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후 분양’제도는 소비자를 위한 정책

관리자
발행일 2006.09.29. 조회수 790
칼럼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서울시는 25일 시가 건설하는 아파트에 대해 △전면 후분양제 실시 △분양가격을 검증하는 분양가심의위원회 구성 △입찰제도 개선과 분양가상한제 △원가절감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후분양제’는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경실련은 적극 환영한다.


‘선분양제도’는 지난 77년 정부가 분양가 규제의 대가로 주택건설업체들에게 준 특혜였다. 하지만 1998년 ‘분양가자율화’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분양제를 존속시킨 것으로 존립근거를 상실한 제도이다. 즉 후분양제도와 분양가 자율화, 분양가규제와 선분양이 맞는 정책 궁합인 것이다.


현재의 선분양제도는 법률이 아닌 ‘주택공급에관한규칙’에 의거해 운용되고 있다. 선분양제도는 소비자로부터 건설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면서도 주택사업의 리스크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해버리는 건설업체에게만 유리한 제도이다.


반면에 소비자에게는 주택가격의 80% 정도를 완공 이전에 납부해야 하는 위험부담과 건설비의 이자비용을 부담시키며, 고가의 재산을 완제품을 보지도 않고 사전에 구입해야 하는 등 가장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불리한 제도이다.


또한 분양권전매를 통한 투기과열로 주택시장을 교란시키고, 확정분양가격 및 분양가격 자율화 등과 맞물려 주택가격 폭등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야기하고 있다.


선분양제 명분 잃어


만약 후분양제도를 도입한다면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우려해 집 잘 짓기 경쟁을 하고,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해 원가를 절감하려 할 것이다.


아울러 건설사들은 신기술을 적용하기위해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루어지고 소비자들은 완제품을 보고 구입하기 때문에 선택권의 폭이 넓어지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택가격 폭등이 있을 때마다 ‘빨리, 크게, 많이, 비싸게’판매하는 데만 집착해 후분양제도를 외면해 왔다.


그동안 시민들은 이러한 선분양제도의 폐해 때문에 후분양제도의 도입을 간절히 바랐다. 후분양제에서는 완제품을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원가공개를 요구할 필요가 없지만, 현재와 같이 소비자들이 물건을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구입하는 데 주문가격(건설사는 공급가격)의 내역이라도 알려달라는 것이다.


현재 후분양제에 대해 정부나 건설업계는 다양한 논리로 사실상 반대를 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건설경기 위축을 핑계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소비자중심의 주택정책으로 전환하겠다며 건교부에 후분양제 활성화를 지시하였으나 2011년부터 80% 공정 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후분양제를 사실상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소비자를 위한 정책인 후분양제나 아파트분양원가공개는 갖은 논리를 들이대며 회피해 왔다.


여기에 공기업이 민간업체와 고분양가 경쟁을 하며 분양가 폭등의 주범 노릇을 해 왔고, 토공이 주공은 땅장사와 집장사에 열중해 왔다.


중앙정부의 지금과 같은 반대논리는 주택정책의 주도권과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의 반대논리는 변명


중앙정부는 후분양제에 대비해 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 확보에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서울시의 후분양제 실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소비자를 위한 주택정책 경쟁이고, 경쟁의 결과는 국민들의 주거안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반대논리만 찾으려는 것은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민간건설사들도 건설자금 확보나 미분양을 우려로 반대하고 있지만 건설자금의 확보는 현재 대규모 건설공사에 실시하고 있는 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제도(PFV)를 활용하면 해소 할 수 있다.


미분양 문제는 건설사들이 주택건설의 사업성 분석을 강화해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위험분산을 위한 보험이나 보증제도 활용하면 된다. 말도 안 되는 집을 지어놓은 경우가 아니라면 미분양 주택을 임대사업으로 전환해 해결 할 수도 있다.


* 이 칼럼은 내일신문 9월 28일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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