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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200일, 시민으로서의 삶_김범 대학생

세월호참사 200일, 시민으로서의 삶 -구조적 부정의와 시민의 책임에 관하여-                                                  김 범  대학생     사회적 전환기에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다.  -마틴 루터 킹- 「세상은 변한 게 없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슬픈 유행가 가사가 나의 심정을 이렇게 잘 나타낼 줄 몰랐다. 나뿐만 아니라 4월, 지옥 같았던 대 참사의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느낄 법한 감정이다. 이 감정은 연인과 이별의 슬픔을 얘기한 특정인에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그래서 힘들었던 모든 사람들의 아픔이다.   세상은 변한 게 없었다. 3달 뒤 열렸던 보궐 선거에는 ‘심판’, ‘변화’, ‘인간’과 같은 프레임이 등장했다. 신자유주의의 맹목적 이윤추구 논리를 벗어나 ‘인간’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럴 듯 했다. 이 논리는 자연스레 복지 대신 성장을, 형평 대신 효율을 주장하는 정치 집단에 대한 ‘심판’론으로 이어 졌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희생당했고, 지금도 바다 어딘가에 있는 ‘이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면, 우리 삶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대의 민주주의의 정치 의사 표현인 ‘선거’에서 반드시 변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 게 없었다.’ 서울에는 ‘강남 4구’ 전략이 통했고, 부동산 개발이 다른 정책을 압도했으며, 분배는 낙수효과를 이길 수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합의는 번번이 실패했고, 유가족은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단식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의 고통을 그 어떤 고통도 대신할 수 없었기에 유가족의 선택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대부분의 매체에선...

발행일 201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