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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의 집중과 그 힘의 남용은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다. 이것은 정치나 경제나 마찬가지이다. 힘이 집중되면 정치에서는 독재가 나타나고 경제에서는 독점이 나타난다.

   거래관계에서 한 쪽이 우월적 힘을 가지면 거래의 결과는 공평할 수 없다. 갑과 을의 관계는 우월적 힘의 대표적 사례이다. 갑이 우월적 힘을 가지고 그 힘을 남용하기 때문에 을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회가 불공평해지는 것이다.

    힘의 집중과 힘의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경제활동은 수많은 거래관계로 이루어진다. 그 거래관계에서 쌍방이 비슷한 힘을 가지면 그 거래는 공정해지고 양쪽 모두 거래의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반대로 한 쪽이 우월적 힘을 가지면 그 거래는 공정해지기 어렵고 한 쪽은 거래의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거래관계는 크게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 기업과 개인 사이의,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래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이 경제활동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오늘날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래는 그 비중이 높지 않다. 양으로는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가 가장 많고 건수로는 기업과 개인 사이의 거래가 가장 많다.

    소매시장이나 최종 생산물 시장은 대부분 기업과 개인의 거래이다. 상품의 최종 소비자는 개인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시장이나 가게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최종 단계의 거래이고 대부분 기업과 개인 사이의 거래이다. 이런 거래에서는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개인 소비자는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것은 마케팅 구호일 뿐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정한 가격에 구매 여부만 정할 수 있을 뿐이다. 개인이 가격을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이처럼 기업이 확실히 우월적 힘을 가진다. 독점기업일수록 더 확실한 힘을 가진다. 거래의 결과는 공정해지기 어렵다.

    반면에 중간재의 거래나 유통단계의 거래는 대부분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이다. 기업이 부품을 구매할 때 그 부품의 판매자는 대부분 기업이다. 그러므로 부품은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거래된다. 그리고 슈퍼마켓, 도매업자, 소매업자 등 유통업자는 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이 거래도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이다.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구매자가 우월적 힘을 가질 수도 있고, 판매자가 우월적 힘을 가질 수도 있다. 또는 서로 균형된 힘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과 기업 사이도 어느 한 쪽이 우월적 힘을 가지기 쉽다.

   재벌들은 어떤 거래에서나 대부분 우월적 힘을 가진다. 대형 슈퍼마켓을 경영하는 재벌은 상품을 조달 받는 단계에서는 구매자로서 우월적 힘을 가지고 판매하는 단계에서는 판매자로서 우월적 힘을 가진다. 양쪽 모두에서 우월적 힘을 가지면서 양쪽에서 그 힘을 남용할 수 있다. 

   전자회사를 경영하는 재벌도 마찬가지이다. 부품을 조달 받는 단계에서는 구매자로서 하청업자에게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최종 상품 판매 단계에서는 독과점 사업자로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 양쪽 모두에서 우월적 힘을 가지고 그 힘을 남용한다. 

     양쪽 모두에서 우월적 힘을 가진 기업이 많으면 그런 경제는 결코 민주적일 수도 없고 옳은 시장경제일 수도 없다. 경제활동의 과실은 양쪽 방향 모두에서 이들에게로 쏠릴 것이다.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질 수 없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유달리 이런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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