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사회 변혁의 꿈을 이루는 창구

관리자
발행일 2009.11.16. 조회수 696
칼럼

 


경실련-사회 변혁의 꿈을 이루는 창구



김철환(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나는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육군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있었다. 내가 있던 부대는 유사시 남침하는 북한군을 타격하는 부대였지만 당시 군사정권에서는 유사시 소요를 진압하고 성균관대학교(서울캠퍼스) 접수하는 임무도 맡았다. 병사들은 거의 매일 충정훈련이라는 소요 진압 훈련을 받았다. 나는 1988년 4월 전역 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수련을 시작할 때까지 사회 곳곳에서 움트고 있었던 시민사회운동의 태동을 군대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전공의 수련이 시작되면서 나는 기독학생회 OB 출신들이 1987년에 만든 기독청년의료인회(기청?라는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대학생활 내내 기독학생회의 주말진료, 농촌봉사활동, 학내 진보적 성경공부 활동에 참여했으니 기청의 활동에 합류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1989년 기독학생회 출신들이 대거 참여한 경실련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자주 나가던 기청의는 경실련이 종로5가 사무실을 쓰던 때에는 방 한 쪽을 사무실과 성경공부 공간으로 사용할 정도로 경실련과 가깝게 있었다.


 


나는 1992년 이후부터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위원으로, 또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보건의료위원회는 의료보험 통합, 각종 리베이트 등 의료계 비리 퇴치, 약값 거품빼기, 의료보험 급여 확대 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펼쳤다. 1977년 시작한 의료보험이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으로 통합되어 전 국민이 건강보험증 혹은 의료 급여증을 갖는 시대를 여는 데 경실련과 제 시민사회단체들도 큰 기여를 하였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산하 제 위원회나 활동에 참여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의 최대 위기는 2002년, 2003년 의약분업과 의료대란이었다. 당시 보건의료위원회는 의약분업이 약과 관련된 소비자의 알권리를 증진시키고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판단하였다. 아울러 국민들이 진단과정도 없이 전문의약품도 약국에서 매약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의약분업을 적극 지지하였다. 하지만 경실련 회원 모두가 의약분업을 찬성한 것은 아니었고 일부 상임집행위원들은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하였다. 경실련이 의약분업을 찬성하면서 지방 경실련이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고, 의약분업으로 생긴 국민들의 불편으로 인한 원성을 듣기도 하였다. 하지만 당시 경실련은 의약분업을 반대求?전공의와 일부 개원의들의 파업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성명서 발표와 토론회 참석 등으로 국민 건강이 최우선임을 천명하였다. 의약분업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의사 파업을 달래기 위한 수가 인상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은 일시적으로 큰 적자를 겪어야할 것까지 예견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비록 큰 진통을 겪었지만 선진국 모두가 실시하는 의약분업을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은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의 지원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실련은 의사 편도 아니고 약사 편도 아니다. 국민 편일뿐이다. 지금도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는 약가 담합과 관련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승소하여 제약사가 각 병원과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약가를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아울러 약과 관련한 병원의 리베이트를 줄이는데 계속 감시와 대안 제시를 할 것이다.


 


내 인생에서 경실련은 내가 갖고 있던 사회 변혁의 꿈을 이루는 창구였다. 나는 의사 사회에서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좀 이상한 사람으로 비추어졌고 때로는 손해도 보았다. 하지만 경실련이 경제 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섰고 나도 그 대열에 함께 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나는 경실련을 통해서 경제 정의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그리고 그 과제를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긴 세월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그 때문에 때로는 인기 없는 단체로 평가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히 원칙을 지키면서 활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 경실련이 앞으로도 시민사회단체의 맏형답게 감시와 대안 제시의 활동을 올곧게, 그리고 꾸준히 해주기를 바란다.


 


<약력>
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위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