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가 큰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 입법 논의 중단해야

관리자
발행일 2010.06.28. 조회수 1726
정치

오늘(28일) 여야는 국회 법사위에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상정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에서 통과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은 내용적으로 매우 문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여야는 이번 특별법안에 대한 입법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법안을 폐기해야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특별법안은 시군을 통합하면 교부세 특혜 등 각종 특혜를 주고, 시군통합을 촉진하는 각종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와 해외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자치단체를 통합하여 효율성이나 경쟁력이 증가한 사례가 없고, 주민생활이 편리해졌다는 보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시군의 통합으로 인하여 효율성은 떨어지고, 주민들은 불편하게 되고, 지역공동체는 해체되고, 지역발전의 구심점이 상실되어 지역이 낙후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 경험적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특별법안은 위헌 소지가 매우 높다. 첫째로 구의회의 폐지는 헌법 제118조 제1항에 위반된다.  특별법안에 의하면 특별시나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고 대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구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자치구의 법적지위를 먼저 논의하고 다음으로 구의 기구를 논의하는 것이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자치구를 지방자치단체로 둔 채 구의회를 폐지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8조 제1항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구의회를 두고 있어도 구청장의 업무수행에 대한 통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기능이 훨씬 약하고 지위가 낮은 구정위원회를 설치하여 구청장에 대한 견제와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풀뿌리자치와 대도시의 내부적 분권화를 위하여 시행되고 있는 구자치제도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크다. 구를 자치단체로 인정하지 아니하는 베를린이나 함부르크 등 대다수 선진국의 대도시에서도 주민직선의 구의회만은 유지를 하여 풀뿌리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구의회폐지는 지방자치의 원리에도 맞지 않고 논의의 순서도 그르친 잘못된 규정이다.


둘째로, 통합 지역에 대한 각종 특혜조치는 균형발전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이번 특별법은 유독 통합지역에 대해서만 불이익배제, 교부세 산정에 특례 등을 인정하고 있다. 교부세 산정의 특례과 관련 통합 자치단체의 보통교부세는 통합 직전 개별 산정한 재정부족액이 유지되도록 4년간 보정할 수 있도록 하고(제28조), 보통교부세총액의 100분의 6을 10년간 매년 통합 지방자치단체에 추가로 증액 교부를 하도록(제29조)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부세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공유해야 하는 재원이므로 통합한 지방자치단체에게 교부세 산정 원리에 어긋나는 특혜를 베풀게 되면 다른 지역에 교부되어야 할 재원이 감축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는 시군통합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명백한 근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군 통합지역에 다른 지역의 불이익으로 특혜를 베푸는 것은 명백히 헌법이 금지하는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된다. 이는 명백히 평등의 원칙(헌법제11조)에 대한 위반이다. 도지사는 해당 시에서 징수하는 도세 중 100분의 10 이하의 범위에서 일정비율을 추가로 확보하여 대도시에 직접 교부해야한다(제37조)는 조항도 대도시를 제외한 잔여지에서 공유해야할 재원을 대도시에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가난한 지역의 불이익으로 돌아간다. 통합지역에 대한 행정 및 재정상의 특례규정은 결국 잘사는 지역과 못하는 지역의 격차를 인위적으로 확대시키는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이는 균형발전의 원리를 규정하는 헌법 전문과 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한 위반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특별법안은 법체계상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번 특별법안은 지방자치법이나 지방재정법 등 실체법에 규정하면 될 내용이 적지 않으며 이미 다른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중복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통합절차에 대해서는 이미 지방자치법에 충분히 규정되어 있고, 이 규정에 의해서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폐치 분합의 절차를 진행하는데 있어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무리한 통합을 강행하려고 하니까 필요하게 된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면 될 내용을 구태여 비정상적인 기구와 절차를 특별법을 만들면서까지 규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한 구정위원회 등의 설치, 주민자치, 대도시에 대한 사무특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사무특례, 100만 이상 대도시 보조기관, 교육자치개선, 자치경찰도입 등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지방이양촉진법 등에 이미 규정이 있거나 규정해야 할 내용으로 특별법에 규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한마디로 이들 규정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조항들로서 법체계상으로 절차법이고 한시법적인 성격이 강한 이 특별법에 규정할 내용이 아니다. 결국 지방행정체제개편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외견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소관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에서 깊은 논의도 없이 장식적으로 규정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법률제정절차상의 위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법체계상으로 매우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은 법체계상으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으며 중요한 부분들이 헌법에 위반되는 등 법적으로 심각한 하자를 갖고 있는 법안이다. 만약 이번 특별법안이 통과되어 그대로 시행된다면 지역 간의 갈등 등 많은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실련은 국회 법사위가 위헌의 소지가 높고 법체계상의 혼란을 가져오는 이번 특별법안에 대한 입법 논의를 중단하고 관련 법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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