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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평화를 묻다] 변경에 부는 아름다운 봄바람, 훈춘

변경(邊境)에 부는 아름다운 봄바람, 훈춘(琿春)   김삼수 정치입법팀 팀장 peace@ccej.or.kr           낯설다는 것은 많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생경한 문화 속 으로 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가슴 떨리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잊고 있었던 익숙하고 낡고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것도 역시 벅찬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릴 적 흑백사진이 그렇고, 다락방에 먼지 쌓인 일기장이 그렇고, 우연히 발견한 옛 편지가 그렇고, 추억이 담긴 졸업앨범이 그렇고….   낯선 것이든 익숙한 것이든 우리 곁에는 그렇게 무수히 많은 아름다움이 있다. ‘나는 여행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고 했던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삶에 갇혀버린 시선을 거두고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조금은 느린 걸음과 긴 호흡으로 삶을 대한다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여행도 어느덧 끝을 맺어야 할 때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오래된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이 익숙한 풍경이 조만간 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고, 또 실제로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훈춘(琿春)으로 가보자.      ▲ 훈춘의 새벽시장                               ▲ 훈춘 시내 전경       동해와 태평양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   훈춘은 북중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언론에 많이 등장하여 우리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의화단사건(義和團事件) 때에 러시아군의 침입로가 된 곳이고, 1920년 일본군이 한국의 독립 운동자들을 대량 학살한 훈춘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훈춘이란 만주어로 변경을 뜻하는데, 남쪽으로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의 라선직할시, 동쪽으로는 프리모르스키크라이(러시아, 연해주)와 국경을 접 하고 있다. 훈춘시 방천(防川)에서 막혀있기는 하지만...

발행일 201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