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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우리에겐 ‘구원자’도, ‘영웅’도 필요하지 않다

[월간경실련 2021년 11,12월호] [우리들이야기(3)] 우리에겐 ‘구원자’도, ‘영웅’도 필요하지 않다 -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듄(Dune)》이 말해주는 것 - 김인주 수습간사   단계적 일상회복과 ‘위드코로나(With Corona)’가 진행되면서 거리에 사람이 많아졌다. 시민들은 빠르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이 분위기에 질 수 없다는 듯 최근 들어 뜸했던 영화관을 찾았다. 먼저 보고 온 지인들이 그토록 칭찬해 마지않던 영화 《듄》을 보기 위해서였다. 좋아하는 감독, 좋아하는 배우, 좋아하는 세계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이후 ‘참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이런 영화여야 해’라며 벼르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그렇게 저녁 식사도 거르며 찾아 들어간 자리에 앉아 두 시간이 넘도록 《듄》의 세계 속에 빠져들었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야 ‘벌써 끝났어?’라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특히, 익히 아는 종교 구원자처럼 온갖 믿음 속에 역경과 고난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이었었기에 한참을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리고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듄>에 관해 설명해주는 영상을 계속 찾아보게 됐다. “듀니버스(작품의 제목인 ‘듄’과 세계관이라는 뜻의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라고 했던가. 그 황량한 세계에 빠져 원작 소설도 사볼까 하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가 1982년 NBC와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보게 되었을 때, 소박한 환상은 산산이 조각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소설 《듄》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리더가 늘 옳다고 절대 믿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는 《듄》에서 정말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창조했죠. 그에겐 정당한 명분도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권력을 쟁취고요. 하지만 그가 내리는 결정은 인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주인공 폴 ...

발행일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