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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수가 100개 200개, 더 나아가서 1,000개가 된다면 한국경제는 어떻게 될까? 한국경제는 재벌공화국이고 재벌 때문에 망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재벌이 한국경제를 더 부강하게 만들어 갈까.


    사실 한국에서 재벌이라고 불릴 만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30대 재벌’ 이라고 들 많이 말하는데 이것은 30개정도를 재벌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이다. 30위 밖은 그 규모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30위 이내에 든다고 해도 그 차이는 만만치 않다. 1위와 30위의 차이는 둘을 똑같이 재벌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30위는 1위 재벌 내의 한 계열기업보다도 작다.


    재벌이라고 불린다고 해서 같은 재벌이 아니다. 사실은 10 개 정도를 재벌이라고 볼 수 있다. 그 10 개도 1등과 10등은 많은 차이가 있다. 재벌문제의 본질은 이런 과도한 차등에서 나온다. 이것이 경제력집중의 근원이고 경제민주화가 주장되는 이유이다.


    만약 30개의 재벌이 거의 비슷비슷한 규모라면 어떨까. 아마도 재벌문제는 그렇게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재벌의 수가 50개 정도로 늘어나도 이들의 규모에 큰 차이가 없다면 아마도 재벌문제는 아예 거론되지 않을 것이다.


   재벌의 수가 많아지면 오히려 재벌문제가 사라진다는 아이러니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에 기업의 수가 많아지고 그 규모가 거의 비슷해지면 독점문제가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라면시장에 라면회사가 아주 많고 이들의 크기가 비슷하다면 이들끼리는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 틀림없다. 독과점문제는 아예 사라져버린다. 문제가 되는 것은 힘의 집중과 그 힘의 남용인 것이다.


   재벌의 수가 많아지고 그 규모가 거의 비슷하다면 경제적인 힘이 한 쪽에 집중될 수도 없고, 그 힘이 남용될 수도 없다. 말하자면 힘의 횡포가 나타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이 경제민주화의 길이다.


    그렇다고 재벌을 많이 만들거나 큰 재벌을 크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작은 재벌들이 빠른 속도로 커서 모두가 큰 재벌이 되고 그 수가 아주 많아지면 경제도 성장하고 재벌문제도 없어진다. 문제는 큰 재벌이 불공정한 수단으로 더 빠르게 커가는 것이다. 큰 재벌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과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큰 재벌은 모든 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지기 때문에 경제활동 자체가 불공정해지고 이런 불공정성을 이용하여 큰 재벌은 더 커지게 된다. 이러한 불공정성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에는 큰 재벌이 불공정한 수단으로 독주하는 것을 막는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런데 큰 재벌들은 이법까지 무력화시키면서 독주하고 있다. 그래서 재벌문제가 거론되는 것이다.

 
    작은 재벌들이 빠르게 성장하여 큰 재벌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하는 정책이 경제민주화 정책이다. 그렇다고 작은 재벌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이미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가진 큰 재벌이 불공정한 수단으로 더 빠르게 성장해 가는 것은 차단해야 한다.


    큰 재벌이 정당하고 공정한 수단으로 더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큰 재벌에게 쏠려있는 힘의 집중과 그 힘의 남용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을 막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재벌과 비 재벌 사이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재벌 내에서의 양극화도 경제민주화의 적이다.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만 민주화의 길이 아니고 작은 재벌이 큰 재벌을 따라 잡고 큰 재벌의 수가 많아지는 것도 민주화이다. 공정거래법의 재벌정책은 소수의 큰 재벌에게만 적용시키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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