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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내각제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
 

김  유  찬  
경실련 상임집행위 부위원장
홍익대 세무대학원


개헌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이들이 바라보는 개헌의 방향은 또 크게 다르다. 주류 언론들은 놓칠세라 적극적으로 판을 벌린다. 민생과 경제 이슈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을 것이다. 개헌이라는 권력구조 설계놀이를 펼쳐주면 여야의 정치인들은 속한 정파와 무관하게 몰두하리라.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국민들은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고 있다. 자신이 속한 정파가 권력의 일부를 잡기에 유리하기에 그 체계가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고려없이 주장하는 것이다. 비교되는 의원내각제는 현재의 대통령제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다. 진보학자 한 분은 헌법개혁이 절실한 민생개혁이라면서 권력분산과 민주주의를 위하여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을 토로했다. 

묻고 싶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중에 나은 대안을 선택하는 일이 정당정치 발전수준과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지를. 사회의 여러 계층에 깊이 뿌리박고 있고 이들의 경제사회적 이해와 요구를 정치 현장으로 충실하게 전달해주는 통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정당이나 단체가 (아직) 없다면 그러한 사회에서 의원내각제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의원내각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실상 많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나라들에는 대체로 사회의 각 계층을 잘 대변하는 정당들이 정착되어 있다. 중유럽과 북유럽의 나라들에 비하여 이러한 정당이 미숙한 남유럽 국가들의 의원내각제에서는 정권이 단명하고 연정이 위태롭게 유지되는 모습을 우리는 흔하게 목도한다. 정당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의원내각제의 작동은 불가능한 것이다.

사회계층에 잘 접목된 정당이 자리잡지 못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된 나라들은 대체로 차선책으로 대통령제를 선택한 나라들이다. 우리도 여하튼 그렇게 선택한 것이며 그러한 선택 이후에 우리나라 정당들이 사회 곳곳에 잘 뿌리를 내려서 정치의 저변적 상황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면 지금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은 뜬금없는 일이다. 

정당이 잘 자리잡아 상향식 정치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나라에서 의원내각제는 계파정치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계파의 보스들의 밀담에 의하여 정권이 명멸하게 되면 그 때 다시 대통령제로 바꾸자고 할 것인가? 의원내각제가 평소의 지론이었다는 정치인들도 여럿 나타났다. 적어도 의원내각제가 오랜 지론이었다면 이들은 우리나라 정당들이 충분한 사회적 기반을 가진 안정적인 정당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서구 민주주의 역사에서 소수의 나라들만이 이룰 수 있었던 일을 말이다.  

우리에게 개헌이 필요한 의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우리 헌법은 개헌에 대한 국민발의 규정도, 재정분권의 내용도, 사법부 수장의 선출도, 그리고 국회의원 투표에서 국민의 표의 비례적 대표성에 대한 내용도 민주주의 관점에서 매우 취약하다. 헌법에서 규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중요한 내용은 헌법에 끌어당겨서 명확하게 규정해두는 일이 바람직하다. 
  
의원내각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내용은 권력분립과 그를 통한 더 나은 민주주의일 것이다. 우리 상황에서는 이 목표를 위하여 의원내각제보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국정의 중심을 국회로 옮겨가는 일이 중요하다. 주류언론에서 애써 국회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몰고 가지만 높아지는 공공의 관심과 함께 조금씩 현재의 제도적 틀 내에서 국회와 개별의원들이 자기역할을 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결과도 아주 천천히 보여주고 있다.

국회를 국정중심으로 만드는 제도적 개편은 작동하기 어려운 의원내각제보다 실질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시켜야 한다. 대통령제하에서도 의회가 국정의 중심에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들이 그렇게 한다. 행정부를 감사해야하는 감사원이 국회에 있지 않고 행정부에 있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설계다. 감사원의 국회이관은 감지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울러 검찰과 국정원에 대한 국회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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