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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정치입법팀(02-3673-2145)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얼마전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석패율 제도 도입을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분명한 상황입니다.

 

석패율 제도란 총선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 중 당선자와의 득표 차가 가장 적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용어 그대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구제하자는 제도입니다. 현재 중앙선관위가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한 석패율 제도는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으로 제안되어 있습니다. 선관위 안에 따르면 시․도별 지역구국회의원 당선인 수가 해당 시․도의 국회의원지역구 수의 1/3에 미달하는 정당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선관위 안대로라면 한나라당의 경우 호남지역, 민주통합당은 영남지역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반해 군소 정당의 경우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경실련은 석패율 제도 도입 논의가 이루어질 때마다 석패율제도는 도입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경실련이 석패율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7가지 이유를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석패율제는 지역주의 완화에 효과적인 방안이 아닙니다.

 

정치권에서는 석패율제도 도입의 유일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지역주의 완화입니다. 정치권은 석패율제도 도입을 통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점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이것이 지역주의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석패율제도가 지역주의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현재 선관위가 제안하고 있는 석패율제도를 기준으로 현재 한나라당이나 민주통합당의 열세지역을 고려해 석패율제를 통해 구제할 수 있는 의석 수는 대략 2~3석 정도로 보입니다. 특정정당 독점지역에서 2~3명의 국회의원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으로 지역주의가 완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독점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역주의 현상을 보여주는 결과에 불과합니다. 특정 정당이 독식하고 있는 지역에 그 지역 인사 한두명을 국회로 진출시키는 것은 ‘지역주의 완화’라기 보다는 ‘정당의 지역구도 완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지역주의는 지역을 이용하고 볼모로 한 중앙정치, 특정지역 중심의 인사충원 등 불합리한 인사정책, 지역간 불공정한 국정운영 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강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근본적인 지역주의 해결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제도를 도입해 모양만으로 지역주의 완화를 하려는 정치권의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둘째, 석패율제도는 비례대표제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축소시키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소선거구-비례대표제의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례대표제는 지역의 대표성만을 강조하는 소선거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비례대표제는 정치신인이나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어려운 직능대표, 소외계층 등을 대변하는 후보자들이 국회에 진출토록 하여 대의기관이 민주적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하자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은 54석으로 245석인 지역구 의석에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다양화 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는 더욱 확대해야한다는 것이 학계와 시민단체의 오래된 주장입니다. 세계적 추세 또한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석패율제도는 가뜩이나 적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오히려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석패율제도는 다양한 집단의 대표성이라는 비례대표의 취지와 달리 지역의 대표성이 강조되는 이들의 국회 진출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석패율제도는 구제되는 지역 대표 인사들의 의석수만큼 본래 의미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결국 전문성을 가지거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할 이들의 진출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비례대표제의 기본 원리라 할 수 있는 민주성, 비례성, 대표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 바로 석패율 제도입니다.

 

셋째, 석패율제도는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제도입니다.

 

선거라는 것은 국민들이 각 정당과 입후보자들을 심판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의석수로 나타나는 것이 우리의 선거 제도입니다.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은 이미 그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석패율 제도로 구제될 수 있는 대상 지역에서 낙선한 후보들의 득표율은 석패율 제도 대상이 아닌 지역의 낙선 후보 득표율보다 현저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지지율에 따른 의석수 배분을 왜곡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석패율 제도입니다.

 

낮은 득표율을 보이고도 석패율제도로 구제되는 것이 과연 유권자들의 뜻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유권자들의 투표로써 낙선된 인물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 지역의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석패율 대상 지역보다 훨씬 더 높은 득표율을 보이거나 단 몇표 차이로 떨어진 다른 지역 후보들과의 형평성은 맞는 것일까요?

 

이처럼 석패율 제도는 유권자들의 뜻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유권자의 심판에 의한 대표라는 대의의 원리에 완벽히 어긋나는 제도입니다.

 

넷째, 석패율제도는 기존 정치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꼼수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제도입니다.

 

석패율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 정치권에서는 석패율제도는 열세지역에서의 출마를 독려할 수 있으므로 신진 정치인들의 국회 진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 석패율제도는 우리나라의 정당 구조상 유능한 신진 정치인들보다는 퇴출 위기에 몰린 중진의원들의 안전한 당선 통로로써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거대 정당들이 영호남 취약지역에서 그래도 석패율로 구제할 수 있으려면 지명도 있는 중진의원들이 차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그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대가 독점하고 있는 지역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이들의 대부분이 바로 기존 정치인들이라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기존 지역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중진의원들이라 할 지라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당선되기는 어렵지만 비례대표 명부의 동일 순위에 있는 다른 신진 정치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석패율제도로 구제될 가능성이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석패율제도가 도입된다면 중진 의원들의 열세지역 입후보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은 뻔합니다.

 

다섯째, 석패율 제도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어긋납니다.

 

석패율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 나라는 독일과 일본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석패율제도는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혼합형 선거제도로 개혁되는 과정에서 도입되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기존 의원들을 달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일본에서도 석패율제도가 중진의원들이 당선 통로로 악용되고 있어 석패율 제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독일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다른 정치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비례대표제 역시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석패율제도는 중진 의원들의 정당활동과 의정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례대표 의석수 역시 지역구 의석수와 거의 동등한 의석을 갖고 있어 석패율 제도로 인한 비례대표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치와 정당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나라에서 일부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종래의 다수대표선거제 외에 비례대표선거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선거제도변화의 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석패율제도는 소수 정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양당중심의 정치구조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이를 운용하게 되는 정당은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등 두 정당에 불과합니다. 석패율 제도는 거대 정당들이 상대의 독점 지역에서 소수의 후보를 구제해주는 방식으로 주고받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거대 정당들이 석패율 제도에 합의한 것은 지역정당의 이미지를 낮추고 전국정당의 이미지만을 갖기 위한 것 뿐입니다. 전국정당화 하겠다는 진정성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2-3석의 의석수로 전국정당이라는 허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의 각 정당의 지역패권은 그대로 유지한 채 두 지역에 근거한 양대 정당 체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소수 정당은 이들 거대 정당과 경쟁하는 것이 더욱 불리해지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 정당의 지역구도가 강한 것은 지역적 연고 이외에 정당간 정책과 노선 차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우리의 정당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정당들간의 이념과 노선의 차이를 통해 누구를 대표할지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야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각 정당간 차이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이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을때 진정으로 정당의 지역구도가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곱째, 무엇보다 석패율 제도는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이미 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제안되고 있습니다. 바로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입니다.

 

석패율 제도는 현재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것처럼 지역주의 완화라는 명분과 유능한 신진 정치인의 당선 가능성 제고라는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 아닙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욱 큰 제도라 할수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의 비례대표 제도를 강화하면 모두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전체 의석의 최소 1/3 정도까지 늘리면 됩니다. 이와 함께 시행방식으로 현재의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토록 하면 됩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권역별로 명부가 작성이 되고 이에 따라 의석이 배분이 된다면 지역 유권자들의 뜻도 반영이 되며 직능대표성도 강화되는 한편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도 완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각 정당들도 정당간 차별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입니다. 각기 자기 이념과 노선이 부각하도록 각 정당의 경쟁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정착될 때 진정한 지역주의 완화와 정당의 지역 독점 체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권이 이처럼 효과적인 방안이 있음에도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등 비례대표제 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바로 자기 밥그릇을 놓치 않으려는 데 있습니다.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인해 비례대표 의석수의 확대 논의는 필연적으로 전체 의석수의 확대보다는 지역구 의석의 축소로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지역을 뺏길지도 모르는 정치인들로서는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에 따른 지역구 의석 축소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 더 좋은 방안이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석패율제도는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정치제도 개혁에 있어서 매우 비본질적인 문제이며 후진적인 정당체제를 고착화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은 제도입니다. 따라서 국회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석패율 제도 도입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국회가 진정으로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고민하고 있다면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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