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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산상봉 연기’ 북한의 속내_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이산상봉 연기’ 북한의 속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추석연휴를 여유롭게 즐기던 남측을 향해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돌연 연기한다는 성명을 발표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제1비서의 ‘용단과 전략적 리더십’에 의해서 완화의 길로 들어서던 남북관계가 ‘남조선보수패당의 무분별하고 악랄한 대결소동’으로 또 다시 간과할 수 없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하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지난 5월 최룡해 특사가 중국을 방문한 이후 연일 대화·평화공세를 펴던 북한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이뤄진 직후에 몽니를 부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최근의 남북대화를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데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남 압박카드로 내민 개성공단 잠정 중단 카드에 폐쇄 불사로 반격한 박근혜 정부에 ‘굴복’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 카드를 내밀고 남측을 압박하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상봉 등의 성과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과로 인식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대북정책에 관한 지지도가 높게 나오고 있다. 이에 고무된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실무회담을 예정보다 일주일 연기하는 등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측은 자기들이 주도적으로 대화·평화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내용은 남측의 원칙론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불만이 이번 이산가족상봉 연기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초 북한이 6월6일 남북대화를 제의할 때는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상봉, 7·4와 6·15 공동행사 등을 포괄적으로 다룰 것을 제안했다. 회담대표의 격문제로 장관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남측은 의제를 분리하여 개성공단 정상화→이산...

발행일 201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