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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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G20 기획3] 장외파생상품과 사모펀드 규제


[금융상품의 발전으로 인한 리스크의 전이와 증폭]


 ETF, ELS, ELW, ELF 와 같은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것들은 모두 몇 년 전부터 경제신문을 달구고 있는 파생금융상품 용어이다. 이것 뿐 만 아니라 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투자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은행, 보험, 증권 간의 금융상품 전쟁이 벌어지며, 변액보험과 자문형 랩 어카운트 등 신종 금융상품들이 경제신문 지면을 뒤덮고 있다.


 Carey와 Stulz의 연구에 의하면 파생금융상품 등 신금융상품의 발달, 헤지펀드 등 새로운 시장참여자의 확대, 전자금융 등 신금융기술의 발달 등에 의해 금융시장에서 정보효율성은 눈부시게 개선되고 저축과 투자의 일체화가 촉진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정보가 빠르게 가격에 반영됨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재무건전성이 위험수준으로 악화되기 전에 새로운 정보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어 금융시장의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약화되었다.


 즉, 금융상품의 복잡성과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위험의 전이가 보다 빠르고 영향이 증폭되는 구조를 낳게 되었다. 우리와 상관없을 것 같았던 미국 은행의 파산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아시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만큼 그 위험성이 커지게 되었다. 우리는 이 같은 모습을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똑똑히 목격했다. 집을 담보로 시세의 거의 100%를 대출해주는 금융상품의 하나인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로 인해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 금융위기로 확대되었다.


[파생금융상품으로 인한 위험 및 피해 사례]


 IMF에 의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손실 추정금액은 약 1조 4천억 달러로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시 손실금액 4천억 달러의 3배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자산의 가격하락으로 인한 손실발생으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파산하거나 합병 등에 의해 상업은행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CDS 부실로 인하여 보험회사들도 막대한 손실을 부담하고 있다. 또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유수한 은행들은 막대한 손실발생으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등에 의한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핫 이슈였던 그리스 부도위험 또한 이 같은 파생금융상품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CDS(신용부도스와프, Credit Default Swap)라고 불리는 이 파생상품은 원래 위험분산을 위해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다. 쉽게 말해, 국가가 부도가 날 경우에 대한 보험의 일종인 셈이다. 그러나 원래 CDS가 탄생한 목적과는 달리, 투기적 자본에 의해 국가 부도위험을 키우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이같은 위험이 그리스 뿐만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칼,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전체의 경제를 파탄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스, 포르투칼, 스페인, 미국의 CDS 프리미엄 추이>



 이러한 파생상품의 위험은 다른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KIKO라는 장외파생금융상품에 의해 국내 중소기업의 35%가량이 직ㆍ간접적으로 2조 4천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액과 대기업 피해액까지 합한다면 10조원까지 추산된다는 전망도 있다. 태산LCD라는 건실한 중소기업도  부도의 위험을 넘지 못하고 도산 했고, 많은 피해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로 인해 현재 부도 위험에 직면해 있다.


[사모펀드의 위험 및 피해 사례]


 또한 금번 금융위기에서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유형인 헤지펀드의 유동성 경색이 금융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연구도 있다. 2007년 6월 이후 모기지증권을 유동화한 CDO에 과도하게 투자한 헤지펀드의 투자손실이 알려지자 투자자의 환매요구 및 프라임브로커의 대출금 상환요구가 증가하여 헤지펀드의 유동성 경색이 발생했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에 몰린 헤지펀드가 상대적으로 처분이 용이한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도하면서 글로벌 증시 급락을 초래했고, 또한 이러한 헤지펀드의 부실이 거래 금융회사의 손실확대 및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전체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이다.


<헤지펀드 규모 추이>




 국내에서는 일부 외국 사모펀드의 투기적 거래로 인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론스타, 소버린, 칼라일 등 외국 투기자본에게 국부가 수탈당했다. 론스타는 헐값에 외환은행을 인수하여 투자금의 대부분을 배당을 통해 회수하였으며,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하며 추가적인 매각 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을 과세하지 않는다는 제도적 헛점 때문에 이 같은 상당한 차익거래에 대해서 정당한 과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소버린 또한 7천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칼라일도 6천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얻었지만, 모두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금 및 회수금>




[금융자본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 노력들]


 이러한 파생상품과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인지한 각국 정상들은 G20의 조직을 통해 글로벌 금융규제 공조를 위해 의견을 나눴다. 1차 워싱턴 회의와 2차 런던 회의에서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의 방향을 잡은 뒤, 3차 회의인 2009년 피츠버그 회의에서 2012년까지 CCP(Central Counter Party, 중앙청산소)와 거래정보저장소를 설치하고 이에 대해 FSB(Financial Stability Board, 금융안정위원회)에서 각국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중앙청산소 도입을 통해, 참가요건을 정한 청산회원의 자격제한으로 보다 엄격한 관리가 가능하고, 증거금과 일일정산을 통해 위험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사전조치를 통해 결제불이행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거래정보저장소의 수집데이터를 통해 시장 전체의 거래량과 포지션 정보를 확인 할 수 있어 효율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바젤위원회에서도 은행의 자기자본 규제 강화를 위해 장외파생상품의 거래상대방 위험에 필요한 요구자본량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위험관리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2009년 9월, IOSCO(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ecurities Commissions, 국제증권감독기구)가 ‘증권화 시장 및 CDS시장에 적용될 규제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 파생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강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방식의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민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장외파생상품 인프라 개선 협의회’가 2009년 중 9차례 회의를 통해 장외파생상품 인프라 관련 13개 권고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을 개정(2010/3/12 개정, 6/18 시행)을 통해 장외파생상품 사전심의제를 도입했다. 일정한 신규 장외파생상품에 대해서는 거래에 앞서 금융투자협회 내에 설치된 장외파생상품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장외파생상품의 판매를 사전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사모펀드 또한 2009년 4월 런던 정상회의에서 헤지펀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를 이끌어 냈다.
  (1) 헤지펀드 또는 헤지펀드 운영자를 등록, 헤지펀드 등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레버리지 등의 정보를 규제당국에 공개해야 하며 헤지펀드의 적절한 위험 관리를 위해 헤지펀드를 감독대상에 포함
  (2) FSB는 헤지펀드의 법적 관할지역과 운용인력 소재지역이 다를 경우 헤지펀드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 감독을 위해 규제당국간 협력 및 정보 공유 체계 개발
  (3) 규제당국은 금융회사의 거래상대방이 헤지펀드인 경우 금융회사에 대해 이에 대한 효과적인 위험관리를 요구


 이에 따라 IOSCO가 6월, 헤지펀드 감독을 위한 6개 기본원칙을 제시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 감독을 위한 협력원칙 개발에 대한 추가적인 작업을 수행 중에 있다. 미국에서도 금융개혁법을 통해 헤지펀드에 대한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증권거래위원회) 등록 및 정보제공 요건을 강화하고, 은행의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투자를 3%로 제한하며 규제 강화에 나섰다.


[금융상품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국제적 공조의 필요성]


 그러나 G20에서는 런던 정상회의 이후 이 같은 논의가 크게 진전되고 않았다. 금융상품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여,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개발의제와 같이 금융규제와는 상관없는, 또는 금융안전망과 같은 사후적 예방조치 노력들로 G20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이 규제강화에 소극적인 모습은 비단 G20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외파생상품 거래잔액은 2009년 상반기에만 총 6,000조 원에 달할 만큼 장외파생상품시장의 결제불이행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이 굉장히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계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또 효과에 비해 투입되는 비용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파생상품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국내 장외파생상품 금융기관별 거래규모 추이>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도, EC에서는 대안투자 펀드운영자지침(AIFMs)을 발표하며 EU 회원국의 허가를 받은 펀드운영자(AIFM)만이 EU지역에서 펀드 서비스 제공 가능(펀드 운영자는 반드시 본점을 EU에 두어야 함)하게 하기로 논의 중에 있다. 즉, 제3국에서 설립된 펀드의 경우 EU 지역내 판매를 금지(단, EU의 규제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를 갖고 EU 또한 해당지역에 경쟁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에서 설립된 펀드의 판매는 허용)함으로써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해외자본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못 하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도 정부는 해외자본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여 규제강화에 매우 소극적이다.


 해외 사모펀드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개도국을 위해 EC에서의 조치와 같은 규제안들이 G20에서 강력히 논의되어야 된다. 금융산업이 많이 발전한 영국과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논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금융규제에 대한 국제 공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이 국제적인 공조 노력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각 개별 국가 단위의 노력들만 이루어질 경우,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규제가 없거나 약한 곳을 찾아 이동하는 규제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조세피난처 규제와 같은 글로벌 공조에 기반한 규제의 병행 노력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파생상품과 사모펀드의 위험성은 계속 상존하게 된다.


 금융거래에 따른 위험 분산 목적으로 발전된 파생상품과 기업의 지배구조 견제 및 자본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발전한 사모펀드는 각각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가 전혀 없거나, 혹은 지나치게 완화된 채 관리감독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투기적으로 이용되는 사례에 대해 지금껏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투기적으로 변질되어 금융시장의 위험성을 높이는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 적절한 규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 대책은 국제적 공조 하에 이루어 질 때, 보다 적은 비용으로 극대화된 규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세계적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및 금융업의 재편, 안중만, 2008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의 글로벌 규제 논의와 국내 도입 및 발전방안, 노희진, 2009
FSB와 글로벌 금융규제개혁, 금융위원회, 2010
장외파생상품 사전심의제 도입, 이승진, 2010
G20 장외파생상품 규제안과 시사점, 남길남, 2010
사모펀드 규제의 바람직한 모습, 박삼철, 2010


* 문의 : 정책실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