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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녀(覆面女)와 귀농녀(歸農女)의 인권_김성훈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복면녀(覆面女)와 귀농녀(歸農女)의 인권 [김성훈 칼럼] 세모(歲暮)에 누가 가냘픈 민초들을 울리는가!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 대표, 전 농림부 장관 며칠 후면 한(恨) 많고 설움 많던 계사년이 저물어 간다. 풀뿌리 백성(民草)들의 가슴엔 한이 넘치다 못해 냉기(冷氣)가 역연하다. 이 땅 위에서 제일 힘없고 가냘픈 농민이라는 이름의 백성들은 마치 고립무원의 절해고도(絶海孤島)에 갇혀 시름에 젖어있는 모습이다. 이제 울부짖을 힘마저 빠졌는지 애꿎은 생명을 내려놓는 민초들의 행렬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야속한 대통령의 사람들, 사람의 인권에도 차이가 있나?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작년 말 대선 막바지 서울의 한 사설 오피스텔에서 '댓글' 달기 공무(?)에 열중하다가 야당측이 현장을 덮치자 쇠문을 꼭 닫아 걸고 경찰의 퇴로 마련 도움마저 마다하며 흔적지우기에 골몰했던 그 복면녀(나중에 알려졌지만 서슬도 시퍼런 국정원의 여직원 김하영씨) 사건때 참으로 감동스러운 인간애가 연출되었다.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니온 여성 후보 박근혜 현 대통령께서 "가녀린 여인의 인권"이 그렇게 짓밟혀도 되느냐고 말씀하여 세간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공무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이란 잘못은 뒤로 밀쳐두고 오로지 여성 범법자의 인권만을 배려하는 대통령 후보의 너그럽고 섬세한 인품이 돋보였다. '저런 분이 대통령이 되시면 우리 같은 풀뿌리 민생들의 삶에 따뜻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풍성히 펼쳐질 것' 같은 환상에 상당수 민초들이 빠져들었을지 모른다. 필자 또한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등 서민의 애환을 잘 살펴 주실 것이라는 자기최면에 걸렸던 모양이다. 선거 전날밤 국정원녀의 정치적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생뚱한 심야발표에도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으니 말이다. 그 복면녀 사건이 터진 지 꼭 1년이 지난 12월 13일, 밀양시 단장면 96번 송전탑 765KV 건설현장 인근의 동화전 마을 '황토방'에서 6년차 귀농녀인 부산 출신 권아...

발행일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