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제는 세제완화가 아니라 분양원가 공개를 못한데 있다

관리자
발행일 2006.07.06. 조회수 577
칼럼

지방선거 후 선거패배의 원인과 향후 정책방향을 둘러싸고 정부,여당내의 논란이 확산되었다. 그중 부동산정책에 대한 공방이 단연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당 일각에서 세금폭탄 때문에 여당이 참패했다며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관련 세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나섰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실망한 민심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을 부동산관련 세금폭탄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수년째 오르는 아파트값을 잡지 못해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시민들이 내집마련의 희망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라는 것이 타당하다.


 여권, 선거패배 분석부터 잘못돼


아파트값 폭등세가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참여정부는 수많은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8.31대책에서는 당정청 책임자가 모두 나서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부동산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공언과는 달리 몇달 주춤했던 집값은 올해들어 다시 폭등했다.


이에 절대다수의 시민들이 요구했던 분양원가 공개 조차 거부한 정부․여당이 과연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었다. 지방선거에서 성실히 일해도 정상적 소득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대다수 시민들이 여당을 외면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지방선거 후의 여론조사(MBC 손에 잡히는 경제, 6/7일)에서 ‘정부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집값을 잡지 못했던 점(78%)이 문제며, 필요한 부동산정책으로는 분양원가 공개(29.5%), 공공택지의 분양가 인하(27.5%) 등 추가적 조치’의 필요성이 지적된 것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수년간 경실련은 아파트값의 거품을 빼고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구체적으로 경실련은 1)공공주택을 선진국 수준인 20%로 조기 확충하기 위한 공영개발  2)후분양제로의 이행과 선분양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3)개발이익 환수와 재건축․재개발의 공공성 회복 4)실수요자에게 소득에 맞는 주택담보대출 5)보유세 1% 조기현실화 및 거래세 대폭 인하 등 5대 정책과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대다수 시민의 요구와 경실련의 종합적 정책을 수용하지 않은 채 세제를 중심으로 부동산정책을 펼치더니 이제는 스스로 강조했던 보유세의 강화조차 일부의 반대논리에 휘둘려 세금폭탄이니 완화해야 한다며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집값 거품 빼는 것이 국민 요구


 부동산정책이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고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향은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세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다수 시민들이 요구했으나 정부․여당이 수용하지 않았던 분양원가 공개나 공공주택의 대폭적 확충 등을 통해 집값의 거품을 빼고, 열심히 일하면 정상적 소득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2004년 총선에서 승리 직후 분양원가공개 공약을 번복하면서 시민들의 신뢰를 상실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정부와 여당이 내놓아야 할 정책은 부동산세제의 완화가 아니다. 90% 이상의 시민들이 요구했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공공주택을 선진국 수준인 전체 주택재고의 20%로 확충하는 등의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한 때다.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


*  이 칼럼은 7월4일 내일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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