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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한 옹호자의 회고




경실련 상집부위원장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

김 유 찬



노무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종합부동산세는 2008년 헌재의 위헌판결과 함께 정책조세로서의 수명을 다했다. 한번 내려진 헌재의 판결은 법적으로 유효하겠으나 유효한 판결이 반드시 옳은 판결일 수는 없다. 헌재는 다수의견에서 부부나 세대원의 재산까지 세대별로 합산하여 과세대상으로 삼고 여기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 제36조 제1항이 보장하는 혼인 및 가족생활에 대한 차별금지의 헌법원리에 비추어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없다고 보았다. 헌재의 이 판결은 과연 옳은 판결이었나?


이 판례는 그 이전에 있었던 자산소득의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 판례와 내용을 같이 하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합산과세의 타당성 여부의 문제는 그 과세대상이 재산이거나, 자산소득이거나 혹은 근로소득이거나 동일한 것이다. 자산소득이나 재산에 대한 탈세는 가족 간의 자산의 명의이전을 통하여 쉽게 이루어질 수 있으나 근로소득의 경우 이러한 것이 불가능하므로 합산과세의 정책적 필요성은 자산소득의 과세나 재산세의 경우 근로소득보다 오히려 더 크다.  


헌재의 2008년 위헌판결은 같은 사례에 대한 미국과 독일의 판례 중에서 시기적으로 더 먼 시기에 내려졌던 독일의 판례만을 참고로 했을 뿐 미국의 판례는 참고로 하지 않았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1957년에 부부소득에 대한 합산과세를 위헌으로 보았다. 미국은 그러나 독일과 달리 25년이 지난 1982년에 연방제2항소법원 판례에서 합산과세로 인한 기혼부부의 소득세 세부담 증가를 합헌으로 판시하였다.
        
사실 혼인에 대한 보호 조항과 (조세)평등의 원칙은 한국이나 미국, 독일의 세 나라의 헌법에 공히 보장된 것이고 세 나라에서 판결의 대상이 된 세목들은 모두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세목들이기 때문에 세 나라의 헌재에서는 동일한 판결이 내려졌어야 한다. 그런데 왜 다른 판결이 나왔을까? 독일의 1957년의 판례와 미국이 1982년의 판례의 중간시기인 1975년에 미국에서 Bittker라는 법학자는 불가능성 정리(Impossibility Theorem)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Bittker, Federeal Income Taxation and the Family, in: Stanford Law Review 27, 1399-1416, 1975). 그는 이 논문에서 누진세율구조, 동일한 부부합산 소득의 가구들 사이의 과세 평등성, 그리고 과세의 혼인중립성의 세 가지 규범은 동시 충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국가가 누진세율구조를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데 이는 소득수준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조세형평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규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인의 중립성만이 헌법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부부합산 소득의 가구들 사이의 평등성도 마찬가지로 헌법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 사실에 기초하여 미국의 법원은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충족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중에 어느 하나를 우선으로 하는 선택은 입법권자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고 헌법이 나서서 순서를 정해줄 내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 내용에 비추어보면 독일의 판례도 잘못된 것이나 독일의 판례는 이 논문이 나오기 전의 일이다. 독일정부는 그리고 판례 이후에 후속입법을 통하여 헌재판결을 수용하면서도 본래의 정책의도를 이행할 수 있는 후속입법을 만들어 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헌재는 2008년의 판결에서 무엇을 한 것인가? 미국의 1982년 판례를 몰랐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문주의 국가에서 불문헌법을 만들어 낸 것과 같은 수준의 오래 기억될 불명예스러운 판례라고 본다.     


경제적인 논리에서만 본다면 종합부동산세는 존속할 수 있었을까? 현실에서의 실패는 헌재 판결로 집약된 기득권의 저항에 지나지 않으며 종합부동산세에 내재된 논리는 경제상황에 잘 부합했던가?
       
부동산의 보유에 대한 적절한 과세는 꼭 필요한 것이다. 적절한 수준의 과세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부동산 가치는 하향 안정화되며 그 동안 우리경제가 겪은 높은 부동산가격으로 인한 어려움들은 천천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고부동산가의 사회적 해악은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주거비용이 치솟고 사업자의 임대비용이 올라서 다른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상승을 이끈다. 부동산소유 여부에 따라 실질적으로 신분이 구분되고 심지어는 토지선호가 지나쳐서 시골에서 농업분야의 구조조정조차 어렵게 만든다. 특히 도입 시기의 부동산 투기와 가격앙등 상황은 종합부동산세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세금이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으나 한편 세금의 본원적인 기능은 국가재정유지에 필요한 재원마련에 있다. 납세자들은 이 과정에서 부담이 적절하게 배분되는 것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종합부동산세에 정책적으로 큰 의미가 부여된 것은 타오르는 투기열풍 때문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은 종합부동산세를 정책수단으로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동산은, 특히 주택은 기본적으로는 내구적 소비재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람들은 주택을  노후대비 투자수단으로 선택한다. 주택을 내구적 소비재로서만 인식하는 소비자라면 그가 선택하는 주택의 가액(혹은 그가 거주하는 임대주택의 보증금액)은 그의 순자산 총액에서 높지 않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주택을 노후대비 투자수단으로 인식하고 주택이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러나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주택가액의 비율이 1에 수렴하거나 경우에 따라서 1을 훨씬 초과하기도, 부채를 통한 주택구매의 경우, 한다.


동일한 세율이라도 주택을 내구적 소비재로 구매하는 사람들과  주택을  노후대비 투자수단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은 다를 것이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보유에 대한 연간 세부담이 가액의 0.5-2%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 납세자들은 이 부담을 어렵지 않게 감당해내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주택가액은 통상 순자산의 작은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을 노후대비 투자수단으로 구매한 사람들에게 1%의 세부담은 다른 자산이나 소득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이며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열풍은 자원의 지나친 쏠림 현상이며 이는 정책적으로 시정되어야 하는 현상이다. 부동산 투기는 다른 한편 소득과 자산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소득에 비하여, 그리고 다른 자산에 비하여 부동산에 투자된 비중이 크면, 부동산 보유에 대한 높지 않은 세율의 과세도 소득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큰 세금부담이 되므로 고통도 크게 느껴진다.
 
부동산투기는 잘못된 연금정책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재정위기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중의 하나는 부동산투기는 금융의 문제이며 또 부동산투기가 발생한 원인은 잘못된 연금정책에 있다는 것이다. 같은 저금리정책의 기조 하에서도 북유럽국가들에서는 부동산투기 발생하지 않으나 남유럽국가들에서는 부족한 공적연금으로 인하여 개인들의 추가적 노후대비 저축의 유인이 강하고 이 자금이 부동산으로 쉽게 쏠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경제상황에 따라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이 세금 부담의 적절한 배분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이 경우 조세정책은 우선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막는 일에 동원될 수도 있다. 단 이를 위한 다른 적절한 정책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된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지금 생각해 보면, 투기에 대한 대처수단으로서 LTV 등 금융정책에 비하여 실효적이지 못한 정책수단이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실효적이지 못한 정책수단을 투기를 막기 위하여 투입하기보다는, 발생한 투기적 이익은 양도차익과세로 환수하고, 종합부동산세는 조세부담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수준에서 정립되었다면, 사회적 수용성은 더 높지 않았을까?


좀 더 일반화 해보자면 조세정책이 정책수단으로 지나치게 여러 정책목표에 투입되고 있는 현실이 염려스럽다. 투자유치나 고용, R&D, 중소기업지원 등, 경제활동의 행태를 원하는 방향으로 실효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세정책을 투입하는 현실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정치권은, 관료들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시늉을 보여주고 싶고, 무작위에 대한 지탄을 피하기 위하여 스스로도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 정책수단을 도처에 투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세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조세정의는 철저하게 훼손된다.





이 글은 <월간조세 2016년 1월호 게재 원고> 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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