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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칼럼]대선 후보들의 간과한 대북공약, 1% 선행조건

<25> 식량ㆍ농업 협력이 남북간 신뢰형성의 열쇠이다   1998년 11월 첫 번째로 속초항을 떠나 북한의 장전항으로 향하는 설봉호 선상에는 고 이보식(李輔植) 산림청장의 특명을 받은 산림 병해충 전문가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관광객의 신분으로 금강산 노송(老松; 소나무)들에 솔잎 혹파리병이 감염됐는가를 확인해 오라는 당부를 받고 나선 길이다. 2박3일 동안 남들은 풍악산(楓嶽山)의 절경에 황홀하여 관광에 여념이 없을 때 그의 카메라는 짐짓 금강산 비경을 찍는 척 봉래산의 낙락장송(落落長松)들의 잎, 가지와 줄기 상태를 담는 데 일편단심이었다.   수년내 사라질 운명의 금강산 노송들 귀국하여 농림장관실에서 당사자와 산림청장 등 관계자들이 함께 펼쳐 든 사진들을 판독하면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수천년동안 금강산의 비경과 함께 시인 묵객들의 찬탄의 대상이 되어 온 천연기념물과도 같은 낙락장송들이 솔잎혹파리의 공격을 받아 수년내 금강산에서 사라질 운명이었다. 앞으로 전개될 유병상태를 점검해 볼 때 그리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금강산의 솔잎혹파리들은 남쪽에서 건너 간 것으로 남측도 그 책임과 원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제시대 전라남도 목포에 입항한 목재와 함께 묻어 들어 온 솔잎혹파리들이 연평균 4㎞ 가량 북상하면서 남한의 숱한 소나무들을 쓰러뜨렸고 마침내 강원도 일원에서 완전히 퇴치된 것으로 믿어 왔던 터였다. 그 녀석들이 우리 민족의 성산, 세계적 자연ㆍ문화유산인 금강산에서 그것도 남한의 전문가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그 해충에 대한 사전 지식과 정보 그리고 방제용 약제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북녘 땅으로 넘어 간 것이다.   우리 민족 공통의 세계적 명승지 금강산까지 침입하다니, 그렇다고 지난 50년 동안 외교관계가 없었던 분단상태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모른 체 넘어가기엔 인류의 보편적인 양심과 우리 조상과 후손들에게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았다. 농림관료끼...

발행일 201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