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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xit, 개방에 대한 분노




김  유  찬  

경실련 상임집행위 부위원장

홍익대 세무대학원


 
23일로 다가온 영국의 국민투표로 인하여 먼 한국의 자본시장도 요동을 친다. 언제부턴가 자본시장은 경제적 실상보다 상황을 수백 배 증폭시켜서 다른 지역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주의 사조의 근원지로 여겨지는 영국이, 그리고 개방의 최대 수혜국인 영국이, 경제통합의 결과물인 EU로부터의 탈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한국처럼 개방노선을 추종하는 나라들은 비판의 논점도 잡지 못하고 있는데 자유주의와 개방의 주창자들이 먼저 달아나려고 한다.
 
금융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영국에게 EU 탈퇴로 인하여 유럽대륙 국가들과의 금융거래가 지장받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몰려오는 난민들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 계기가 되었다지만 만사에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영국인들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반하는 결정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영국경제를 EU국가들의 경제성장률 보다 웃돌게 만들어준 금융산업과 개방은 영국의 평범한 이들에게는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 평범한 이들은 여전히 영국의 한적한 곳에서 변화 없이 소박하게 살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금융산업의 발전으로 런던의 임대료와 물가가 높아지고부터 그곳으로부터 더 강하게 배제될 뿐이다. 영국의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은 EU 잔류를 선택해주기를 영국인들의 이성에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이들에게는 이질적인 이슬람 문화가 이웃으로 깊숙하게 침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이 실존적 내용을 가질지도 모른다. 


개방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IMF위기 이후의 자본시장 개방과 노무현 정부부터 시작된 FTA 체결 지역의 확대는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던가? 경제성장의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상실했으며 개방을 통하여 서민들의 삶이 변화된 것은 없다. 무역의 개방은 대기업에게만 혜택으로 작용했고 자본시장의 개방은 산업자금의 조달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빈번한 금융거래로 일부 금융기관에만 이익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대가로서 금융시장은 투기자본에 방어기제없이 노출되었고 증폭된 변동성과 그로 인한 정책실패의 피해는 국가가, 나아가서 납세자들이 짊어져야 했다. FTA와 함께 약속되었던 소비자들의 효용 증대도 느낄 수는 없었다. 있었다면 중국과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낮은 노동비용으로 인한 것이며 이는 FTA와 거의 무관했다.


우리에게 구제금융과 함께 개방을 강요했던 그 IMF가 최근 중요한 고백을 했다. 자본시장의 개방이 직접투자를 통하여는 개도국 발전에 도움이 되었지만 간접투자를 통하여는 신흥국가들의 경제를 교란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IMF가 나라들에게 자본시장 개방을, 그리고 규제의 철폐를, 무조건적으로 권고한 것은 과오였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당시 우리 우량기업들의 주식의 큰 부분이 헐값에 외국자본의 수중으로 건네어졌고, 이제 IMF의 값싼 고백이 이를 돌이킬 수도, 보상해줄 수도 없는 것이다.
 
영국은 자유주의 모범국가인가? 잘 살펴보자.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GDP의 3% 이내로 재정적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EU의 재정규율을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2008년에는 일시적이기는 하나 조세수입이 GDP의 42%에 달하기도 했고, 국가부채는 현재 2007년 수준의 두 배가 되었으나 별다른 감축 노력도 없다. 제로금리를 통한 양적완화도 금융위기 이후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하튼 유럽국가들 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실업율도 양호하다. 어떤 도그마를 따르지 않으면서 실용을 추구하는 영국인들의 진면목이다. 금융산업에의 의존과 개방성의 추구도 다만 실용적 선택이었을 뿐이다.


그런 영국인들이 왜 Brexit를 심각하게 고민하는가? 그들은 EU에서 개방과 통합으로 인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자국에 부합하는 경제정책을 실현할 정책수단을 빼앗기고 두 손을 결박당한  무능한 정부들을 보는 것이다. EU에 잔류하면 이 무능력하고 불투명한 집단속에서 관료와 정치가들이 국민들과 유리된 결정을 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지, 그것이 과연 자국의 경제에 유리할 것인지, 금융산업의 경제적 의미와 심각하게 견주어 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실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지, 그리고 실용적인 선택인지 구분조차 어려워진다.





<저작권자 ⓒ 경향신문> 이 기사는 2016년 6월 21일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URL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202055035&code=9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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