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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경제민주화에 결코 나서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말로는 외칠 것이다. 특히 선거 때는.


정치민주화는 경제민주화와는 달랐다. 정치민주화는 명분도 강한데다 정치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이해관계였다. 정치가 민주화되어야 정권도 잡을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숨 걸고 덤벼들었고 끝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경제민주화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민주화 되면 그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이를 저지하려는 재벌들이 더 이상 그들에게 매달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들에게 정치는 신념과 철학과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생계를 위한 수단이다. 이런 정치인은 재벌과 어울리는 편이 더 유리하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나 가진 자들에게는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했다.


한국경제는 전형적인 ‘온돌경제’다. 윗목은 펄펄 끓지만, 아랫목은 냉골이다. 불을 때면 윗목만 더 뜨거워지고 아랫목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처럼 재벌은 나날이 돈을 쌓아가고 있지만, 서민, 영세사업자, 중소기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도 재벌만 살찌고 중소기업에는 아무런 기별이 없다.


국가경제 또한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 하는데, 국민들은 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젊은이들은 ‘5포 세대’로 치부되면서 좌절과 절망 속에 빠져 있다. 노인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노후 대책은 막연하다. 경제에 활기가 돌고 성장동력이 되살아날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가 이런 문제를 풀어줄 묘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인세를 낮추고 기업규제도 풀었다. 그야말로 기업의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그 혜택은 모두 큰 기업에게로만 갔다. 큰 기업만 그들의 친구였다. 돈은 재벌들에게 집중되었다.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없었고, 중소기업과 서민은 돈 가뭄에 허덕였다. 양극화는 심화되고 경기는 더 내려앉았다.


반면 극소수의 슈퍼 부자들은 돈의 홍수에 파묻혀 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0.1%라는 슈퍼 부자가 부와 소득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 없이는 인류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피케티의 경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5,000만 인구의 0.1%는 5만 명이다. 슈퍼 부자 5만 명이 차지하고 있는 부와 소득은 이미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재벌은 이미 돈의 저수지가 되어 있고 재벌 주변의 재벌 영합 세력들은 거기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낙숫물 정도를 꿀물처럼 여기면서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여념이 없다. 재벌과 재벌 영합 세력이 바로 피케티가 우려하는 0.1%일 것이다. 이들로의 경제력 집중과 부의 집중은 한국사회를 우려할 수준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를 다시 역동성 있는 국가로 만드는 길은 ‘경제민주화’뿐이다. 여기에 모두 공감했기 때문에 2012년 대선 때는 여야 구분 없이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외치지 않았던가. 오히려 여당이 더 경제민주화에 앞장섰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마자 집권 세력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재벌 중심으로 회귀했다. 이명박은 선거 때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으니 공약대로 한 것이지만,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서도 친재벌로 돌아서 버렸다.


이제 재벌에게 의존하는 정책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이명박의 실패로 이미 입증되었다. 대안은 경제민주화다. 아궁이에 불만 때서는 안 되고 온돌을 다시 놓아야 한다. 윗목만 데우는 재래식 온돌은 뜯어내고 방 전체를 고르게 데우는 보일러식 온돌로 바꾸어야 한다. 경제의 틀 자체를 새롭게 짜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도 같은 생각이다. 이를 잘 아는 정치인들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또다시 경제민주화를 외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정치인은 믿을 수 없다.


정치인은 말로 떠들어 선거 때 표만 얻으면 족하다. 실제로 경제가 민주화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이러다보니 우리 사회에는 경제민주화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주체도 없고, 세력도 없다. 반면 경제민주화의 대상이 되는 재벌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이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란 저항세력은 강하지만 추진세력은 없다.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면 절대 다수의 국민은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가지지만, 그 혜택이 당장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 수 있다. 민주주의란 본래 그런 것이다. 반면에 소수의 기득권자들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저항세력은 확실하고 그 저항은 매우 클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그동안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이유다.


이런 상황은 외환위기 때 이미 입증되었다. 재벌이 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대대적인 재벌 개혁이 추진되는 듯 했지만 곧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재벌은 국난을 초래했다고 비난받았지만, 재벌 개혁의 회오리는 일시적 미풍으로 끝나고 그들은 다시 승승장구했다. 추진세력은 희미하고 저항세력은 강력했으니 당연한 귀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는 확실한 철학과 실천의지를 가진 국가지도자가 나오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렵다. 식견과 비전을 가진 능력 있는 지도자가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나서지 않는 한 거센 저항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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