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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아침, 내일 그리고 인샬라

[월간경실련 2022년 대선특집호] 아침, 내일 그리고 인샬라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우리나라를 서양에 소개할 때 흔히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는 명칭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아침이 고요해서가 아니었다. 상고 때부터 중국에서는 한반도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를 ‘조선’(朝鮮)이란 이름으로 불러왔다. 고조선(古 朝鮮,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 때부터 그러했다. ‘朝鮮’이라는 말에서 朝는 ‘아침 조’이고, 鮮은 ‘빛날 선’ 혹은 ‘고울 선’이다. 그러므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조선은 ‘아침해가 빛나는 나라’, ‘아침이 맑고 고운 나라’라고 불렀다는 뜻이 된다. 왜 이렇게 불렀을까?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조선은 동쪽에 자리잡고 있기에 아침을 먼저 맞이하며 햇빛이 빛나는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鮮을 ‘고요하다’로 새길 수도 있는데, 바로 이 때문에 19세기 구한말 이래 조선은 그 한자의 의미를 직역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로 서양에 소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다. 이제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을 만들어내는 문화강국이 되면서 세계를 호령하는 ‘Dynamic Korea’(역동적 대한민국)가 되었다. ‘역동적’이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을 여는 나라가 아니다. ‘역동적인 내일’을 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내일’을 나타내는 tomorrow (투모로우)가 ‘아침’을 가리키는 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내일’을 뜻하는 영어 단어 tomorrow는 전치사 to(at의 뜻)와 ‘아침’을 뜻하는 명사 morrow(모로우)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 morrow는 다양한 어형 변화를 거쳐 현대 영어의 morning(모닝)이 되었다. 요컨대 tomorrow는 ‘아침에’라는 뜻인데, ‘내일’을...

발행일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