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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았던 2개월

 

이우연

 

인턴을 시작한 때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친 후였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만 가득했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해야할까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내 전공과 관련된 언론, 혹은 국가기관과 같은 공적인 방식, 참여적인 예술 활동 등 그 방향과 갈래는 너무나도 다양했다. 그 중 시민단체를 경험해보기로 한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앞선 방향성들은 모두 한 번씩 고민해본 것이었지만, 시민운동은 도리어 내가 생각해보지 않은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막연히 역동적일 것이라 상상한 경실련에서의 인턴 생활은 무척이나 달랐다. 내가 만난 경실련은 조심스럽고 감정적인 말을 아끼지만 필요할 땐 자신의 의견을 누구보다 강하고 똑 부러지게 주장하는 친구와 같았다. ‘비당파실사구시를 중요시하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여타 강렬하고 색채 있는 시민단체와 비교해 과감함이 다소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경실련의 운동방식은 내가 가져온 사회에 대한 불신과 비관적 전망을 바꿀 정도로 합리적이었다.

 

경실련 사회정책팀은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등의 분야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인턴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부서들은 사실 경제나 부동산/국책 사업팀이었다. ‘경제는 단체의 이름에서, ‘부동산/국책은 그간 경실련이 벌여온 부동산 관련 정책에서 기인했을 터다. 이에 비해 사회정책팀은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사회정책을 다루는지, 막연한 의문을 품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난 2달간의 인턴 생활을 겪으며 사회정책팀은 고요히 굵직굵직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경실련의 허리와 같은 부서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특히 비전문가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보건의료나 복지 관련 정책들을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개선해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2달간의 인턴이기에 내게 과연 무슨 일이 주어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것과 다르게 꽤나 엄밀해야하는 작업들이 주어졌다.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기사들을 모두 스크랩하고 표로 만들어 동향을 분석하는 작업,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후 약제비 관련 정책의 적합성을 분석하는 작업등이 맡겨졌다. 사실 단순한 자료 조사와 정리가 반복되는 일을 받고서 적잖은 당황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생각해온 역동적인 시민단체의 모습(기자회견과 같은 것 말이다)과 달리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들기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과연 내 자료가 쓰이기나 할까, 하는 의문도 언뜻언뜻 들었다. 하지만 국장님이 이 작업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해주자 나의 오만은 씻겨 내려갔다. 시민운동은 그 시기와 내용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여론의 방향을 잘 파악하고 단체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놔야 의제가 터질 때(?)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국장님의 말이었다. 이제 단순한 구호나 이데올로기로는 시민들이 운동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런 기초자료의 철저한 수집과 분석만이 수많은 시민단체의 난립 속에서 경실련의 운동을 믿게 하는 건실한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응당 그래야 해라는 말로 주장만을 펼치기 바빴던 내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또한 간사님의 배려 덕에 능동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일도 해보았다. 간사님으로부터 2달 간 관심 있는 분야에서 문제점을 도출해보고 하나의 기획안을 써보라는 과제를 따로 받았다. 내가 선택한 것은 자사고 문제였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터라 기획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쉬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역시나 어려웠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교육이라는 분야에서 모두가 공감할만한 문제점을 도출해내야만 했다. 어려운 용어는 밑줄쳐가며 읽으면서 관련 법령을 읽어보기도 했고, 간간히 간사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결국 완성된 기획안을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날 간사님에게 브리핑을 간단하게 하면서 시민운동이 얼마나 치열한 고민과 논리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지 뼈저리게 절감했다.

 

이외에도 나의 쓰임을 믿어주시고 다양한 일을 체험해볼 수 있던 기회가 많았다. 사회정책팀 주관으로 열린 2건의 토론회에 참석해 직접 국회도 방문하고 홈페이지에 올라갈 토론회 현장스케치를 써보기도 했다. 약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직접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각종 위원회 회의에도 나를 꼬박 참석시켰다. 전문가보다 못한 솜씨임에도 각종 포스터나 웹이미지, 브로셔 등을 만드는 디자인 작업을 다른 팀으로부터 부탁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실련의 다른 부서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배우게 됐다. 이 모든 것은 2달간의 인턴 과정 속에서 어떻게든 유의미한 경험을 주고 싶었던 경실련 간사님들의 배려 덕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경실련 인턴생활 동안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또래 인턴과의 교류라 할 수 있다. 제각각 전공도, 관심분야도, 나이도 달랐던 우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만 되면 맛있는 점심을 먹고, 돈 아끼자고 경실련 강당에서 커피를 타먹고, 때론 지나치게 하하호호 웃어대 국장님께 혼나가면서, 각종 프로젝트를 함께 꾸려나갔다. 그 과정에서 인턴의 밤이라는 전체 인턴 기수 간의 홈커밍데이도 실행했고, 경실련의 20대 홍보방안이라는 기획도 만들어내 간사님들 앞에서 발표했다. 또한 매주 시사이슈와 관련된 토론을 진행해 개인적으로는 최종토론에서 상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마지막으로 경실련에서 인턴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턴을 하기 전에 무엇을 위한 인턴인지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아르바이트를 하면 되고, 단지 이력서 한 줄의 스펙을 쌓고 싶으면 하는 일과 상관없이 제일 유명한 곳에서 인턴을 하면 된다. ‘어떻게살아야하는지 알고 싶다면 회사가 아닌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라.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인생 전반을 아울러 어떻게살고 싶다는 신념은 뚜렷했고, 방향성을 찾기 위해 인턴을 시작했었기에 그 출발점이 명확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2개월이라는 시간의 한계 상, 명쾌한 답변보다는 더 많은 고민만 품고 나가게 된 인턴 생활이었지만 이로 인해 내 시야는 한층 넓어졌다 자부한다. 인턴 후반기에 접어들어 뒤늦게나마 우리 인턴들은 각 팀의 간사님들과 식사자리를 가졌다. 그 가운데서 느낀 건, 경실련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은 활동가 분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들이 가진 고민과 생각을 짧게나마 나누면서 희망을 꿈꾸면서도 늘 비관적이었던 나는 이상하게도 세상이 나아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제 경실련 인턴이 아닌, 하나의 시민으로 다시 돌아가는 나에게 경실련은 희망의 지표로서 자리할 것이다. 시민단체이기에, 시민으로서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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