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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 연속칼럼 [북한의 지도자에게]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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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옥(목포경실련 공동대표, 변호사박승옥법률사무소)

– 북한의 지도자에게 –

중세영국, 존왕의 가혹한 징세에 저항한 영주들이 1215년 러니미드 평원에서 화평의 조건으로 국왕에게서 강제해 낸 것이 마그나카르타, 이름하여 대헌장이다. 후대에 한 명의 법학자에 의하여 63개 조항으로 구분되고 번호 먹여진, 전체가 한 문장인 그것은 무려 19개 조항에서 국왕의 재판권을 제한ㆍ박탈하여 그것을 신민들의 손에 귀속시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그 중 한 개에서는 국왕의 불법행위의 경우에 25명의 귀족들로 구성된 평의회의 평결로써 국왕의 성과 토지를 압류하는 등의 강제력을 국왕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마그나카르타의 시행이 4세기 동안이나 계속된 17세기 초에 그것은 영국 사람들의 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것이 되었고, 이에 힘입은 영국은 엘자베드 1세의 치세까지 융성하였다. 신민의 권리보장의 전통의 대척점에 있던 왕권신수설의 신봉자인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가 영국국왕으로서의 제임스 1세가 되어 신민들에게 전제정치를 행하였을 때, 영국인들이 이에 맞선 것은 당연하였다. 신민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마그나카르타에 못지 않게 빛나는 1628년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은 임박한 영국시민혁명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영국인들의 일부는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하면서,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를 새 땅에 만들 것을 맹세하였다. 영국의 시민사회가 명예혁명으로써 승리하여 만든 권리장전(Bill of Rights, 1689)에서 국왕은 신민들이 만드는 법에 의하여 통치하여야 함이 선언되었고, 이로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통치원칙이 확립되었다. 아메리카에 이주한 영국인들은 주마다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권리장전을 담은 헌법을 제정하였으며, 이러한 원칙은 연방차원에서도 독립선언(Declaration of Independence, 1774)에서와 연방 수정헌법 제1조 내지 제10조(1791) 등에서, 그리고 노예해방선언(Emancipation Proclamation, 1862)에서 등 거듭 선언되고 확인되었다.

처음에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국왕의 압제로부터 자신들의 생명, 자유,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벌인 것에 불과하였던 투쟁은 그 의미가 확대되어 인류보편의 가치인 인간 존엄의 및 권리의 차원으로 승화되었고, 오늘날 국제사회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이 가치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모름지기 미국을 상대로 하여 국가적 명운을 건 협상을 하는 나라라면, 미국사람들의 저변에 놓인 이 흐름의 도도함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조부의, 아버지의, 자신의 통치 아래서 세 세대를 살아온 인민들의 자유와 권리의 수준이, 위원장의 어린 유학시절에 목격하였던 타국인민들의 것들에 비하여 매우 열악한 것이라는 사실을 상대하여야 한다. 인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유린하기를 계속하는 독재자에 대하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호의를, 그 반대의 길을 가려는 지도자에게 미국을 포함하여 세계가 지니게 될 수 있을 것임을 위원장으로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핵시설을 폐쇄ㆍ동결하는 프로그램에 더불어, 법치주의를, 민주주의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순차적으로라도 확대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후자는 협상의 조건에 상관없이 추진해도 될 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