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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9회말 2아웃, 달빛요정이 쏘아올린 역전만루홈런

[월간경실련 2019년 7,8월호 - 우리들이야기(3)] 9회 말 투아웃, 달빛요정이 쏘아 올린 역전만루홈런 정택수 30주년기념사업국 팀장 wild@ccej.or.kr 바야흐로 한국음악의 전성기다. 가요는 이제 K-POP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빌보드를 비롯한 세계 차트 상위권을 섭렵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K-POP 공연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K-POP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몇몇 가수들이 유례없는 강력 범죄를 저질러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뒤엉키긴 했지만, 모두 한국음악 판이 커졌다는 반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음악이 언제나 지금처럼 잘 나갔던 것도 아니었고, 외양이 화려해질수록 한 번쯤 다른 이면들도 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자꾸 든다. 그래서 누구보다 화려하지 못했던 언더그라운드 가수 한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이름도 유치찬란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본명은 이진원이다. 그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음악으로 먹고살겠다는 일념으로 대형 기획사 주변을 전전하며 열심히 곡을 썼다. 하지만 연줄도 없는 데다, 실력도 부족해서 하루 종일 야구방송을 틀어놓고 음악 작업을 하는게 스케줄의 전부였다. 아무도 자기 곡을 찾지 않자 결국 자신이 가수가 되어 데뷔작이자 은퇴작을 발매하기로 결심했다. 음반을 내려면 많은 돈이 들기에 스스로 모든걸 해내는 ‘가내수공업’식 음악 작업에 돌입했다. 마스터링과 프레싱을 제외하고 모든 작업을 해낸덕에 앨범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대략 600만 원. 앨범의 타이틀은 ‘Infield fly1)’라 정했다. 어찌어찌 앨범을 만들기는 했지만 이걸 제대로 유통시키기란 더 어려운 일이었다. 한 웹툰 작가가 작품 배경음악으로 ‘절룩거리네’를 사용해준 덕에 앨범 판매도 반짝 상승세를 탔지만 그것도 잠시뿐. 또다시 1년을 허송세월하고 있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故 신해철이 DJ로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에서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을 소개해준 것이다. 청취자들의 ...

발행일 2019.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