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의 퇴직연금 개편에 대한 경실련 입장

사회정책팀
발행일 2024.07.25. 조회수 17321
사회

금융사에 포획된 퇴직연금, 근로자 중심으로 개편하라

- 디폴트옵션 개선만으로 수익성과 안정성 담보하기 어려워 -

- 노사 참여 기금형 퇴직연금 운영체계 도입해야 -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를 손볼 예정이라고 한다. 저수익 늪에 빠진 퇴직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인데, 사실 이러한 수익률 문제는 이미 예견된 결과다. 디폴트 옵션 도입의 취지는 수익률 개선이었는데 그 취지와 달리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시키면서 기존 방식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합리적 판단 없이 업계의 주장에 경도되어 섣불리 제도를 운용한 결과가 그대로 나타날 뿐이다.

퇴직연금이 발전하지 못하고 한계에 봉착한 데는 가입자 중심이 아닌 업계의 입맛대로 제도가 설계되도록 방치한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크다. 수익성 개선만을 노리며 단편적으로 접근해서는 퇴직연금에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퇴직연금도 국민연금과 함께 공적 노후소득보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연금개혁 대상에 포함하고, 기금운용의 공공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왜 디폴트 옵션 도입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도록 설계되었는가?

디폴드 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사전에 정하면 민간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제도로, 수익률 낮은 원금보장형 위주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모델로 삼은 외국의 제도들은 대부분 원리금보장 상품을 제외한 실적 배당형인데 우리나라에는 제도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 원리금 보장형이 들어 있다. 이유는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손실이 우려되는 업권, 예를 들면 정기예금 상품을 운용하는 은행권에서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시키도록 기형적인 디폴트 옵션 도입을 고집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의 갑은 금융사!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됐고 기금은 400조 원에 도달했다. 국민연금에 못지않은 연간 보험료 납입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은 전혀 노후소득보장 제도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디폴트 옵션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가입자의 이익이 아닌 업권의 이해관계에 제도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처럼 공적 운용체제 없어 퇴직연금 급여액 반 토막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다고 하지만, 퇴직연금에 비하면 국민연금은 아주 충실히 운용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누적 수익률을 보면,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퇴직연금이 국민연금만큼만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30년이나 40년 가입으로 확대해서 추정하면, 퇴직연금 급여액은 2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가입자의 이해관계가 아닌 업계의 이해관계로 제도가 운용된 결과, 가입자들은 평균적으로 절반 가까이 되는 연금 급여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 포획된 퇴직연금 구하기

디폴트 옵션 자체의 수정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대부분 국가에서는 기업 및 산업 단위에서 기금을 설치하고, 노사 참여에 기초해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독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계약형 퇴직연금으로 오랫동안 권한 누리기에 익숙한 업권의 이해관계와 이들을 든든히 보호하는 정부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은 정부의 방치 속에 ‘업계에 포획되어 가입자들의 이익을 무시하는 제도’로 전락한 상황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제 확대해야

이제 퇴직연금제도는 가입자 중심의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낮은 보장률로 노후소득보장수단으로서 퇴직연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기금형 퇴직연금을 즉각 도입하고, 국민연금공단까지 사업자로 참여시켜 퇴직연금 자산 확대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맡겨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자보다 금융사업자의 불만을 최소화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 정부의 퇴직연금 방치로 가입자는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통렬한 반성과 함께 이제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가입자들의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끝.

 

2024년 07월 2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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