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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과 조세정책

 


홍익대학교 세무대학원 김유찬

 


연금정책은 합리적이고 연금제도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그리고 조세정책은 이를 잘 지원하고 있는가? 근로소득자들의 노후소득으로서 연금의 경제적 중요성은 아무리도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공무원연금의 개혁과 그와 연계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 대하여 여야는 논의를 거듭하였고 결과적으로 합의를 도출해 낸 것은 근래에 보기 드믄 의회민주주주의 결실이며 사회적 대타협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청와대가 나서서 찬물을 끼얹지만 않았다면.

 

무엇보다도 강조할 점은 국민연금의 강화는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근로소득자들이 노후에 국민연금공단에서 지급받게 되는 연금의 액수가 미약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적연금에 가입하거나 다른 노후대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정부는 이를 정책적으로 방조하고 있다. 개인들이 강제적인 공적연금에 납부하는 기여금과 사적연금에 납부하는 기여금은 모두 노후를 위한 저축의 성격을 가지지만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약하고 또 낮은 이자율이 지속되는 경우 개인들의 선택하는 노후대비 저축의 총량은 사회적으로 비합리적인 수준으로 높게 결정이 되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소비는 심각하게 위축되며 국내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추가적으로 지적되어야 하는 사항은 사적연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국민연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와 위험분산 차원에서 기금운용수익률이 떨어지고 추가적으로 모집수당과 광고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기업이 고용주로서 내는 기여금도 없다.

 

기금운영방식을 부과식으로 하느냐, 적립식으로 하느냐가 연금제도 운영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과정에서 세대간 형평성의 문제도 거론된다. 중요한 것은 적립식으로 기금을 운영한다 하여도 미래 어느 시점에 국민총생산이 심각하게 위축된다면 생산세대와 은퇴세대 사이의 분배문제는 마찬가지로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한국재정학회의 추계에 따르면 1943년생 만70세의 남성가입자는 국민연금에서 낸 보험료보다 2.8배 많은 연금을 받으나 1990년생의 가입자는 단지 1.62배의 연금만을 받을 수 있으니 세대간의 격차가 크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는 국민연금제도 창설초기의 특별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관대하게 연금급여가 책정된 것에 기인하는 것이며 때문에 적절한 비교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적립하고 있는 기금규모는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을 정도이다. 국내의 자본시장의 크기와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이다. 앞으로 그 규모가 더 커지게 되면 경제의 또 하나의 불안 요인으로 자리잡게 될 수 있다. 운용기금을 국내에 온전하게 두자니 국내경기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불안할 것이고 해외로 보낸다면 현재소비를 줄이고 모은 돈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또한 국내경기에 좋을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해외투자의 위험성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성격은 인적 넷트워크로 연결된 정보사회의 무서운 전쟁터이다. 독수리들의 시체 뜯어먹기 전쟁에서 우리 금융기관이 인적넷트워크와 정보경쟁력 과연 충분할까? 최근의 금융위기에서 도산직전의 레만 브러더스를 인수하려던 한국정부와 금융기관들의 정보력을 기억해 보아야 한다. 독수리되려다 시체가 될 수 있다.

 

수명이 늘고 출산율이 낮아져 진전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적립식으로 운영하여야 세대간 형평성이 확립된다는 논리는 부분적으로만 타당하다. 낮은 이자율 시기에 적립식 기금운영은 대체로 적합하지 않다. 출산율이 저하되고 고령화 현상이 진전되면 생산인구가 떨어지고 자본에 비한 노동력의 상대적 희소성이 강해지면서 이자율 저하현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의 낮은 이자율을 중앙은행의 돈줄풀기의 결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그러기에 연금운용방식은 부과식 외에 대안이 없고 장기적으로는 어차피 부과식으로 전환된다. 중요한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출산율 저하가 급격하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과 수명연장에 맞추어 연금수급 개시시기와 은퇴시기 등을 장기적으로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현재의 적립금은 장기적인 제도 전환에서 안전판으로 활용하도록 유지될 필요가 있다. 급격하게 제도전환하면서 가까운 시기에 연금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이 모여진 기금의 혜택을 독점적으로 향유하게 해서는 안된다. 부과식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는나라들도 적절한 기간에 대한 최소한의 지불능력은 안전판으로 확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근로소득자들이 노후에 이 연금에 의존하여 살 수 있도록 공적인 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국민연금에 근로자들이 지불하여야 하는 기여금부담율도, 고용주부담금과 함께, 장기적으로 천천히 올려가야 한다.

 

연금과 관련한 조세정책은 어떠한가? 이번 2015년 5월에 이루어졌던 연말정산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을 보자. 다른 개정내용들 가운데에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적연금부담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12%에서 15%로 올리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의 경우 통상 사적연금에 가입할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하등의 실효성이 없는 제도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요구는 어느 단체도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왜 이 요구되지 않은 규정이 여기에 들어와 있을까? 향후 총급여 5500만원 이상의 근로자들에게 세액공제율을 올려주기 위한 준비작업일 것이다. 결국 정부는 중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이러한 작업을 차곡차곡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계획의 이름은 “공적연금 무력화, 사적연금 활성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업은 누구를 위한 작업인가? 국민을 위한 정책인가? 국민들에게는 힘들어도 국가경제에는 필요한 정책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연금취급 금융기관을 위한 정책인가?





 

▲이글은 월간조세 2015 7월호 권두언으로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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