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환의 건강이야기] 감기와 독감

관리자
발행일 2012.03.22. 조회수 938
칼럼

감기와 독감


김철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금연클리닉)


 


 


 


감기와 독감은 무엇이 다른가?


 


가을부터 다음 해봄까지, 감기와 독감이 가장 많은 계절이다. 감기와 독감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가? 감기가 심하면 독감이라고 알고 있지 않은지.


 


감기와 독감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전혀 다르므로 의학적으로 다른 병이다. 감기가 심해져서 독감이 되는 경우는 없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 매우 다양하지만 독성이 약하다. 하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라고 하는 독특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독감은 A, B, C형 세 가지가 있는데 A형이 가장 강하며 세계적으로 큰 유행을 일으킨다. 우리가 알고 있고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A형이다. B형은 비교적 견딜만한 독감 유행을 일으키고, C형 정도는 거의 감기와 비슷한 수준이므로 문제가 되지도 않고 저절로 잘 낫는다.


 


감기와 독감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르지만 증상은 겹치는 것이 많아 실제 구별이 쉽지 않다. 감기 중 대표적인 코감기는 열은 있어도 미열만 있고, 콧물이 주증상이면서 근육통과 같은 전신증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독감과는 증상부터 다르다. 하지만 목감기처럼 목이 붓고 아프면서 고열이 나는 경우는 독감과 증상이 똑같다. 그러므로 감기와 독감의 정확한 구별은 바이러스 검사이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고열을 동반한 몸살감기는 독감을 의심해야 하지만 특별히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감기라고 생각해도 된다. 해마다 11월부터 다음 2월까지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이지만 독감 유행 경보가 없을 때는 독감이 의심되면 의사들은 방역 당국에 신고를 하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그것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감기는 사람을 차별한다


 


감기는 평균 일 년에 3-4회 걸리지만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훨씬 자주 찾아온다. 병이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병은 가난하고 많이 못 배운 사람에게 더 잘 걸린다. 이런 현상을 건강불평등이라고 하는데 감기도 그렇다. 경제 수준으로 상위 20%는 년 1~2회 걸리고, 하위 20%는 7~8회 걸린다. 모여 살다보니 바이러스의 전염 기회가 많고 면역 상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하고 못 배웠다고 건강까지 불평등하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의료를 비롯한 사회복지 정책은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행복한 나라, 선진국들의 공통점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우리도 점점 그러한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감기는 아이들이 더 잘 걸린다. 아이들은 아직 면역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고, 아이들끼리 신체접촉이 잦아 노출 기회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감기를 두 배 많이 걸린다.


 


 


감기에 걸리면 꼭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아야 빨리 낫는가?


 


“감기는 약 잘 먹으면 일주일 가고, 약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말이 있다. 현재 감기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은 아직 없다. 그러니 한 번 감기를 앓으면 평균 1주일 정도 지속되는데 감기약은 그 증상을 줄여줄 뿐이다. 고열이 나거나 숨이 차거나 감기 증상이 7일 내 좋아지지 않으면 반드시 의사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지병이 있거나 노약자의 경우 증상이 심하거나 감기라고 생각되어져도 의사의 진찰을 받으면 더 좋다. 혹시 감기와 비슷한 다른 병은 아닌지, 감기로 인한 합병증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기는 아주 흔하다보니 시중에 많은 비방들이 떠돌아다닌다. 예를 들면 비타민 C가 감기를 예방하고 증상도 없애준다는 것이다. 비타민을 대량으로 섭취하거나 주사를 맞으면 감기 증세가 조금 가벼워지고 감기를 앓는 기간도 약간 단축된다는 연구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 표준 진료 지침으로 삼기에는 그 증거와 효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신선한 야채와 귤 등 비타민 C가 함유된 과일을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감기에는 “고춧가루 탄 소주가 특효다”, “꽁꽁 싸매고 땀을 흠뻑 내는 것이 좋다”, “찜질방에 가서 땀 빼는 것도 좋다”라고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전혀 근거 없고 건강에 해롭기까지 하다. 당장 증상이 좋아진다고 느낄 수는 있으나, 실제로는 탈수로 인해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감기나 몸살에 걸렸을 때 병의 경과에 따라 땀이 저절로 나는 것은 괜찮지만 일부러 땀을 빼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감기와 더불어 기침도 줄이는 요령이다.


 


감기에 걸렸다고 다 병원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먹는 약보다는 차라리 주사를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아는 사람도 많은데 열 때문에 해열제를 주사로 써야하는 경우는 없다. 주사는 효과가 빠른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빨리 대사가 되서 효과도 빨리 사라진다. 병의원에서 일어나는 약으로 인한 사고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주사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맞지 않기를 바란다.


 


감기는 쉬면서 상식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얼마든지 자가 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니 가정상비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고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약국이나 근처슈퍼에서도 살 수 있어야 한다.


 


 


독감예방접종은 꼭 필요하다


 


독감예방접종은 누구나 매년 받는 것이 좋다. 9월부터 11월까지 받으면 좋고 늦어지면 12월도가능하다. 2009년 봄부터 2010년 봄까지 세계적으로 신종플루의 대유행이 있었다. 일반 독감이나 신종플루가 A형 독감일 때는 전국적인 비상 상황이 된다. 독감은 건강한 사람에서 사망률은 1% 미만이지만 노약자의 경우 10% 이상이다. 만약 과거에 유행한 것은 최근 유행한 적이 없는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세계적으로 수십 만 명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심각했다. 신종플루는 우리나라에서 2010년 8월까지 83명의 사망자를 낸 후 사그러들었다.


 


신종플루는 독감을 일으키는 기존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이다. 다만 그동안 유행하던 독감 바이러스가 아닌 변종이어서 매년 맞는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안 된다는 것이 문제다. 신종플루는 제1차 세계 대전 말과 그 직후인 1918~19년 사이에 전 세계를 휩쓸면서 2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던 스페인 독감과 같은 독감 바이러스이다. 즉, H1N1이라는 항원이 보통 계절형 독감과는 다른 형이었고 따라서 이에 대한 예방접종도 맞지를 못했다. 다행히 스페인 독감과는 달리 많은 사망자를 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실제 그 때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면역력이 높아졌고 타미플루나 리렌자라는 치료제가 신종플루 치료에 잘 듣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문명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인간의 생활권이 확대되면서 독감이나 사스와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전 세계가 일일 생활권이 되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므로 전염병도 그만큼 빠르게 전파된다. 아울러 각종 바이러스들이 섞이면서 유전자도 영향을 받아 변하기 쉽다. 독감의 경우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이라는 바이러스가 세포 표면에 붙도록 하는 항원이 변이가 일어나면 기존에 만든 예방접종약이 듣지 않아서 대유행을 일으킨다. 독감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인간을 매개로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키면 지금까지 인류가 특성도 잘 모르고 대처해 본 경험도 없는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하게 되는 것이다.


 


 


독감도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독감은 주로 가래가 공기 중으로 퍼진 비말감염을 통해 주로 사람 대 사람으로 전파된다. 즉 독감에 감염된 사람이 사람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2-3m 이내의 사람에게 전파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지는 물건을 통해 손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독감에 접촉한 사람 중 일부는 18~72시간 후 독감 증상이 생기는데 가장 중요한 증상은 열이다. 37.8도씨 이상의 열이 갑작스럽게 오른다. 아울러, 오한, 두통, 상기도증상(기침, 인후통, 콧물, 호흡곤란), 근육통, 관절통, 피로감, 구토 혹은 설사 중 일부의 증상이 동반된다. 보통 감기몸살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 바이러스검사를 하지 않는 한 증상만으로 일반 감기와 독감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있으면 확진검사를 거치지 않고서도 항바이러스 제를 투여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독감 약은 먹는 약인 타미플루와 호흡기로 들여 마시는 치료제인 리렌자라는 약이다. 간혹 이 약에 안 듣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보고되기도 하지만 다행히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 약이 효과가 있다. 다만 감염이 너무 심해 폐나 뇌로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심각한 감염을 일으킨 경우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의 경우 약을 쓰더라도 사망률이 높다. 예방접종을 했다면 독감에 걸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독감 예방접종의 예방효과는 약 6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안심하지 말고 평상시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하고, 독감 전염을 막을 수 있다. 감기나 독감 예방을 위해 주의해야 할 생활습관은 비슷하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만병의 예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다.


 


- 손을 자주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유행하는 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피한다.


- 마스크가 바이러스 통과를 막지는 못하지만 약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만병의 예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마음가짐과 즐거운 일, 하루 한 번은 배꼽 잡고 웃는 일을 만든다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활발하게 작동되어서 바이러스와 세균도 잡고, 암 세포도 잡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우리 몸의 면역력은 최고로 유지된다. 걷기, 등산, 수영,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많이 하면 심폐기능이 좋아질 뿐더러 면역력이 좋아지면서 암도 예방된다. 해로운 것은 피하고, 몸에 좋은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 모든 병을 예방하고 건강해지는 비결이다.


 

댓글 (0)