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누구를 위한 상속·증여세 완화인가?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9-26 조회수 675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9,10월호][특집.부자감세, 무엇이 문제인가?(2)]

누구를 위한 상속·증여세 완화인가?

권오인 경제정책팀 팀장

 기획재정부는 7월 25일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부자감세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이번 세법개정안 역시 엄청난 부자감세안이 담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자감세 끝판왕’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상속·증여세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감세안이 담겼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14일 간의 입법예고와 8월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국회에 제출되어 연말 예산 부수법안으로 일괄 처리되는 과정을 거친다.

2024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상속·증여세 완화안

 정부는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세율 및 과세표준을 조정했다. 현행 30억 원 초과 구간은 50%의 최고세율을 부담하고,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구간은 40%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를 통합하여 10억 원 초과 구간에 대해 40%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녀공제금액도 대폭 늘렸다. 현행 자녀공제는 1인당 5천만 원이지만 10배를 늘려 1인당 5억 원으로 상향시키는 안을 담았다. 자녀공제를 개정한 이유를 보면 놀라울 정도이다.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세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것이다. 1인당 5억 원의 상속세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가구가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상속·증여세와 연동되는 최대주주 등 보유주식 할증평가제도도 폐지하는 안을 담았다. 현행 최대주주 등의 주식은 평가한 가액에 20%를 가산하고 있다. 여기서 최대주주 등 주식은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등’을 의미한다. 매출액 5천억 원 미만의 중소 및 중견기업은 제외한다. 따라서 여기에 적용을 받는 자들은 소위 재벌총수와 그 일가이다. 이 개정안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함께 통과된다면 재벌 총수와 그 일가는 단순히 계산해도 30%의 상속·증여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수혜층이 중산층이 아니라 재벌들임이 명백한 것이다.

물가·자산의 여건변화와 과도한 세부담 완화?

 정부는 2024년 세법개정안과 함께 발표한 문답자료 에서 상속·증여세 완화이유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중산층 세부담 경감과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이 26%라며 주요국 상속 세율 수준을 감안했다고도 언급했다. 주요국의 세율 즉, 미국은 최고세율이 40%, 영국은 40%, 일본 55%, 독일 30%, 프랑스 45%라며 우리나라가 세율이 높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는 상속·증여세 완화를 위해 단순 최고세율을 비교함으로써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한 속셈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표면상으로 높아 보이지만 실효세율로 보면 그렇게 높지가 않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실제로 높을까?

 2023년 기준 상속세 재산가액은 58조 원 규모였다. 하지만 각종 상속공제와 세액공제를 뺀 최종 결정세액은 12.3조 원 수준에 그쳤다. 명목상 최고세율이 50%인데 반해 실효세율은 21.2%에 불과하여 그렇게 높지가 않았다. 이렇게 실효세율이 낮은 이유는 그간 온갖 이유를 들어 공제를 해왔기 때문이다. 즉 △동거주택 상속공제 △금융재산상속공제 △가업상속공제 등 새로운 공제조항과 공제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정부는 상속세 완화 이유 중 하나로 중산층세가 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중산층세가 아니라 슈퍼리치에 대한 세금임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2023년 상속세 결정인원은 1만 9,944명으로 2019년(8,375명) 대비 약 2.4배 늘었다. 그런데 이는 과세대상자 중 상속재산 ‘5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구간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구간의 상속 재산 총액은 2019년 대비 142% 증가한 19조 4,471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계산을 해보면 실제 상속세 결정 세액은 상속재산 총액의 92.9%를 공제한 금액이었다. 결론적으로 2023년 상속세 결정인원은 2019년 대비 증가하였지만 실제로 납부해야 할 과세대상 금액은 상속재산 총액 대비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2023년 상속세 총결정세액 중 소위 자산가(10억원 초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93.58%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슈퍼리치라 할 수 있는 ‘500억원 초과’ 구간 37명의 상속세 결정세액 비중은 전체에서 28.2%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상속세 완화안이 통과된다면 그 수혜자는 슈퍼리치가 될 것이 자명하다.

 위 통계청의 국세통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10년간(2013~2022) 과세표준 최고세율 구간(30억 초과 50억 원 이하~500억 원 초과)의 총결정세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62.80% △2014년 63.94% △2015년 65.73% △2016년 75.83% △2017년 72.90% △2018년 62.47% △2019년 64.94% △2020년 74.25% △2021년 69.54% △2022년 74.72%로 집계되었다. 이들이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욱 이 국세통계를 보면, 2022년 총결정세액에서 500억원 초과 단 한 구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38.50%에 달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이 구간의 피상속인은 20명 정도로 대한민국 0.00003%가 전체 상속세 40% 가까이를 납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속·증여세 도입 취지를 살려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조에는 “상속세 및 증여 세의 과세(課稅) 요건과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상속세 및 증여세의 공정한 과세,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 확보 및 재정수입의 원활한 조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법률 도입 목적이 명시되어 있다. 즉 부의 세습을 막고, 조세의 공평을 기해 조세제도가 가지고 있는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적용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법인세를 비롯하여 지속적인 부자감세 정책을 일관해 오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 2023년 세수가 무려 56조 원이나 덜 걷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2024년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100조 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현 정부의 무서움은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무분별한 감세정책을 펼쳐 모순을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속 및 증여세 외에도 출범 초기부터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을 완화시켰다. 담세 능력이 있어 세금을 걷어야 할 계층에 오히려 세금을 감면해줌으로써 재정 수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으리라 본다.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부자감세는 국회가 나서서 저지할 수 밖에 없다. 국회에 세법개정안이 제출된 만큼 상증세 완화를 막기 위해서는 야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 절대의석수를 가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법인세 완화와 같은 부자감세에 동참을 한 전력이 있지만, 이제는 저지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조세정의 실현을 통해 소득재분배와 깊어지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정부의 재벌과 부자들을 위한 부자감세안을 오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하고, 통과 역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