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회장 무죄,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저버린 사법부

관리자
발행일 2009.05.30. 조회수 2248
경제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으로 기소된 이 회사 전 대표이사 허태학ㆍ박노빈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조준웅 삼성특검팀이 같은 혐의(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무죄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로써 10여년에 걸쳐 진행된 삼성그룹 총수일가와 경영진의 불법행위는 결국 아무런 법적 처벌도 받지 않게 되었다.


경실련은 삼성그룹 및 이건희 전회장의 중대한 범죄 행위에 대해 결국 총체적인 면죄부를 부여한 사법부의 결정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 또한 우리나라에 과연 법치주의와 사법정의가 존재는 하고 있는 것인지 참담한 심정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7월16일 1심 재판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내렸고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일부만 유죄로 판단한 바 있으며, 지난해 10월10일 항소심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였다. 이에 대해 경실련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그리고 법조계 내에서조차도 1심 판결에 대해 기존 판례와 법리를 무시하고 형식 논리에 입각한 ‘재벌 봐주기’식 판결이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1심과 2심은 핵심 쟁점이었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왜곡된 형식논리를 동원해 에버랜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한 삼성SDS 주식의 적정 가치 산정에 있어서 실제 장외거래에서 형성된 거래가격, 국세청과 행정법원이 산정한 적정가치를 모두 외면한 채 납득하기 어려운 상속증여세법상 평가방법을 통해 부당이득 규모를 대폭 축소하였다.


아울러 막대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인정되었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법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또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절망감을 안겨준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이번 대법원 상고심에서 올바른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바람과 희망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을 통해 삼성그룹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조성 및 불법로비 의혹이 제기된 이후 많은 국민들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 잘못된 재벌의 관행을 걷어내고 투명경영을 정착시킴으로써 우리나라가 보다 진일보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를 받고 시작된 삼성특검은 부실한 수사로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사법부는 경제질서를 어지럽혀 온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 행태를 또다시 묵인하면서 우리나라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경제로, 자본과 권력의 불법과 탈법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인 법치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막고 말았다.


모든 국민이 마지막 순간에 의지해야 할 법을 판결하는 사법부가 재벌이라는 경제권력에 결국 굴복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오늘은 사법 역사의 불행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반칙’과 ‘특권’을 용인하여 모든 국민들에게 법에 대한 불신과 허탈감을 안겨준 사법부 관계자들은 역사의 부끄러움으로 남을 것이다.


경실련은 이번 사법부의 판결과 상관없이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며, 향후 올바른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위해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 행태 및 왜곡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나가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다.


* 문의 : 정책실 경제정책팀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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