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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텔레그램 n번방, 그 이후

[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특집. 그리고… 다시 시작(2)] 텔레그램 n번방, 그 이후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20대 국회의 끄트머리에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었다. 이로써 불법촬영물 시청·구입·소지를 비롯해 성적 영상물 등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 딥페이크 등 합성사진을 만드는 행위 등은 성폭력처벌법 아래 범죄로 처벌받는다. “찍지 말라” “보지 말라” “퍼뜨리지 말라”는 구호가 법안으로 옮겨진 게 감개무량하다. 2016년 5월,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몸을 잃은 듯 애도하던 사람들은 분노에 머물지 않고 운동으로 연결했다. 메갈리아로 대표되는 온라인 여성운동, 〈소라넷〉폐쇄 캠페인, 30만 명이 모인 혜화역 불법촬영 규탄 시위, 웹하드 카르텔 폭로 등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야말로 맨땅을 맨몸으로 들이받으며 일군 역사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이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사회문제’로 올라섰고, 이 가운데 거저 얻은 것은 “조개” 하나 없다. 텔레그램 성착취 현장에서 발견된 행태들은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들이다. 2016년〈소라넷〉폐쇄, 2017년〈일간베스트〉몰락 시작, 2018년 웹하드 불법촬영물 단속 및 텀블러 성인물 업로드 금지 조치, 2019년 단체 채팅방 내 불법촬영물 유통 피의자 정준영 구속 등을 겪은 성착취 네트워크는 더욱 안전한 플랫폼을 찾아 텔레그램으로 이동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텔레그램에서는 “초대남” 모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불법촬영물 공유, 지인 능욕 등 위 플랫폼들에서 문제가 된 모든 행위가 목격됐다. 그중에서도 성착취 네트워크를 텔레그램으로 집결시킨 강력한 키워드는 “노예”였다. 무려 21세기에 “노예”라는 반인륜 메시지를 버젓이 쓰는 태도는 남성 인권이 흔들리는 이유로 “야동 볼 권리” 침해를 꼽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이들의 공동체적 성질은 매우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예컨대 “야동 보는 것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게 더 재밌다”는1) 말,...

발행일 20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