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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chaebol)이라는 말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용어이다. 브리태니카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 용어이고, 학술논문에도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저널리즘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이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물론 한자용어이고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財閥이라고 같은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에서의 발음은 각기 다르다. 한국에서는 재벌(chaebol)이지만 일본에서는 짜이바츠(zaibatsu)이다. 짜이바츠도 물론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그런데 이 용어가 정확하게 언제 누구에 의해 사용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재벌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메이지시대부터 사용되었고, 한국에서는 해방 후 큰 부자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언론에서부터 재벌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재벌이라는 말의 의미는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저널리즘에서는 큰 부자를 막연히 재벌이라고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사전적 의미이다. 학술적으로는 그 개념이 분명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연구자의 편의에 다라 각기 자기 나름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누가 재벌이냐 하는 문제이다. ‘삼성은 재벌이다’라고 하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가 재벌이다’라고 하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포스코는 개인 오너가 없기 때문이다. 또 재계 서열 30위쯤에 있는 ‘이랜드도 재벌이다’라고 하면 여기에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삼성과는 규모가 너무 차이 나기 때문이다.

   재벌은 사람을 지칭할 수도 있고 기업그룹을 지칭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그룹과 총수는 함께 묶여있기 때문에 둘 다 재벌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면 어느 기업그룹까지가 재벌일까?  규모가 큰 기업그룹을 재벌이라고 하는데 어느 규모까지가 재벌인가? 여기에는 단일 답이 있을 수 없다. 주관적인 기준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을 재벌이라고 하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계 서열 20위 30위 등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20위 30위 등은 삼성의 한 계열사 규모보다 작을 정도로 차이가 많은 기업그룹이다. 말하자면 재벌도 다 같은 재벌은 아닌 것이다. 경제민주화 이슈에서 재벌문제를 거론할 때 그 재벌은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1위 재벌과 30위 재벌은 규모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경제 내에서의 역할과 영향력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다. 10위권 밖의 재벌은 힘의 남용이나 횡포라는 측면에서 재벌문제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볼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이들도 더 큰 재벌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재벌도 재벌 나름이다. 큰 재벌과 작은 재벌은 처한 입장이나 역할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들 사이에도 불공정성이 존재한다. 경제력집중 문제는 아주 큰 10여 개의 재벌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만약 30 개의 재벌이 거의 비슷한 규모라면 경제력집중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아가 50 개의 재벌이 똑 같은 규모라면 경제력집중 문제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재벌문제는 경제력이 극히 소수에게 집중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는 힘의 분산을 의미하고, 재벌과 비 재벌이 공평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재벌들끼리도 공평해지는 것을 지향한다. 삼성 규모의 재벌이 50 개라면 경제는 오히려 민주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힘이 50 개에 분산되면 어느 누구도 집중된 힘으로 횡포를 부리기 어렵다. 서로 경재하고 견제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는 큰 것을 억제하는 것보다 작은 것을 키워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는 작은 재벌을 큰 재벌과 똑 같은 규제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작은 재벌을 키워서 큰 재벌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중소기업 정책을 중요시 하는 것도 작은 것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탄탄해지면 큰 것의 횡포로부터 면역성을 키울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큰 것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키우고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것의 횡포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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