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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왜 '나는 가수다'에 열광하나?

  일전에 늦은 밤까지 '나는 가수다' 논란을 안주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계산대에 있던 주인이 우리 이야기를 듣느라고 마감 시간이 끝났는데도 한 시간이나 봐주었다고 한다. 실로 '나는 가수다'가 장안의 화제고 논란의 대상이다. 경쟁 구조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필자는 제작진의 고민을 엿보는 일이 매우 흥미로웠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이른바 '쌀집 아저씨'로 불리는 책임피디의 손맛을 느끼는 재미는 쏠쏠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최고의 가수들을 구색을 맞춰 뽑아서,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선사한 그에게 어떤 찬사도 부족할 듯싶다. '슈퍼스타K' 시리즈나 '위대한 탄생'도 역시 좋은 가족용 프로그램이지만 성공신화에 치중하는 무협지 느낌 때문에 필자는 '나는 가수다'를 더 좋아한다.   더 분노하자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인해 '나는 가수다'는 시청자들의 들끓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방송사에서는 프로그램 일시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고 다행히 녹화분 방영에 대한 평이 좋아서 논란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평을 쏟아냈다. 대중예술의 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끼어들 자리는 아니지만, 필자가 평소 고민하던 주제이기 때문에 사족을 덧붙이고자 한다. 알려진 대로 서바이벌을 수없이 강조한 방송사가 막상 탈락자가 결정되자 재도전의 기회를 준 것이 빌미가 되었다. 사후에 알려지기는 방송사와 가수들 간에는 재도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시청자로서는 황당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사실 더욱 놀라운 일은 별것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이었다. 그 순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각광을 받았던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대중은 한국 사회에 대해 무척 분노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필자는 그런 시청자들에게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제동은 ...

발행일 201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