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필터
칼럼
[스포츠이야기] 난 ‘무적 LG’가 불편하다

난 ‘무적 LG’가 불편하다   글 | 김건호 국책사업감시팀장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나는 LG 트윈스 팬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을때, 서울사람이니까 유일한 서울팀이었던 MBC청룡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 걸로 알았다. 게다가 개막전에서 터진 이종도 선수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 그 홈런은 마치 세례와도 같았고 나의 신앙은 그 순간 결정되었다.   30년 애정은 식을 줄 모르지만 TV에서나 또는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볼 때마다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무적 LG’ 구호를 들을 때마다 나는 불편하다. 17년 동안 우승 한번 못해본 팀이 ‘무적’이라니… 롯데의 뒤를 이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매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팀이 아닌가. 내가 보기엔 적이 없기는커녕 나머지 7팀 모두가 강적이기만 하다.   여기까진 그냥 팬으로서 투정을 부렸다 치자. 정작 내가 불편한 건 왜 응원구호의 대상이 LG인가 하는 점이다. 야구경기장에서, 팀명인 트윈스도 아니고 연고지역인 서울도 아닌 기업명에 불과한 LG에게 왜 ‘무적’의 찬사를 보내야 하는가이다. 경기 중반에 접어들면 으레 등장하는 ‘LG없이는 못살아’는 또 어떠한가. 트윈스가 없으면, 이병규나 박용택, 박현준이 없다면 확실히 사는 재미는 줄어들 것 같다. 하지만 웬 LG? 굳이 따지면 내가 사는데 가장 필요한 존재는 삼성이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내 방에 있는 모든 가전기구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삼성 제품이다. 하다못해 지갑에 있는 유일한 신용카드도 삼성카드다. 삼성 없이는 못 살 판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 명칭은 참으로 독특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과 같이 연고지역명이 먼저 붙는다. 물론 메이저리그도 다들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그룹이 있다. 하지만 지역이나 팀 이름으로 그 정체성이 확인되지, 그 팀을 소유한 기업을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야구를 어느 정도 좋아한다면 뉴욕양키스의 구단...

발행일 201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