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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국회에서 개최한 정책엑스포에서는 보수와 진보진영의 학자들이 참석하여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흥미로운 행사가 있었다. 



1. 낙수효과의 부재와 정부의 역할


우리 경제에서 낙수효과가 생기지 않는 까닭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이 불균형 성장전략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재벌대기업은 발전과정에서 전체 국가적 역량을 집중적으로 제공받으면서 탄생하였고, 이로 인해 다른 거래 당사자인 중소부품공급자, 근로자, 소액주주, 기타 서비스 제공자들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거래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과 기반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경제성장이 불균형 압축성장의 형태가 아니라 긴 기간에 걸쳐서 균형적으로 이루어진 나라들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소액주주들의 관계가 하나의 강력한 지배력을 가진 세력이 일방적으로 거래 내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은 낙수효과의 부재, 즉 경제에서 심각한 순환장애의 형태로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다.


개별기업의 결정으로서 수익성 위주로 기업을 경영하는 합리성이 사회에서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은 그 기업들의 지배력이 절대적이지 않고 당해 기업이 많은 기업들 중 어느 한 기업인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업이 수익성을 추구하고 수익을 내부에 유보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장지배력이 없으므로 소득을 독점할 수 없고 경제순환에 장애를 줄 수도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재벌대기업이 모든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진 상황에서는 그들의 이러한 행태는 경제발전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국가의 시장개입이 필요하고 정당화된다.


경제성장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현시점에서, 정부는 국민경제체계 내에서 수행하여야 하는 진정한 역할에 대하여 숙고하여야 한다. 정부는 이제 재벌대기업에 대한 편파적인 지원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그들의 시장지배력과 소득흡입력에 의하여 파괴되고 있는 국민경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시장에서 경쟁을 살아나게 하고 경제의 순환장애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2. 왜 소득주도성장인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있어 하나의 분수령일 뿐 아니라 경제학 연구의 조류에서도 큰 전환점이 되었다. 1980년대 이후 공급주도/이윤주도 경제학 체계에서 소득의 양극화가 심각했으나 이에 대한 주류경제학자들의 외면은 2007년 시스템의 위기가 명백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주도성장은 세계적인 소득불평등 구조를 완화하고 경제성장으로 이끄는 성장담론으로 제안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시작되어 보수주의 경제학의 본산인 IMF와 OECD 같은 기구에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기존의 수출을 주도하는 재벌대기업 의존 경제성장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심도있게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정당을 표방하면서 그 핵심적 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왜 소득주도성장인가?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사람들은 소득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다. 또한 동시대인들은 소득양극화가 진전되면서 이것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천천히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 시대를 풍미하던 공급주의 경제학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 경제현실의 괴리는 200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마침내 일반시민들의 인지수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Occupy Movement). 보통 사람들의 건전한 상식에서 출발하여도, 소득의 불평등이 심해지면 그 자체로서 다른 기타의 경제여건이 모두 양호하여도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3. 소득주도성장의 경제학설사(History of Economic Theory)적 근거


소득주도성장의 기본적 개념은 경제이론사적/학설사적 뿌리가 없는, 다만 보통 사람들의 현실 인식에 지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당시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한 것은 케인지안 수요주도경제학에 근거한 정책에 힘입은 것이었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에 케인지안 수요주도경제학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1929년의 대공황이 완전하게 극복된 것은 2차 대전을 거치면서였으며 이후 70년대까지 주요 선진국들에서 경제발전과 사회보장의 확대는 대체로 수요주도경제학의 입장에 따른 것이다. 이후 1/2차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면서 공급측면의 문제가 부각되었고 경제적 사고의 흐름이 케인지안 수요주도경제학에서 공급주도경제학으로 크게 전환되었으며 그 이후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창궐하게 된다.

 
수요주도경제학과 공급주도경제학은 수요와 공급측면 중 어느 분야를 주안점으로 경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성장 혹은 경기안정에 유효한가 하는 관점에서 차이를 가질 뿐만 아니라, 수요주도경제학은 거시적 재정정책을 중요시 하는 반면 공급주도경제학은 미시적인 개별 시장에서의 기업생산(공급)에 대한 적절한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방법이 다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의 큰 뿌리는 분명 케인지안 수요주도경제학의 거시재정정책에 있다. 케인지안 경제학의 거시재정이론으로 최근 수십년간 거의 잊혀졌던 Haavelmo-Theorem이 있다. 1989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출신의 경제학자 Haavelmo가 주창하고 그의 이름을 따라 명명된 Haavelmo-Theorem은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킬 때 그 증가분을 전부 세금으로 충당해도, 즉 재정적자를 야기하지 않고도, 바로 그 증가된 정부지출만큼 국민소득이 증가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소득세 10조원을 더 거두어 이를 정부지출에 사용하면 GDP는 10조원이 증가하게 된다. 이론의 핵심은 민간의 가계와 달리 정부의 저축성향은 0이라는 것이다. 민간의 가계에서는 소득의 일정한 부분이 저축되고 나머지가 소비되는 것에 비하여 정부의 지출은 100%가 전부 소비되며 유효수요로 작용하여 이 차이가 승수효과를 통하여 높은 국민소득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Haavelmo-Theorem은 균형재정의 조건에서 정부지출과 조세의 동시적 증가를 통하여 전체경제의 유효수요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케인지안 수요주도경제학과 차이가 나는 점은 케인지안 수요주도경제학의 거시재정정책적 접근과 달리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노동시장정책과 같은 미시적 접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홍장표("소득주도 성장전략의 정책과제", 소득주도성장 제2차 국회토론회 발표자료, 2014.11.12.)는 한국의 현재의 경제상황에서는 수요체제가 이끄는 대안적 성장모델, 즉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기존의 수출주도적/자본친화적 공급체제 경제정책보다 유효하다는 것을 분석결과로 제시하였다. 가계소득과 소비가 수출이나 투자보다 고용 및 부가가치창출의 유발계수가 높아서 국민경제에 더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4. 소국개방경제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회의론에 대한 의견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기존의 경제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대안적 성격을 가지는 이상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우선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개별 국가의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에 대한 한계성이 지적된다. 일국 차원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면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함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수십년전 Haavelmo-Theorem에 대하여 지적된 내용들이다. 이 모델의 한계는 폐쇄경제모델이며 개방경제상황에서 한나라의 일방적인 정부주도 수요창출은 해외수입의 증가를 통하여 해외로 유출되어 국내의 경제순환을 통한 승수효과는 상당부분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개방경제에서 기대하는 승수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조세수입의 원천이 고소득가계나 현재 현금보유액이 넘쳐나는 대기업인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긍정적이다. 최근의 국내 김혜선("비-리카르디안 가계의 존재와 소규모개방경제의 재정정책효과", 재정학연구, vol. 84, 2015.2)에 따르면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도 재정지출의 효과는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 있음을 밝혔다. 비-리카르디안 가계의 존재를 전제로 정부의 재정지출승수는 0.7372이며 12분기(3년)가 누적되면 그 효과는 1.4232라는 것이다. 비-리카드리안 가계란 정부부채로 인한 미래시기의 부담에 대하여 완벽하게 내다보지 못하는 가계를 말하며 이러한 가계가 존재함은 대체로 현실에 부합하한다고 볼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다른 비판은 임금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것이며,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하여 임금이 상승하는 경우 하청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여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지도 법인세 정상화에 반대하는 논거와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기업의 총비용에서 임금비용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져왔기 때문에 임금수준의 적절한 인상은 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홍장표의 연구(2014)는 이러한 측면까지 감안하였음에도 임금상승의 전체적 경제적 효과가 긍정적임을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되는 것이 저축 및 가계부채의 함정이다. 한 경제내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을 늘려주어도, 이것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축으로 흡수된다는 지적이다. 고용도 불안하고, 공적연금도 노후보장에 충분치 못한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충분하게 고려하여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의 소비여력에 비추어 소득이 충분치 못한 중저소득층 가계에서는 그러한 우려가 존재한다 하여도 저축성향이 크게 높아질 수 없고 소득상위계층에 비하여 저축성향이 현저하게 낮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5. 소득주도성장 논의의 성격


지금까지 전개된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대안적 정책의 이론적 컨셉이 그 자체로서 성공을 담보하거나 (혹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거나) 혹은 실패가 노정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이 체감된다. 결국 어떠한 구체적인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성공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소득주도성장정책 실천방안들이 현실에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 세부내용이 중요하며, 경제주체의 협조적 태도와 이를 촉구하거나 강제하는 규범들의 합리성에 달려있다. 학문적 논의의 장에서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로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구체적인 분야로서는 우선 노동정책을 들 수 있으며 최저임금제(생활임금제), 비정규직문제의 해결, 일자리나누기, 임금격차해소 등의 분야에서 현존하는 문제들의 해결은 사회에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음으로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가계부채 문제 등 가계들의 주된 생활비부담 분야를 들 수 있겠으며 이 분야에 대한 개별적인 복지정책으로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하도급거래, 성과배분제도, 네트워크 계약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영역은 조세와 재정정책의 영역으로서 정부의 수입과 지출을 통하여 소득재분배를 추구하고 저소득계층에 대한 이전소득, 정부 및 지자체의 사회적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존재한다

 

기존의 이윤주도/공급주도 성장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더하여, 우리나라는 정부/국가의 총 역량을 기업에 집중하여 지원하는 불균형성장/압축성장이 극단적인 소득양극화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해 총수요부족으로 경제성장 잠재력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시각이다. 그 시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설혹 소득양극화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다는 주장의 현실부합성이 확실치 않다 하더라도 소득양극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주류 경제학도 부인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에서 성장과 분배는 어느 것을 우선이라고 하기 어려운 두 가지 중요한 정책목표라는 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의 성장, 그리고 대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그 과정에서 정부의 비중립적 시장개입과 자원의 집중적 투입의 결과인 측면이 강하므로 재분배적 정부개입의 당위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더 강하게 존재한다. 이는 설혹 분배로 인하여 경제성장의 가능성이 일부 잠식되더라도 그러하다.


통상적으로 충돌되기 때문에 조화적으로 추구되어야 하는 성장과 분배라는 정책목표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는 충돌되지 않고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은 얼마나 국가적으로 반가운 일이며 다행스러운 상황인가?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반대론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추구하는 정부라면 소득주도성장의 단계적 실천이외에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선택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을 왜 하나의 강에서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평가해 가면서 다른 강에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혹은 중단하거나 하는 실용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았는지 사후에 그 어리석음에 답답해한다.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하여 시도도 해보지 않는다면 비슷한 수준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여부에 대한 완전한 검증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또 필요하지도 않다. 어떠한 정책도 완전한 이론적 검증을 거쳐서 시행되는 적은 자고로 없었다.


정부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편파적인 지원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그들의 시장지배력과 소득흡입력에 의하여 파괴되고 있는 국민경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현 시점의 경제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답변이다.

 

이 글은 국회에서 발행되는 예산춘추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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