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이대로는 나라가 살 수 없다

관리자
발행일 2005.03.21. 조회수 547
칼럼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


97년 경제위기 이후 99년 분양가자율화 조치가 실시되면서 지난 5년간 아파트분양가는 2배 이상, 주택과 부동산가격은 500조원 상승했다. 참여정부 출범에 많은 서민들이 기대를 가졌지만 돌아온 결과는 아파트 가격만 150조 폭등한 암담한 현실뿐이다. 주택가격의 폭등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잃은 채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주택과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 문제는 사회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주택을 경기부양 수단으로밖에 바라보지 못하는 경제관료, 주택공급으로 특혜를 받는 세력들은 여전히 한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주택정책을 유지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문제에 대한 원인분석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참여정부의 공언은 “더 뛰지만 않게 하겠다”라는 비겁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수없이 제기된 공공택지개발사업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는 그 순간만을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졸속 처방만 내리고 있다.


공공택지개발사업과 신도시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주거안정과 서민주택확충이라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입된 택지개발촉진법은 농사짓던 전답이나 임야를 강제수용 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신도시와 공공택지를 개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공공택지 공급방식과 활용방법이 본래의 입법취지에서 벗어나 공기업의 땅장사와 건설업자들의 불로소득원으로 전락되었다.


지난해까지 공기업은 강제수용하여 개발한 택지를 주변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엉터리 감정을 한 후 공공기관과 주택건설업자에게만 시세의 50%가격으로 수의계약 형식 또는 복권추첨방식으로 공급하였다. 따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막대한 수익이 보장되는 이‘로또택지’를 받은 건설업자들은 이도 모자라 짓기도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 제도를 이용, 아파트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여 이중의 폭리를 취해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택지를 우선 공급받은 업체들은 택지매입가의 10%정도밖에 납부하지 않은 채 다른 주택업체에게 택지를 전매하면서 건당 수백억, 지난 3년간 수도권에서만 약 7조원 이상의 전매차익을 챙기면서도 세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국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공공택지개발과 신도시개발사업이 공기업과 건설업체의 엄청난 불로소득과 개발폭리를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엄청난 거품속에 치솟는 분양가는 주변 시세까지 끌어올리면서 전사회적으로 투기를 조장하고 이를 둘러싼 공직자의 비리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아파트를 직접 짓지도 않고 땅을 되팔아 이익만 챙기는 민간건설업체에게 공공택지를 싼 값으로 공급하는 것은 전면중단해야 한다. 국민주거안정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공공신도시와 공공택지에서 공영개발을 이행하고 공공자금(주택기금,개발이익환수금,국민연금 등)을 투입하여 공공소유주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공영개발 도입과 이를 통한 공공소유주택의 대폭 확충이 절실하다


현재의 택지개발촉진법에 의거 시행되는 공공택지개발과 공공신도시 개발사업은 공공소유주택의 확충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주택공급량의 60%가 신도시와 공공택지개발사업을 통하여 공급되었으나 우리나라의 공공소유주택(장기임대주택) 비율은 전체주택 (약 1,400만 가구)의 3.4%에 불과하다. 이는 네덜란드 40%, 영국 22%, 독일 20% 등 선진국 수준에 비교해봤을 때 턱없이 부족한 것이며 이로 인해 저소득층과 서민의 주거불안은 항상 심각한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장기임대)소유주택이 3.4%에 불과한 것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국민주거안정이라는 정책방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정부의 정책은 공급자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주택관련 공기업의 유지 또는 외형확대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대주택 정책은 국민을 기만하고 민간건설업자에게만 특혜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이다. 그동안 공급된 임대주택도 노태우 정부 때 한시적으로 공급된 영구임대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이 5년 임대 후 분양아파트로 전환되는 이름뿐인 단기임대 아파트이며 이는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하기 보다는 5년 후 판매를 염두에 둔 분양대기 아파트로 변질되었다. 이번 판교 임대아파트 분양가가 일반분양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공공택지개발사업을 수행하여 주택을 공급했다고 하지만 공공소유의 주택은 다른 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서민들이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주택은 적고 일반 주택과 부동산가격은 폭등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저소득층과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진 서민들의 주거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재정운용방식도 문제이다. 정부는 개발이익만으로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거나 개발이익을 다른 곳에 전용하는 등 편법운영하고 있다. 2004년 현재 정부가 임대주택 건립 등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책정한 재원은 7,800억원으로 전체예산의 0.5%에 불과하다.


택지개발촉진법등에 따라 국민소유의 토지(농지와 임야 등)를 강제로 수용하여 개발되는 공공소유의 택지마저도 민간건설업체에 헐값에 넘기면서 국민 재산을 낭비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재원 마련 노력은 커녕 확보한 재원까지 민간건설업체와 공기업에 나누어 주면서 공공시설비용까지도 국민의 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판교신도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공공택지 중 상업, 주상복합, 업무, 공공용지 등을 시세대로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판매하면 약 5조규모의 재원이 마련된다. 또한 택지개발사업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공공소유주택자금으로 활용하고 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제공되는 재정지원금을 투입한다면 판교신도시 전체 공동주택을 공공소유주택으로 건설이 가능하다.


정부는 분양대기 아파트로 전락한 분양전환용 임대주택 공급을 당장 중단하고 공공소유주택을 확충하여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단기임대주택이 아닌 20년 이상 장기보유가 가능하여 서민들에게 실효성이 있는 임대주택 건설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임대주택을 다양한 평형으로 공급함으로써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하는 한편 주택을 투기대상이 아니라 주거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주택관련 공공기관의 통폐합,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우리나라의 주택관련 공공기관은 그 기능에 비하여 너무 많다. 중앙정부 산하에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토지공사, 주택건설을 위해 주택공사, 주택관련 기업과 개인의 자금지원을 위해 주택금융공사, 주택보증기금 등이 존재하고 자치단체마다 도시개발공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약 20조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을 조성하여 공공과 민간의 임대주택 등을 위한 건설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주택관련 공공기관은 국민주거안정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하면서 규모만 비대해져 왔다.


각자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지 못하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이들 공공기관의 통폐합 문제가 이제는 시급하다.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택공사까지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공공택지개발사업과 택지판매에 뛰어 들어 토지공사와 지방도시개발공사 등과 경쟁하고 있다.


토지공사, 주택공사와 지자체의 개발공사의 역할이 제대로 구분, 정립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판교 신도시개발사업 지구의 경우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성남시 등 4개의 공공기관이 공동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공동시행하게 된 과정도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유기적인 역할분담이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각자 자신들의 개발이익만 챙기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따라서 주택공사의 택지개발사업추진 중단 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끔 사업영역을 정하고 관련기관의 통합 등을 통해 통합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은 당장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되었다가 유야무야 중단된 토공과 주공의 통합문제는 공기업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택지개발 및 주택건설과정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까지도 함께 고려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주공․토공 통합을 통해 공공신도시건설과 공공택지개발사업에서의 계획, 개발, 건설, 유지운영 등의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그들만을 위한’주택정책, 이제는 대전환이 시급하다


분양가자율화 조치 이후 정부는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근본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인위적인 건설, 부동산 주택경기부양책을 쏟아냄으로써 투기세력과 다주택 소유자의 개발차익 독점현상 등 주택소유구조의 불평등, 빈부격차의 확대, 서민주거불안정의 가속화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그동안의 ‘공급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바로잡고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주택과 토지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없이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없다. 주택과 토지가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식을 고취시키고,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의 원천을 차단하는 근본대책이 시급히 도입하여 열심히 땀흘려 일한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 (3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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