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언제까지 원주민 내쫓는 재개발사업 방치할 것인가

관리자
발행일 2019.03.27. 조회수 1305
칼럼

[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시사포커스1]

언제까지 원주민 내쫓는 재개발사업 방치할 것인가


남은경 도시개혁센터 국장
nari@ccej.or.kr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논란이 된 세운상가 주변지역 재개발 사업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을지면옥 등 오래된 유명 식당은 생활유산으로 보존되어야 하는데 서울시의 계획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비계획 재검토라는 서울시의 다소 파격적 행보의 배경에는 세운상가 인근지역이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되면서 오래된 식당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고 도심산업이 잇단 폐업위기에 놓이자 청계천 도심산업생태계와 역사문화가 붕괴될 것이라는 비판 여론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태로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으로 홍보했던 세운상가와 주변지역 정비계획의 민낯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도심산업생태계를 발전적으로 재편하고 역사문화가 조화되는 도심관리를 하겠다며 세운지역 정비계획을 변경했다. 세운상가를 존치하여 도심산업의 메카로 재생하고 주변지역은 주민과 소상공인이 재정착하도록 정비하겠다는 것인데, 기존 전면 철거방식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 방식으로는 도심산업생태계 보호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시는 도심산업상인의 재정착을 위한 실행방안으로 ▲공사기간 중 임시이주상가 제공 ▲신축건물에 도심산업 공간 확보 ▲기존 상인에 우선분양권과 입주권을 제공하도록 하여 사업자가 관련 정책 수용 시 개발이익(용적률 인센티브)을 제공하도록 계획에 반영했다. 그러나 계획이 사업으로 집행되자 현실은 계획과는 괴리가 있었다. 상인들은 이주대책 없이 강제철거로 쫓겨나게 되었다. 과거 재개발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실련 조사에 의하면 최근 논란이 된 세운 3-1구역과 3-4,5구역에서 재개발 후 재 입주를 신청한 상가는 총 399개 사업장 중 61개소로 15%에 불과했다. 도심산업생태계 보호를 강조한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초라한 성적표다. 이렇듯 재정착률이 낮은 이유는 재입주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 부실하고 기준 설정의 근거도 불명확했으며 공공에서 직접 하지 않고 민간에게 책임을 넘겼기 때문이다.

도심산업의 특성상 업체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집단적으로 이주해 영업할 수 있는 임시이주상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기존 상인의 20%에게만 제공되었고, 사업 후 재입주할 산업공간도 기존 상가 면적의 10% 수준에 그쳤다. 사업자는 이런 부실한 대책을 제공하고도 건물의 추가 건축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를 받는다. 서울시 대책은 상인 재정착보다는 사업자 특혜 대책에 가깝다.


 

재개발사업 후에는 건축면적이 늘어나고, 늘어난 면적은 사업자의 이익이 된다. 세운지역은 도심의 상업지역으로 사업 후 건축면적이 7~8배 늘어난다. 3층 건물이 20층으로 변신하는 셈인데, 도심의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등을 고려할 때 토지주와 사업자에게 돌아갈 개발이익을 짐작할 수 있다. 재개발 시 임대주택을 지어 서울시에 원가로 팔거나 건물을 무상으로 기부채납하기도 하지만, 사업을 통해 새롭게 확보된 면적 대부분은 사업자의 이익이 된다.

사업자의 막대한 불노소득을 모를 리 없는 서울시가 원주민 재정착을 위한 대책을 소홀히 하고 사업활성화 등 성과에 집착해 지속적인 계획변경을 통해 기준을 완화해 온 것은 책임 있는 행정으로 보기 어렵다. 주민과 산업, 역사와 문화가 보전되는 도시관리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재개발사업에 주어진 각종 특혜와 개발이익부터 걷어내야 한다.

2016년에 에콰도르 키토에서 개최된 UN 해비타트Ⅲ(도시정상회의)에서는 포용도시 개념에 입각해 도시민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도시에 거주하고 일하며,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도시권, Right to the city)가 있음을 선언했다. 세계 각국은 도시정책에 이를 반영해야 하며, 서울시도 이를 천명한 바 있다. 유명한 상점 뿐 만 아니라 유명하지 않은 소상공인도 지역의 상권을 일구며 살아온 소중한 구성원이다. 토지나 건물의 소유와 상관없이 이들 모두가 쫓겨나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세입자가 사지로 내몰리고 지역의 특성 없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재개발사업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제는 시민의 힘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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