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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청계천 복원의 조건

조명래(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 단국대 교수)  이명박 시장이 취임한 이래 서울시는 굵직한 개발계획을 계속 발표해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서울이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는 반가움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까 하는 걱정을 안겨다주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도시관리의 기본철학은 '지속가능성'에 두어야 한다. 지금의 각종 개발사업이 혹여 10, 20년 뒤에 가서 도시발전의 장애가 되고 부담이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대형 개발사업들, 가령, 뉴타운개발, 마곡지구개발, 도심광장건설, 청계천복원사업 등은 '지속가능성'의 시각에서 볼 때 모두 적잖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데 이 중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이 특히 그러하다.  서울시의 홍보물에 의하면 시민들의 대다수는 청계천 복원을 지지하고 있고, 언론도 대개 호의적이라 한다. 그러다 보니 복원의 방식이나 내용에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이를 거론하는 것이 알게 모르게 금기 아닌 금기가 되어 있다. 2003년 중반부에 착공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기본계획조차 나와 있지 않다. 선후를 나누어 진행되어야 할 여러 기초 작업들이 현재 모두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도대체 이러한 절차를 통한 복원이 제대로 된 복원이 될 지 적잖은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는 뜻이다.  청계천은 서울의 생태공간을 구성하는 중심에 해당하지만, 도심에 위치해 있다보니 끝임 없는 다스림의 대상이 되어 왔다. 역사를 보면 청계천은 근 300년마다 대대적으로 손질되어 왔는 데, 오늘날 복개된 모습은 그 다스림의 극치에 해당한다. 복개된 청계천은 성장의 노폐물을 방출하면서 성장의 속도를 보태는 곳이지만 동시에 서울의 죽은 자연을 묻고 있는 무덤이기도 하다.  복원은 본래의 모습을 살려내려는 것이지만, 기실 이도 따져보면 새로운 인위적 다스림의 한 연장에 불과하다. 사라진 하천, 즉 자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함으로서 복원은 시민들의 정서적 동의를 얻고 있...

발행일 200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