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윤석열 정부 3년... 부자감세의 구조화를 우려한다
[월간경실련 2024년 9,10월호][특집.부자감세, 무엇이 문제인가?(1)]
윤석열 정부 3년... 부자감세의 구조화를 우려한다
유호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지난 7월 말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24년 세법개정안에서는 역시나 부자감세인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한 감세 이외에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 조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즉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22년 세법개정에서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대규모의 감세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에도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증여특례의 적용범위 확대 및 상속세와 증여세 최고세율 인하 등 대표적 부자세금인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한 대규모의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24년 세법개정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밸류업과 스케일업을 빌미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한도를 2배로 확대하고 기회발전특구에서의 창업기업과 이전기업에 대하여는 가업상속공제를 한도 없이 적용하도록 하였으며, 상속세 및 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자녀공제를 현행 5천만 원 에서 5억 원으로 10배 인상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중견기업(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이 가업상속 또는 가업승계를 이용하는 경우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100% 면제받을 수 있게 되어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인 상속세 및 증여세가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다. 또한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증여하는 때에 결혼자금(1억 원) 및 창업자금(5억 원) 등 증여특례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 자산가를 부모로 둔 1쌍의 부부는 결혼할 때까지 부부합산 최대 20억 원을 비과세로 증여받게 된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은 그저 ‘부자를 위한 금수저 물려주기’ 또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 조세우대를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지하듯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대규모 부자감세의 결과 막대한 세수감소와 그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가속화하여 '기회균등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형해화할 우려가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추경호(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년 세법개정과 관련하여 향후 5년 세수감소 규모는 13조 1,000억 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며, 이러한 부자감세의 결과로 오히려 낙수효과가 발생하여 세수기반이 확대(세수증가)될 것이라 호언장담한 바 있다. 그러나 ‘23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23년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56조 4,000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바, 이는 당초 추경호 장관이 주장하였던 5년 간 13조 1,392억 원(누적법 기준 약 105조 8,000억 원)의 4배(누적법 기준 약 8배)가 넘는 막대한 규모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는 단순히 세율을 인하하거나 공제대상 또는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명목상의 감세조치 이외에도, 재벌·대기업과 자산가들이 전략적으로 조세부담을 경감(즉 조세전략을 통한 조세 회피) 가능하도록 세법 및 관련 법령을 정교하게 개정(폐지)하거나 신설하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22년 세법개정에서는 법인세법상 국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의 적용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면서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는 특수관계자 범위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적용 범위도 축소하였다. 따라서 만일 재벌·대기업이 ‘22년 개정세법을 이용하여 국외 자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국내에서 창출 가능한 이익을 국외 자회사에 유보시킨 후, 그 유보이익을 다시 국내 모회사로 배당하는 경우에는 국외 자회사로부터의 수입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받게 되므로 국내 모회사에게는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관심 있게 보아야 하는 부분은 재벌·대기업과 지분관계가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재벌·대기업과 그 자회사 간 내부거래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관련 밸류체인에서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자면 재벌·대기업과 무관한 중소·중견기업은 기재부가 주장하는 ‘부자감세에 따른 낙수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재벌·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통해 중산층과 서민 및 중소기업도 부자감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거짓말하거나 혹세무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23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3년 한 해 동안 약 29조원을 해외자회사로부터 배당받았으나, 상술한 국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로 인해 법인세를 1원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세무상 이익은 약 –7.8조 원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향후 5년간 –7.8조 원의 80%를 납부할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이에 따른 삼성전자의 세무상 이익은 대략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삼성전자는 세율인하가 아닌 몇몇 세법과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이미 약 10조 원 이상의 이익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가업상속공제 혹은 가업승계 증여특례 관련 세법 개정에서 위와 유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6조의4(중견기업의 범위 등)의 개정안 및 밸류업과 스케일업 또는 기회발전특구로의 이전 혹은 창업하는 경우에 대한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증여특례의 적용 확대 등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에 해당된다. 즉 윤석열 정부는 ‘22년의 재벌·대기업에 이어 올해에는 중견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가업상속공제 및 가업승계증여특례의 공제한도의 인상을 통해 중견기업에 대한 ‘구조적 감세’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집권 여당과 기재부는 법인세법 혹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의 명목세율을 인하하거나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개정안은 야당의 반발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조세전략’을 통해 조세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중견기업에 대한 감세를 구조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업상속공제 등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재벌·대기업이 방계 계열사 등을 이용한 상속세 면탈을 위한 조세전략으로 남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와 같은 ‘구조적 부자감세’는 일견 ‘꼼수감세’로 비칠 여지도 있다. 그러나 ‘22년 세법개정 이후 재벌·대기업들이 ‘23년 해외 자회사로부터 약 244억 달러의 배당소득을 수취하였음에도 대부분 과세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22년 세법개정 이후 재벌·대기업은 특수관계자와 내부거래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면서도 국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을 이용하여 법인세를 절감하게 되었으며,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가 배제되는 수출거래를 통해 증여세를 회피하면서 해외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을 통해 이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내부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벌·대기업의 초과이윤이 상술한 ‘조세전략’을 통해 다시 재벌·대기업에 귀속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은 재벌·대기업들이 ‘그들만의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세법체계를 매우 정교하게 구조화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앞서 올해 세법개정안과 관련하여 지적한 가업상속공제 혹은 가업승계증여특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상술한 것처럼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등의 세법개정안이 정부안대로 통과된다면 가업상속공제 등의 적용대상이 대폭 확대되면서 상속세의 비과세’가 가능한 ‘조세회피 전략의 기제’가 만들어지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진행된 조세정책은 ‘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좀 더 간명하게 표현한다면 ‘부자감세의 완결판’ 혹은 ‘부자를 위한 맞춤형 조세전략’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지경이다.
이와 같은 ‘구조적 부자감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과거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매몰되어 부자감세에 몰두하였던 미국과 영국의 경우처럼 급격한 세수감소와 재정파탄에 직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과 생산기지 및 자본과 기술의 해외유출을 야기하여 국내 산업의 공동화와 노동시장의 황폐화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과거 MB정부에서 임기 내내 토건·투기세력과 재벌·대기업을 위한 감세정책을 지속한 결과 임기 말에 심각한 재정적자와 민생파탄을 초래하였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MB감세에서 배제되었던 중산층·서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증세를 단행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윤석열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 또한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서민증세로 기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영국의 감세정책은 물론 MB정부의 감세정책은 반면교사의 대상이지 타산지석의 선례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을 과거의 관행처럼 단순한 정치적 거래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부자감세의 구조화’를 위한 윤석열 정부와 기재부의 ‘전략적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보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과 시민·사회단체 또한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의 구조화’를 저지하기 위한 감시활동과 저지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가’이지 ‘기득권의, 기득권의 구조화를 위한, 기득권만을 위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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