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공평과세는 공시지가 정상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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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7-29 조회수 35535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7,8월호][시사포커스(3)]

공평과세는 공시지가 정상화부터!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 팀장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기준이다. 1990년 제도 도입 초기에는 토지를 대상으로 하는 공시지가만 단일하게 존재했을 뿐 공시가격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국토부가 공시지가를 고시하면, 건물값은 국세청에서 고시하는 기준시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시하는 시가표준액으로 가격을 산정하여 세금을 부과해왔다. 하지만 공시지가는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참여정부는 과세기준인 공시지가의 낮은 시세반영률은 그대로 둔 채 종부세를 도입하며 주택만을 대상으로 공시가격(토지, 건물 통합평가) 제도를 추가로 도입했다. 그 결과 상업업무용 빌딩, 오피스텔 등은 공시지가와 시가표준액, 아파트 등 주택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각각 과세하고 있다. 올해 6월 26일 경실련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23년 60%, 2024년 65%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공시가격 시세반영률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빌딩 등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들에게 엄청난 감세혜택을 주고 있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경실련은 서울지역 1천억 이상 매각 빌딩 공시지가 실태를 조사했다.

 모든 집값은 땅값과 건물값의 합이다. 집값에서 건물값을 빼면 땅값을 산출할 수 있다. 1천억 이상 빌딩 거래금액에 빌딩 건물값에 해당하는 시가 표준액을 빼는 방식으로 해당 토지의 시세를 구한 뒤 공시지가와 비교하여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계산했다. 최근 4년 동안 서울에서 거래된 1천억 이상 실거래 빌딩의 총 거래금액은 27조 809억이다. 이 중 건물값에 해당하는 시가표준액은 3조 3,397억이며 토지가격은 23조 7,412억이다. 공시지가는 토지시세의 36% 수준에 불과한 8조 6,266억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1천억 이상 빌딩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2020년 36%, 2021년 36%, 2022년 38%, 2023년 35%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정부는 연도별 전국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2020년 65.5%, 2021년 68.6%, 2022년 71.6%, 2023년 65.5%라고 밝혔다. 전국과 서울이라는 지역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매년 시세반영률이 30%가량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시가격도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공시지가는 그보다도 훨씬 왜곡되어 공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빌딩 5개를 조사했다. 2023년 거래된 무신사캠퍼스 E1의 토지가격은 984억인데 비해 공시지가는 109억에 불과하여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11%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낮은 빌딩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2022년 거래된 CORNER50 11%, 삼일빌딩 16%, 영시티 17%, LG전자가산B 19% 순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무신사캠퍼스 E1과 CORNER50의 경우 매각 직전에 건물이 신축됐다. 이들 건물에 대한 시가표준액은 거래연도 다음 해의 금액을 적용했다.

 공시지가의 낮은 시세반영률 덕분에 어떤 빌딩이 가장 많은 보유세 혜택을 봤는지 계산했다. 삼성SDS 빌딩은 공시지가 적용 시 보유세를 13.6억 내야 했지만 시세 80% 적용 시 16억이 늘어난 30억을 보유세로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그랜드센트럴은 15.8억, 신한투자증권타워는 14.4억, 가양이마트는 14억, 파크원타워2는 13.9억의 보유세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로 구분된 조세체계는 주택과 비주택 간에 조세 형평성이 무너진 사실을 은폐시킨다. 정부는 주로 공시가격을 중점적으로 언급하기 때문에 공시지가 왜곡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공시가격은 시세반영률이 60~70%에 이르고 있지만 공시지가는 40%에도 못 미치고 있다.

 땅값은 지역별 차이가 큰 데 비해 건물가격은 지역에 따른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모든 건물의 가격을 일일이 조사할 필요성이 낮다. 공시지가만 정확하다면 예산을 이중으로 써가며 공시가격을 산정할 이유가 없다. 조세체계를 더욱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공시가격은 즉시 폐지하고 공시지가를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시가격 뿐만 아니라 공시지가, 집값 통계 등 정부의 부동산 관련 통계 대부분은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부지마다 제멋대로 가격을 산정하고 있어 일관성마저 찾아볼 수 없다. 공시지가 결정은 법률개정 사항이 아니므로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지금 당장 개선할 수 있다. 주택, 빌딩, 토지 등 모든 부동산의 모든 부동산의 공시지가는 예외없이 시세의 80% 이상 반영하도록 확고한 방침을 세워야 한다.

 경실련이 직접 공시가격·공시지가, 정부의 집값 통계까지 확인해본 결과 정부가 내놓는 모든 부동산 통계들이 정확도가 떨어지며 통계들끼리도 서로 수치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현상은 개별 통계들이 시장 현실과 무관하게 제멋대로 조사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집값 통계, 공시가격·공시지가 등 부동산 관련 모든 통계의 산출근거와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 검증하여 인위적인 조작이 다시는 벌어질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행 개별토지에 대한 공시지가 조사 및 결정 권한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고시하는 표준지에 연동하여 결정을 내려야 하므로 실질적인 공시지가 결정 권한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기준으로 표준지 공시지가를 산정하고, 시세반영률을 발표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상황을 중앙정부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으며, 재산세 등 세수의 직접적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는 법과 원칙, 기준만을 정하고 실질적인 공시지가 산정 권한은 개별 자치단체로 이양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시지가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투명성도 지금보다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과세기준 마련은 뒷전인 채 종부세 폐지, 상속세 감면 등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부동산 부자들에게 막대한 세금특혜를 안겨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경실련은 이 같은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부동산 통계 및 합리적인 조세체계부터 구축하는데 모두가 나서야 함을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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