 건설 광고 의존도가 높은 언론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이번 주 들어 갑자기 건설족과 투기꾼의 요구를 받아들일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불과 열흘 전 한국은행이 주택거래가 활발하지 않지만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음을 거론하며 기준금리를 높였음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중에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이 ‘거시 건전성 수단으로서 DTI는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DTI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규제를 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 가면 DTI가 세계의 모범이라는 얘기를 항상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금융경제학자가 공개적으로 이 제도를 인정한 것에 대해 감개가 무량하다. 그 어떤 관료도, 한국은행이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언론도, 그처럼 명확히 제도의 장점을 지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왜 그토록 이 제도에 비판적이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건설족에 포획돼 있기 때문이다.


 DTI 규제 완화 요구는 ‘일단’ 좌절됐지만, 건설족에 포획된 정치인과 관료, 그들에게 다시 포획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그 요구를 거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명심하라. 참여정부 당시 민심이반의 결정적 원인이 된 DTI 규제를 잘못 건드리면 이명박 정부와 한국경제를 거덜낼 수 있는 뇌관이 풀린다는 것을.


*이글은 7월 22일 경향신문 오피니언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