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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세주의와 응능과세원칙




우리 국내에서 대략 16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근로소득을 획득하는 근로자들이다. 2013년에는 이 근로소득자들 중에 약 1/3 정도가, 그리고 2014년에는 약 1/2 정도가 근로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부담하지 않았다. 진보적 경제학자 김상조 교수는 이것이 국민개세주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경향신문 “유능한 경제정당의 전제조건”, 2015.9.29). “여기엔 침묵하면서, 부자·대기업 증세로 보편적 복지 하자고 주장하는 건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연 1300만원 초과 소득자는 최소한 월 1만원의 세금은 반드시 내게 하는 ‘근로소득 최저한세’ 도입을 주장할 용기는 없는가?” 라며 시민사회와 야당에 묻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의 주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의 맥락에서 허공을 향한 주먹질이며, 대기업과 자산가들만 환호작약하게 해주는 것이다. 더 부담할 능력이 있고,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는 이들에 대한 과세의 길목을 가로막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부자/대기업 증세 말하기 전에 저소득층에게 조금이라도 세금 내게 하라는 말은 전경련에서 항상 하는 말이다.] 그의 주장은 국민개세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고, 조금 과장하자면 박근혜식 생각의 틀에서나 생성될 수 있는 결과물이다.


우선 국민개세주의는 그 말 자체로서 헌법이나 세법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저널리스틱한 개념이다. 헌법에서 말하는 국민의 4대 의무에 해당하는 “납세의 의무”를 국민개세주의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나 납세의 의무는 현행 세법이 규정하는 바에 따랐으면 의무를 이행한 것이며 실제로 일정한 금액을 국가계좌에 입금했는지의 여부는 관건이 아니다.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대하여 소득세법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근로소득자들도 엄연하게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민들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는 표현도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 이들은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으나 그들의 소득에 비교하여 다른 종류의 세금을 충분하게 내고 있다.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다른 세금은 의외로 많다. 지방세인 주민세, 그리고 물건 값에 같이 내는 부가가치세와 담배소비세 등 각종 소비세. 그리고 소득세와 거의 성격이 같고 서민들에게 부담이 더 큰 건강보험료가 있다.


세금의 구조를 설명하는 소비펀드(Consumption Fund) 이론에 따르면 개인들은, 혹은 개별 납세자들은 누구나 하나의 펀드를 가지고 있다. 소득세는 이 펀드로의 자금유입에 대한 과세이며 소비세는 이 펀드로부터의 자금유출에 대한 과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펀드로의 유입과 유출, 양 방향에 대한 과세를 행하는 것은 소득과 소비라는 경제행위는 개인의 경제적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두 가지의 근원적인 지표라는 것에 근거를 두는 것이며 이 두 가지 지표에 대하여 적절하게 과세하는 것이 응능과세원칙에 잘 부합된다는 것이다. 통상 응능과세원칙은 헌법상 요구되는 개념인 평등의 원칙의 세법 분야의 구체적 실현형태로 받아들여진다. [개인의 경제적 능력을 설명해주는 제3의 지표로서 재산(혹은 자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최근 더 강조되고 있기는 하나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예를 들어 임대소득, 배당, 이자, 양도소득, 사업소득 등)을 소득세에서 빠트리지 않고 합산하여 과세한다면 남은 문제는 재산이 실물로서 부여하는 혜택(즉 주택이 제공하는 주거서비스 등) 이며 이는 재산세로서 적절하게 과세할 수 있다. ]


개인의 소득이 가족의 기초생활에 필요한 수준에 못미치는 저소득계층의 경우 소득의 전부 혹은 그 이상을 소비하므로 소비세 납부과정에서 소득수준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세금을 부담 하는 셈이다. 전체 세수입 구조에서 소비세의 세수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세부담의 소득 역진성이 심하게 나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소득세에서 최소일정액을 부담시키자는 주장은 넌센스에 가깝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최소한 일정액의 세금부과라는 컨셉은 이미 지방세인 주민세에게 실현하고 있다. 소득비례세인 주민세가 아닌, 모든 이에게 부과되는 주민세 1만원의 부담[지자체의 탄력세율 운영에 따라 1인당 1만원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세금이 납부되고 있다.]이 그러면 최소한세 개념이 아닌 어떤 다른 생각에서 도입되었다고 보는가? 지방세에 이미 최소한세는 존재하는데 왜 추가적으로 국세로서의 최소한세가 도입되어야 하는가? 연 1만원의 최소한세의 부담이 낮은 수준이라서 월 1만원 정도로 높이고 싶은 것이라면 연 12만원 세금의 경제적 무게는 저소득층에게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최저한세와 같은 개념의 인두세를 도입하고서 그 수명을 다한 대처 영국수상의 보수당 정권이 도입하려고 했던 그 인두세 수준도 그 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도 말해주고 싶다. 

 

근로소득자의 1/3정도라면 모르겠으나 절반이 세금을 안내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그 점에 대하여는 동의한다. 이미 설명한대로 2013년 까지는 소득이 낮아서 세금을 내기 힘든 상황에 있는 1/3 정도의 근로자들에게만 소득세 부담이 없었다. 근로자의 절반이 세금을 안내게 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2014년 소득세 공제제도 개편안이 연말정산 파동을 거치면서 수정보완되는 과정에서 면세점 이하 근로자 비중이 늘어난 탓이다.  


동 제도의 수정보완은 박근혜식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2014년 소득세법 개정에서 일부항목의 소득공제제도를 세액공제제도로 바꾼 뒤[동 제도의 변화는 물론 꼼수 증세이지만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대체로 바람직한 것이었다.] 세부담 증가에 대한 납세자들의 항의에 직면하자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은 제도를 수정하여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제도변경으로 인하여 세금이 늘어나지 않도록 조처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소득세체계 및 세액확정 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다.


응능과세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소득세 체계는 세율로서만 세부담을 결정할 수 없고 소득공제제도가 개인별로 적절한 세부담을 계산해내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가족수, 가족구성원의 구체적 특성, 주거상황 등을 감안한 다양한 형태의 필수적 생활비용은 세율이 아니라 소득공제제도로만 소득세 체계에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같은 연소득 5,000만원의 근로자라도 생활수준은 매우 다양하다. 독신자와 4인 가족 가구가 같이 연 소득이 5,000만원 이라면 경제적 수준은 상당히 다를 것이다. 개인들의 삶의 형태의 다양성을 반영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적절한 세금을 부담하게 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적 체계는 공제(소득 및 세액공제)제도로 구성된 체계이다.    


대통령(그리고 김상조 교수도)은 도출된 결과로서의 개인들의 세금부담만을 비교하고자 하지만 이러한 지시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작업하는 세제실과 국세청의 공무원들에게는 대혼란을 노정시키는 것이다. 개별 항목마다 생활필수비용에 대하여 공제의 수준이 적당한지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도출된 세부담의 결과가 대통령이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도록 만드는 것을 대폭의 세수손실을 피하면서는 맞추어 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소득세의 공제 체계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정치는 큰 방향을 결정하고 디테일은 실무자에게 맡기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디테일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경우 정치가는 디테일도 알아야 한다. 아니면 실무자의 의견이 정책에 잘 반영이 되도록 소통에 문제가 없던가.   

 

조세제도는 정교한 체계이다.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여도 그것이 투입되는 조세체계의 해당 부분 뿐 아니라 전체의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그 정책컨셉은 작동하기 어렵다. 조세체계는 정책수단으로 투입되면서 동시에 그 부담이 조세정의에 부합되어야 한다. 


진보적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학자가 소득세 최소부담 주장에 피를 토할 때 스위스나 핀란드 같은 나라들에서는 기초소득보장제도를 논하고 있다. 그리고 주류경제학에서 소득세율 구조에 관한한 고전으로 읽히는 Mirrless의 연구[J. A. Mirrlees, An Exploration in the Theory of Optimum Income Taxation, Review of economic Studies, 38, 175-208, 1971.] 의 분석에서는 낮은 소득구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한계세율이 도출되나 이 결과는 저소득구간에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당연한 전제조건으로 하는 분석의 틀에서 도출된 것이다. 물론 이 나라의 주류 재정학자들은 이 얘기는 절대로 언급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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